쿨투라 CULTURA 2025.05 - Vol.131, 어린이문화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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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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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쿨투라 CULTURA. Vol.131(2025 05). 도서출판 작가.
_Culture & Art Magazine

잡지를 얼마만에 읽어보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생각해보면 대학시절 때까지도 곧잘 잡지를 보곤 했었는데 말이다. 가장 최근에는 영화나 혹은 시사 잡지를 읽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예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잡지의 형태를 지닌 물성의 종이책을 손에 쥐어보는 느낌 자체도 신기하면서 재밌었다고나 할까. 이런 잡지는 괜히 책 한쪽을 말아쥐고 얼굴을 갸웃한 채 여유로운 자세로 읽어줘야 어울릴 것 같다. 각잡고 읽으면 그 맛이 떨어지는, 그런 느낌. 사설이 길어지는 걸 보니, 오랜만에 만난 잡지가 반갑고 또 살짝 흥분한 듯하다. 잡지에 실린 광고까지 꼼꼼하게 봤을 정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잡지가 무겁지 않고 내 작은 손안에 쏙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손안의 잡지를 넘기고 또 넘겨도 끝없이 신비한 이야기가 쏟아지는 그런 환상적인 세상을 꿈꾸었습니다.(51쪽_'새로운 미래를 만나게 해준 어린이잡지'(손정순) 중)

어린시절은 집에 만화 잡지 한 권만 있어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게 신이 나던 시절이었다. <보물섬>. 이걸 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였다. 그때의 기억을 살짝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어떤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까. 당연히 많은 미디어매체와 함께 하겠지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내 사서 선생님은 밝은 표정으로 "아무리 책을 안 읽는 분위기라도 읽을 아이들은 다 읽어요. 저기 보세요."라고 말했다. 책 읽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렇게 듬직하고 예뻐 보일 수 없었다.(44쪽_'책이 있는 어린이날'(함영연) 중)

그러니까 말이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 중에도 진짜 책을 좋아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도 있다. 그 정도로 책을 읽는 건 시대가 지났다고 사라지는 즐거움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있어 소중한 친구 중 분명 책도 잡지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계속 줄 수 있도록 동시로 동요도, 책도 그리고 잡지도 꾸준히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 동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이나 읽는 수준 낮은 책, 이란 선입견을 아직도 아이들은 갖고 있다. 내가 만나는 중학생들에게 동화나 그림책을 내밀면 늘 듣는 말. 하지만 그 이야기를 직접 접해보지 않으면 제 맛을 알아내기 어렵다. 그렇게 아이들과 동화부터 읽어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 드는 생각은, 이런 동화, 동요, 동시를 어른들까지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것. 이 이야기들에 우리가 쉽게 흘려 넘겼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가치가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걸,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너무 금방 까먹는다. 그게 참 안타깝다. 이 좋은 것을 말이다.

쿨투라를 처음 넘기고 만난 미술 작품에 눈이 커지고 깜짝 놀랐다. 앗, 그제야 이 작품들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너무 실제같아서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론 뮤익이 만든 작품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무얼까. '극사실조각의 안티 리얼리즘: 론 뮤익이 만든 실재'란 제목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감상자가 보자마자 숨이 멎을 만큼 극사실주의 묘사로 완벽히 마감된 뮤익이 조각이 '표상'이라면, 그가 작업실에서 혼자 점토로 빚으며 포착하려 애쓰는 것은 '깊이'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16쪽)

어쩌면 작가는 조각을 만드는 그 긴 시간 자체를 하나의 현실적 삶의 가치를 빚어내는 예술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깊은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고 몰두하는 작가의 삶이 곧 작품인 것. 그렇게 하나씩 쌓아올리다보니 많은 작품을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만큼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다 담아낸 것은 아닐지.

김지하 타계 3주기. 김지하 시인이 남긴 작품과 가치와 사상을 제대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의 '추모 좌담'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금은 어렵기도 했다. 시인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과 작품들을 감당하기에 내가 갖고 있는 시대적 인식이나 가치관이 제대로인지를 반성하게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외의 작품들에 대해 다양한 측면으로의 접근을 해보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차근히 그 결을 따라가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평생토록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분명 작품들에 남아있을 것이니, 이 좌담을 계기로 하나씩 살펴보는 경험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 드라마, 영화, 여행 등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이 잡지가, 참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우리의 문화적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지, 잡지란 이런 거지. 다채로운 키워드를 가지고 각가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는 것. 깊이 파고들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들의 총집합. 마치 이 한 권을 가지고 여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그 시작점. 그러면서 지금의 시대와 문화적 현상에 대한 관점을 세워볼 수 있도록, 안목을 제공해주는 역할까지. 지금까지 잡지가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잡지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제대로 경험했다는 느낌. 이제부터라도 다시 알아가보는 시도를 해도 좋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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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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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다모 설이 파헤쳐나가는 사건 수사가 흥미롭기만 했다.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고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인지, 그 과정을 설이 하나하나 집요하게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주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는 다른 감정이 더 크게 자리잡았다. 바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 무엇이 살아가는 동력이 되어 작용하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리고 어떤 것을 향해 우린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
우리는 모두 살아간다. 목적을 분명히 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혹은 잘 모르겠는 삶에서 자신을 내맡기고 그저 나아가는 방향대로 최선을 다 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우린 분명 살아가고 있으며, 그런 삶이 자연스레 다시 '나'가 된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일이 되어가는 방향과 그 과정에서의 영향이 고스란히 나의 삶이 되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내가 살아가는 것일까 혹은 그저 '나'로 살가지는 것일까.

수사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면서, 바로 너처럼 탐구심 강하고 투지로 가득한 사람이 훌륭한 수사관이 된다고 하셨지.(475쪽)

꼬시는 말이라고 해도 이 말에 자신을 다시 들여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삶에 있어 어떤 확신을 갖고 행했다기 보단 이끌림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한 방향을 향하고 있게 된다면 더욱,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나 자신에게 어떻게 힘을 줄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설은, 이미 자신의 어느 곳에 힘을 주어 앞으로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애초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을 수도 있지만 다만, 쉽게 발견할 수 없었을 뿐. 하지만 그 발견을 위해 설은 스스로 자신을 사지로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남들과 다른 쉽지 않은 선택과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들이 지금의 설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타고난 것이든 스스로 노력한 것이든, 분명한 건 설이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강씨 부인의 생사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녀가 이끌던 동정녀 공동체 회원들은 모두 배교를 거부해 감옥에서 맞아 죽거나 참수형, 교수형, 또는 사약을 받는 사사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결코 비겁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472쪽)

이 소설은 천주교 박해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마주할 때마다 드는 생각 또한, 어떠한 소신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위험하고, 또 숭고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의 삶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나가고자 할 때 우리가 잃지 말아야하는 것이 무엇인가도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에 굴복하지 말아야하는 것인가를 우린 때때로 판단하게 되고, 그런 판단이 자신의 삶 전체를 흔들게 될 때에도 과연 우린 우리의 소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

가만히 보면, 이 소설의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인 이들이었다. 자칫 자신이 믿는 가치가 가까운 이를 해치는 결과를 만들게 되더라도 감히 그 신념이 훼손되지 않는 쪽의 선택을 했던 것이다. 쉽게 기울지 않기 위해 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써 자신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의 결과가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지켜낼 수 있었던 가치들이 분명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의 해결 과정만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로 세워나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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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찾은 스물다섯 가지 꽃 이야기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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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나 나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 이건 내 생각이다. 식물을 보살필 줄 알고 그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건, 모든 것에 마음을 내어줄 줄 아는 순수함과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이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앞으로도 내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 하나는 알아버렸기 때문에.

"쑥부쟁이 종류나 감국이나 한국 같은 꽃들도 사람들은 그냥 구별하지 않고 들국화라고 불러버리는데,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해."라고 말한다.(68쪽)

아무래도 <모순>을 다시 읽어야겠다. 저 말이 맞는 말이다. 김장우가 말해주는 야생화 꽃이름을 하나씩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꽃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싶어졌다. 대충 흘겨 보고 넘기지 말고 각 꽃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고 싶어졌다. 김장우가 같은 사람이 함께 걸으며 꽃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그저 다른 나무를 죽이는 생태계의 악당이 아니다. 최대 높이가 45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태풍이나 홍수 때 숲이나 건물을 보호하고 풍부한 열매로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128쪽)

누가 함부로, '교살자'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무화과나무가 듣고 있다면 화를 낼 일일 것 같다. 물론, 자연 생태계 안에서 먹고 먹히고, 또 죽고 죽이는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든 모습을 인간은,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기 쉽다. 거대한 자연 안에서 벌어지는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시선으로만 자연을 바라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주인공 담당 피디는 속마음 인터뷰를 할 때 "펜션 뒷마당의 풍성한 목련나무 아래"에 주인공을 앉혔다. 주인공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까만 밤하늘과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니 가슴이 트였다"고 했다.(198쪽)

목련은 진짜 동네만 살짝 걸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어쩌면 흔한 꽃이어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덜 줄 수도 있지만, 목련만큼 탐스럽고 환한 꽃은 또 없을 것 같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묵직한 꽃송이는, 산책의 발걸음조차 무겁게 만들어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만든다. 특히 밤에 보는 목련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고하다. 그러니, 그런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 무엇일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경험해 보았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이루어질 때 소설은 단지 소설로 머물지 않고 우리 삶의 한 조각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꽃에 대해, 식물이나 나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고스란히 작품 속 감정과 혼합되며 더불어 마음이 함께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껏 꽃을 따라가며 작품들을 읽어나가보지 못해서, 이런 과정이 어떤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줄 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뜻밖의 새로운 경험이 되겠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찾아, 꽃을 따라가며 함께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무척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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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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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0살을 훌쩍 넘겼다. 40도 훌쩍 넘겨 50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에 자꾸 마음이 쏠리고 공감이 가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나의 30대를 떠올려봤다. 나의 독립은 언제였나 생각해봤다. 이 책대로라면 나는 30대에 독립을 한 경우이지만, 이게 진짜 독립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젊을 때는 혼자의 삶에 대한 로망으로 독립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나와 생각해보면 독립은 최대한 미루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가끔, 엄마 밥과 잔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으니까.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책에서는 '온실 속 화초'라고 표현했지만, 그런 사랑 안에서 지금에 이르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캥거루족이라고 했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 무조건 부모에게 자식이 의지하고 살아가는 형태로만 생각하는 것도 한쪽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가족의 삶인 것이지, 마치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면 반드시 독립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부모와의 시간을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독립해야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야하지 않나 싶다. 독립이라는 것을 경제적인 자립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더욱, 자립까지 해야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캥거루족이라고 했지만 부모의 품 안에서 마냥 보호만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함께 모여 아웅다웅거리며 지냈던 시절이 언제였나 싶은 아른함도 함께 느껴진다. 나의 가족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나를 부모로 두고 이루어지는 가족의 개념이 되어 버렸고, 이젠 나의 자녀가 독립을 하거나 혹은 안 하거나의 시기가 되어 버렸으니 더욱 책 속에 그려지는 가족의 삶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30대의 삶이 어떤 고민과 갈등을 안고 있는지도 짐작이 간다. 막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되고, 어느 정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시기. 얼마나 발빠르게 이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혼자 정체되어 뒤로 밀린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살게 되고,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 갈팡질팡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듯한 마음에 혼자 우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지지와 응원이 필요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에 '그래라.'라고 선뜻 말해줄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이보다 더 독립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있을까. 소중한 '수호천사들'.

제목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책을 다 읽고 답을 알았다. 답은,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작가는 이 답을 처음부터 알고 이 책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글과 그림이라고 했고 이 역시도 작가는 이미 독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를 만들어 놓고 가족을 소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독립을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등떠밀려 해야하는 숙제같은 것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 만약 작가와 같은 마음이라면, 평생을 독립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때의 독립은 꼭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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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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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프로필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을 듬뿍 담아 쓰고 있는 소설이라니,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소설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며 우주과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가 작가에 대한 설명 첫 문장이다. 아! 한방에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또 한번 생각했다. 우주과학 연구원이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다는 것. 괜히 마음에 들면서도 소설을 더 잘 읽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소설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지만, 앞으로 계속 이 소설가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챙겨 읽어야 할 소설가 목록에 추가다.

과학을 잘 모른다. 하지만 요즘 들어 과학을 잘 알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결국 과학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싶어서 더욱 그렇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그랬다. 앞으로 우린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우리의 다음 세상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이런 세상을 향한 과학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루어지게 될 것인가. 소설을 읽었지만 자꾸만 우리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분명 지금의 지구는 달라질 것이다. 달과 우주,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우리의 삶의 패턴과 양식은 달라질 것이다. 인간에 대한 많은 과학적 실험도 늘어날 것이고 심지어 복제까지도 가능한 시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학적 현상 안에서 신비하면서도 무서운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마지막까지도 잃지 말아야할 것이 인간다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토피아, 결국은 어디에도 없는 공간에 대한 환상은, 진짜 환상이기만 할 뿐이어서 더 이상 진정한 삶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가짜의 세상이 붕괴되고 진짜의 세상이 다시 오기를 바라게 되는, 지금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듯해 섬뜩하기도 했다. 기계는 발전할 것이고 요즘 흔히 많이 언급하게 되는 AI의 시대는 상상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변화가 어떤 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인가는 어쩌면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분명 인간이 있다는 것. 인간의 마음이 있고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이 있으며,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해 보였다. 결국 최후의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을 위한 잔인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것.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남을 해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의 추한 속성이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할 지점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도 그 존재를 소중히 하기 위한 선택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 또한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소설을 읽은 게 맞다.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내용만 보면 재밌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빠져들어 읽었다. 우리의 미래 사회를 다루는 소설이나 SF소설들을 지금껏 많이 읽어왔지만 이 소설들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가만히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만 솔깃해서 살아가다가는 나의 진짜 삶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욱, 우리 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과학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 중 큰 힘을 갖고 있는 것이 과학의 발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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