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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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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헨리 딤블비, 제미마 루이스 지음/김선영 옮김. 어크로스. 2026.
_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인간이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인간이 문제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중심으로 지구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은, 어떻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여전히 지구는 언제나 인간에게 모든 것을 희생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희생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연히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떠한 반성도 후회도 없이, 이제는 미래도 없이 지금만을 생각하며 욕심껏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언제나 늘 화가 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반성했다. 결국 이 모든 인간의 삶조차도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아는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부나 지역, 환경의 차이가 결국 어떤 생활을 할 수 있는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을, 지금껏 막연하게만 생각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가끔 속으로 생각했었다. 빈민층이나 낙후된 곳의 사람들의 비만에 대해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혹은 오해하기도 했다. 사실은, 그들이 적절한 영양 갖춘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식품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그래서 정부나 학교에서 공적으로 제공해주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을 얻기 힘들다는 것, 가장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이 식비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인식하게 됐다.
그래서 꾸준히 정부의 변화, 정치인들의 각성, 국가나 사회가 어떤 정책과 경향을 따라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도 환경이나 동물, 기후와 관련한 책을 읽다보면 늘 결론은, 정치나 법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기업과 같은 영향력이 강한 곳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도 결국은, 개인의 문제나 변화로 지금의 위기를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작은 힘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영국 정부에서는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 가지 이유는 영국이 정치철학의 근본 질문 중 하나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가 시민의 사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113쪽)
'유모국가'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아, 그렇기도 하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자는 국가의 관여를 강조하고 있었다.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넘기려고 하는 식품회사, 제약회사의 꼼수를 가만 놔줄 수 없고, 또 국민들의 건강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이 정도의 방대한 연구와 보고서라면, 영국 사회가 움직여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호주와의 협상 이야기를 보면 아직도 여전히, 이쪽으로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구나 싶기도 했다. 저자가 왜 이토록 영국 사회에 답답해하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인간은 자연 안에 있을 때, 야생 공간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정신이 풍요로워지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 인간을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자연계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정확한 동기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자연의 파괴를 멈추고 자연을 풍요롭게 되돌리는 것을 공통의 의무로 삼는 것이다.(150쪽)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자연 안에서의 인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인간의 삶이 전제가 된 자연의 이야기를 할 때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 한다. 분명 자연이 먼저였는데 어느 순간 인간의 생존 능력이 월등히 높아져 자연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은 너무 많다. 물론 모르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인간은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공통의 의무'다. 아무리 인간의 삶이 중요하다 해도 가장 근본적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온, 마법사와 예언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물론 사람들의 생각을 각자 다르다. 다른 생각과 기호, 성향과 가치관을 무조건 한 가지로 통일한다거나 혹은 사회 전체를 채식주의자의 사회로 만들자고 호소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최소한, 다른 사람의 생각에 우선은 귀 기울이고 서로 대화하며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한다고도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니 무조건 아니야, 하는 식으로는 어떤 미래도 희망적일 수 없다. 물론 저자는 지금 어떻게 변화해야 우리의 미래가 이상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책 전반에 걸쳐 내내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 있음을 함께 제시하고 있었다. 어느 사회든 비슷할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을 제대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지구에서 어떻게 함께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