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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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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무엇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렵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것이다. 그걸 지금의 이 나이, 시기에도 잘 모르기가 쉽다. 어느 정도의 적당히로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은 잦은 실패와 좌절의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안 된 결과만을 탄식하지 그 과정이 어땠는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 과정에서의 문제일 때가 더 많은 법인데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나의 악기를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어떤 과정을 겪고 또 어떤 힘겨운 싸움을 이겨야만 도달하고자 하는 위치까지 갈 수 있는 걸까.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로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겪고 버티는 것이 어렸웠을 거라는 것도.
"첼로 현의 장력이 엄청나거든요. 그 힘을 버티는 게 버거웠을 겁니다."(30쪽)
보통,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떤 것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를 결심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대부분 청소년 시절이다. 어른들은 쉽게 말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곧 청소년 시기를 그 되고 싶은 것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진짜, 이게 당연한 것이 맞나?
악기사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버티는 것은 버거운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무조건 버티라고 한다. 버텨야 된다고 한다. 인혜에게 또 연수에게 그래야한다고 강요했던 것처럼. 하지만 이렇게 계속 엄청난 힘을 버티다보면, 보거워 휘게 되어 있다. 그렇게 휘어 못 쓰게 될 수 있다. 과연 이게 옳은가?
내가 정말 첼로를 좋아하기는 할까.(33쪽)
인혜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정말, 첼로를 좋아하는 것인지, 첼로가 좋아서 이 모든 것을 버티며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주변의 도움이 있더라도 소용 없는 것이다. 결국 자기 스스로 답을 찾고 그 답을 갖고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만, 진짜 성장이 가능한 것이고 또한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기존의 어른들은 알려주지도 않을 채 강요만 하는 것이다. 마치 어른들은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아이들은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으로서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과연, 아이들은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을 하는데, 과연 어른들은 그런 노력을 알기는 하는지, 혹은 그런 노력을 응원하지는 못하고 그저 윽박지르거나 어른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고집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아이들이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낼 줄 알게 된다는 것일텐데, 과연 인혜가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들의 말과 기대만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과연, 충분히 잘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눈을 감고, 주머니 속의 브릿지를 감싸 쥐고, 인혜는 오랜 고민에 마침표를 찍었다.
할머니, 그래서 나는 첼로예요.(194쪽)
그런 의미에서 첼로 3인방의 결정이 놀랍도록 반갑고 고마웠다. 연수가 반도네온을 선택하게 되는 것도, 대호가 실용음악에 뜻을 품게 되는 것도, 그리고 인혜가 결국 첼로를 결정하게 되는 것도, 모두 누군가의 영향이나 혹은 강요, 기대와 의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아닌, 스스로가 자신을 잘 알고 또 어떤 결정이 후회가 없는 것인가를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것들이어서,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을 속에 마음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던, 어른이 있었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무척 소중한 인연이었던 것이다. 인혜의 할머니가 인혜에게, 대호와 연수에게, 그리고 엄정현 선생님과 주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살펴보면, 결국 자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로서의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이 모든 결심과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 것인가의 답도, 이 소설을 읽으며 얻게 되는 것 같다.
휘어진 브릿지를 보며 인혜는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 브릿지처럼 휘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단하게 잘 지탱해나가야겠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스스로 강력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쓸모 없는 브릿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브릿지처럼 휘기 전에 자신을 잘 들여다보며 단단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게 어렵지만 그래도 해 보려고 한다고. 사랑스러워야만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사랑은 의지이고 결심이기도 하다고.(...)
인혜가 사랑하며 살아가길(191쪽)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