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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ㅣ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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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김지현 장편소설. 돌베개. 2026.
책을 읽기 전에도,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책 읽기 전의 궁금증은 책을 다 읽으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아리송하다. 유자는 왜 없다고 하는 걸까. 이 궁금증의 답을 찾아나가봐야겠다.
거제라는 공간이 이 소설에서 중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상대적인 공간으로 서울을 두고 있다. 서울과 거제의 거리감과 그런 거리에서 비롯되는 막연한 동경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서울이란 공간이 가야할 최종적 목표가 되는 듯한, 그 서울이란 공간에서야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혹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외 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지안이가 선생님과 나누었던 상담에서도 당연히 인서울 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안이도 지금의 거제라는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아마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을 다 보낸 이후에는 지금의 이 공간에서 벗어나야지,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 하는 마음. 나의 경우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가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혹은 다른 공간에서 새롭게 새출발을 하고 싶다는 갈망. 하지만 공간이 달라진다고, 환경이 달라진다고 나 자신이 함께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은 내 마음이 어때야할 것인가의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 것일 뿐.
그런 면에서 전학생, 김해민의 행동과 태도에서 그런 마음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지안이나 수영과는 전혀 상반되는 시간을 보내온 아이가 해민이기 때문이다. 지안과 수영이 한 곳에서 지내왔다면 해민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지내왔다는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해민에게는 서울이든 거제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정착하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어찌보면 막연하게 지안이 가지고 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어쩌면 지금의 삶이 너무도 안정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해민에게는 오히려 지금의 삶이 막연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는 보다 확실한 목표를 지니고 있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유자가 없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 유자는 어찌보면 지안의 삶을 대변하는 요소일 것이다. 지안이 살아온 공간의 대표적인 산물이면서, 지안의 부모님의 삶도 그 안에 담겨 있다. 이는 고스란히 지안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지안의 별명으로 쓰이므로 곧 지안 자신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자가 곧 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해민이 계속 전학생으로 불릴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세 아이들(혹은 이재희를 포함한 네 사람)은 모두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한다. 자의든 타의든 온전히 자신으로 봐줄 수 있는 이름을 찾아 그 이름에 맞는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매사 진지했다. 어쩌면 이 소설의 제목은, 그런 이들의 노력을 보여주려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아나가는 과정. 지안이 고래뱃속과 같은 터널을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 해준 존재들과 그런 지안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력일 것이다. 그러니, 유자가 없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