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참 이상한 마음 황인찬 시에세이 2
황인찬 지음 / 안온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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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참 이상한 마음. 황인찬 시에세이2. 안온. 2026.

제목에 이끌린 책이었다. 정말 내 마음을 딱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진짜, <시는 참 이상한 마음>이다. 시를 어떻게 봐야할 지 해석해야할 지 혹은 써야할 지. 이 모든 마음이 참 야릇하고 이상하다. 분명 어려워서 멀리하고 싶다가도 늘 시가 주변을 얼쩡거린다. 아니, 사실은 내가 시 주변을 쭈뼛대며 엉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시집도 좋아하지만 이런 시에세이도 참 반갑다. 내가 엉기는 마음과 혹여라도 비슷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읽다보면 한편으로 안심이 되기도 하니까.
안심이 된다는 말이 요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시인의 시에세이에서 오히려 마음의 안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시읽기에 대한 다독임 혹은 나의 시에 대한 마음에 자극제 같은,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겹치게 될 때, 그 시가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랬던 시를 이 책에서도 발견했다. 박용래의 '물기 머금 풍경 2'와 김상혁의 '영화관'이 그랬다. 시에세이가 마음이 들어왔고, 나의 마음이 시에 들어가면서, 시를 다시 읽게 만드는 대표적인 시였다. 물론, 다른 시들도 나의 읽기 속도를 내내 늦추게 만들었지만.

드문드문 상고머리 솔밭/넘어가는 누런 해/반쯤만 본다./잉잉 우는 전신주/귀퉁이에 매달린 연 꼬리/아슬히 비낀 소년의 꿈도(54쪽_'물기 머금 풍경 2' 중)
영화가 끝나지 않아서, 영화가 점점 더 좋아져서/그대로 앉은 채 이야기에 다시 빠져버리고 말았다/나는 밖에서 그녀의 영화가 끝나기를 기다린다/여주인공이 마지막엔 꼭 잘되었으면/여자를 괴롭힌 마을도 다 불타버렸으면 좋겠다(159쪽_'영화관' 중)

이 두 시는 너무 슬퍼서, 그리고 너무 행복해서, 마음에 오래 남았다. 별 얘기 안 한 것 같은데도, 이렇게 아프게 슬플 수가 있나 싶었고, 또 이렇게 평안하게 행복할 수가 있나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 시는 어른이 되는 일과 '선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시이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한 선물이 결코 마음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사랑이 의지와는 무관하게 좌절되는 방식에 대해, 그럼에도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어떤 정성스러움에 대해, 아주 시니컬하면서도 귀엽게 말하는 시입니다.(47쪽)

'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못하는가?'(김승일) 시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만으로도 확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는 시다.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 그 사이에서 선물에 대해 갖는 마음을 어찌 다르려야한다는 걸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선물' 좋아한다는 어른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 것은 어려운 삶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155쪽)

'세기말을 떠나온 신인류는 종말을 아꼈다'(고선경) 시에 대한 이야기다. 시보다도 에세이의 저 한 문장이 확 와닿았다. '레트로피아'란 용어를 사용하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할 때, 과연 나는 어떤 그리움으로 어느 방향을 향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고 되었다. 우리가 닿고자 지향하는 곳이 실제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동경하게 됨을 염두에 둔다면, 진짜 미래에 상상의 힘을 잃고 우린 과거에 뒤를 돌아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한참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침묵 또한 대화의 방식이라는 점을 빠뜨려서는 안 될 겁니다. 사실 시는 말하기보다 침묵하기를 더 좋아하는 양식이니까요. 불투명한 언어들 사이, 분별이 흐려진 말들 사이에 침묵은 잠시 찾아옵니다. 그 순간에 우리는 그 모든 작고 애매한 말들을 헤아리며 비로소 진정으로 대화하게 됩니다.(10쪽)

침묵의 대화. 시는 침묵하기를 더 좋아하는 양식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침묵이 만들어내는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하고도 감성적인 느낌을 찾아 시 주변을 기웃대는 것이기도 하니까. 시가 갖고 있는 이런 힘이 곧, 이상한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상한 마음이 좋은 것이고. 이런 이상한 마음을 시인이 시로, 그리고 시에세이로 이야기해주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이런저런 감정으로 이리저리 움직여다닐 수 있었다. 참 이상한데 참 기분 좋은 마음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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