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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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도 가고 싶다, 였다. 석 달 동안의 여행, 단 누군가와 함께 갈 수 없고 반드시 혼자 가야하는 여행. 여행이 진행되는 배 위에서 누구와도 사랑을 나누면 안 되고, 철저히 '고독'한 여행을 즐겨야하는 여행.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가고 싶은 이유가 세계 일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독'에 있다는 것이다. 혼자의 시간, 고독한 시간을 오로지 자신의 시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이 있었다. 물론, 소설 속 인물들처럼 무언가의 상처를 받았다거나 혹은 사랑에 실패하고 아파서, 그런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많은 사람들과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런 삶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가 때론 힘들고 지치게 할 때가 있다. 내 마음과 달라서 혹은 오해가 생겨서,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자신이 자신이 아닌 모습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을 때, 도망치듯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게 된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는 소설 속 인물들이 사랑에 실패하고 혹은 상처를 받았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겼고, 그런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펠리시타 호'를 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펠리시타 호를 타고 싶은 것이다.
물론 책임자는 잘 몰랐던 것이다. 사람이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런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당연히 감정이 생기고, 그런 감정을 서로 주고받으며 그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통해 부당한 지시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많은 시간들을 펠리시타 호의 책임자로 지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그것을 깨닫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어떤 생각과 판단이 옳은 것인가,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이 어때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마음이 다시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인가를, 책임자도 결국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이 펠리시타 호를 타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규칙을 들이밀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떠오른 단어는 '관계'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일들은 결국 쌓이고 쌓여 관계가 된다는 것. 서로 전혀 다를 것 같은, 그래서 만나고 또 마주칠 이유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났다. 특히 배라는 공간은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없으므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계속 만나고 마주칠 수밖에 없다. 물론 세계 일주의 특성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그 도시를 탐험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어쩌면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익숙한 사람들과의 삶을 배 안에서 살다가, 잠깐 낯설고 흥미로운 시간을 새로운 도시에서 경험한다. 그리고는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이 있어야 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물들은 이런 반복을 통해, 진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은 아닐까. 진짜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이런 방식을 통해 경험하며 스스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펠리시타 호가 존재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혼자 짐작해봤다.
그래서 이 배를 더 타고 싶어졌다. 여행에 진심은 없다. 때론 조금 귀찮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알고 관계를 만들고 나의 삶을 찾는 데에는 진심이다. 어떤 삶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의 답이 필요할 때, 펠리시타 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펠리시타 호에서의 여행을 함께 한 기분이다. 이들과 함께 석 달 간의 시간을 함께 여행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나도, 나의 답이 무엇인지를 찾을 차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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