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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찾은 스물다섯 가지 꽃 이야기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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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나 나무,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 이건 내 생각이다. 식물을 보살필 줄 알고 그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건, 모든 것에 마음을 내어줄 줄 아는 순수함과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이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앞으로도 내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 하나는 알아버렸기 때문에.
"쑥부쟁이 종류나 감국이나 한국 같은 꽃들도 사람들은 그냥 구별하지 않고 들국화라고 불러버리는데,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줘야 해."라고 말한다.(68쪽)
아무래도 <모순>을 다시 읽어야겠다. 저 말이 맞는 말이다. 김장우가 말해주는 야생화 꽃이름을 하나씩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꽃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싶어졌다. 대충 흘겨 보고 넘기지 말고 각 꽃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고 싶어졌다. 김장우가 같은 사람이 함께 걸으며 꽃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그저 다른 나무를 죽이는 생태계의 악당이 아니다. 최대 높이가 45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태풍이나 홍수 때 숲이나 건물을 보호하고 풍부한 열매로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128쪽)
누가 함부로, '교살자'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무화과나무가 듣고 있다면 화를 낼 일일 것 같다. 물론, 자연 생태계 안에서 먹고 먹히고, 또 죽고 죽이는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든 모습을 인간은,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기 쉽다. 거대한 자연 안에서 벌어지는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시선으로만 자연을 바라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주인공 담당 피디는 속마음 인터뷰를 할 때 "펜션 뒷마당의 풍성한 목련나무 아래"에 주인공을 앉혔다. 주인공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까만 밤하늘과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니 가슴이 트였다"고 했다.(198쪽)
목련은 진짜 동네만 살짝 걸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어쩌면 흔한 꽃이어서 사람들에게 감흥을 덜 줄 수도 있지만, 목련만큼 탐스럽고 환한 꽃은 또 없을 것 같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묵직한 꽃송이는, 산책의 발걸음조차 무겁게 만들어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만든다. 특히 밤에 보는 목련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고하다. 그러니, 그런 하얀 목련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 무엇일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경험해 보았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이루어질 때 소설은 단지 소설로 머물지 않고 우리 삶의 한 조각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꽃에 대해, 식물이나 나무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고스란히 작품 속 감정과 혼합되며 더불어 마음이 함께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껏 꽃을 따라가며 작품들을 읽어나가보지 못해서, 이런 과정이 어떤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줄 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뜻밖의 새로운 경험이 되겠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찾아, 꽃을 따라가며 함께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무척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