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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ㅣ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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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면서 읽었다. <금오신화>를 한 번도 꼼꼼하게 완독해본 적이 없었다. '만복사저포기'나 '이생규장전'을 띄엄띄엄 읽고 다루기만 했을 뿐, 이렇게 천천히 음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취유부벽정기'나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도 요점정리로만 알고 있었을 뿐, 진짜 작품은 이제야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반성 많이 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지도 새삼 느꼈다. 고전을 통해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요즘 작품을 통해 갖게 되는 마음과 다르다. 그걸 이번 독서를 통해 느꼈다.
당연히, 어려웠다. 한문소설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고 또 낯선 방식의 소설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 작품 해설에서와 같이 특히 삽입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설이어서 더욱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시의 내용이 분명하게 와 닿지는 않는다. 맥락과 주석의 설명, 그리고 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런 의미일 것이라고, 그런 분위기일 것이라고 하는 정도로 감만을 잡았을 뿐이다. 현대시도 시는 무조건 어렵다. 어렵다고 생각해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는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전달하는 장르이다보니, 시를 통해 전달하려는 감정과 마음, 생각과 통찰을 쉽게 얻을 수 없었다. 물론, 정확한 의미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그 느낌은 전달받을 수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시의 편지를 쓰고, 어떤 마음으로 시의 노래를 불렀을 것인가는 아무리 시를 어려워하더라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또한 시가 갖고 있는 매력일 수 있다.
그리고, 김시습이란 작가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었으며, 무엇을 작품을 통해 말하려고 했는지도 분명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가로서의 뛰어난 감각도 갖추고 있다. 솔직히 이전부터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생규장전'을 보면서도 어쩌면 이리도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곤 했었다. 이번 독서에서도 뭐니뭐니해도 제일 재밌고 흥미로웠던 작품은 '이생규장전'이었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작품이면서도 또한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든 작품이어서 더 마음이 가는 사실이었다. 분명, 종교적인 색채를 갖고 있고 또한 자신의 사성적인 면을 작품에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시의 작품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면이었다. 헌데 작품 해설에서 유불도교에 대한 작가의 관점과 태도를 설명해주니, 더욱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연, 김시습은 어떤 인물인 걸까.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삶을 산 것일까. 궁금해졌다.
낭만적이란 생각을 했다. 물론 고전 작품들에서 엿보이던 당시 선비들의 풍류하는 것이 대체로 달, 술, 시와 함께인 경우가 많아, 당연히 이 작품들에서도 이 조합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전기소설(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로서의 전개는 단연, 꿈에서 혹은 밤에 달빛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그 환상적인 분위기가 더 잘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도 이 작품들에서는 그런 환상의 이야기, 꿈만 같은 이야기, 하지만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한 내용이 너무도 다채롭게 담겨 있었다. 특히 남염부주나 용궁에 간 이야기는 아예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보니, 부벽정에서 선녀를 만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환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현실에서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 사회적으로 발생했는지는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의 여인들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결국, 이 여인들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항상 이런 화는 여인들에게 주로 닥치는 것일까, 씁쓸하기도 했고. 과거나 현재나 늘 이런 어려움은 약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건, 단순히 우리가 이런 고전을 과거의 이야기로만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맞닿아 있음을 알게 하고, 또 생각거리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고전이 그저 과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까지도 함께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오랜만에 감동을 받았다. 고전을 읽는 재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왜 '천년의 우리 소설'이라고 하는지, 읽고나서 제대로 느꼈다. 아무래도 우리 고전을 다시 읽어나가야겠다. 좋은 자극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