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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
김영탁 지음, 엄주 그림 / 안온북스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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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라보던 섬, 그리고 그 섬의 바깥. 그 밖을 향하고 있던 뽀족했던 눈이 둥글둥글해질 때까지, 그리고 입에 긴 호스를 물기까지. 한 사람의 삶에서 바다는 육지가 되었다가 다시 바다가 된다. 그리고 그 바다 너머 섬이 한 세계가 되는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런 바다를 늘 마음에 품는다. 그 마음이 무엇일까. 어떤 마음으로 한평생의 마음에 바다를 품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여러 번 곱씹으며 읽었다. 쉽지 않았다. 바다와 그녀 사이의 거리가 멀었다 다시 좁아졌다 다시 섬으로의 길을 막는 바다의 변화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그녀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완벽히 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우물에 바다를 채우려 했을지, 그 과정 속에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지 예상할 수는 있었다. 그 우물에 바닷물이 채워지며 바다의 높이가 낮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힘과 고통과, 그리고 희망과 기대와 간절함과 사랑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실 수도 없는 짠 물이지만 마른 우물에 채우는 것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삶의 여정이었을 것이다. 나르고 나르고, 또 나르며 그렇게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며, 그녀가 향하고 있던 섬은 점점 그녀의 삶에서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바다가 육지가 되어 섬에 갈 수 있었다. 그 섬 너머를 볼 수 있었다. 해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섬에서, 그리고 그 너머까지의 삶을 향해 나아갔을까. 해마가 그녀의 왼쪽과 오른쪽 어깨에 늘 자리잡고 있고 그 해마를 내내 보살피는 그녀에게, 그 섬의 세계는 그저 세계일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만 있을 뿐. 그러면서 또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되고 육지는 다시 바다가 되고, 다시 바다가 된 그 바다를 여전히 마음이 품으며, 그 바다를 보지 못하는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바다를 빌려오는 것 뿐.
한 여인의 생의 주기가 연상됐다. 어린 시절의 그녀, 그녀의 성장과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마주한 세상과 또 다른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내면서 서서히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들, 그리고 그 생의 마지막, 그 마지막을 지켜주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바다와 섬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신이 말 딛고 살고 있는 섬, 그리고 육지. 그 육지로 인해 도달하게 된 섬, 하지만 또 다른 섬에 대한 그리움, 발끝에 닿았을 파도의 느낌마저도 그리움이란 단어 안에 모두 담아내는 수밖에 없었을 그녀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됐다.
"여자가 말수가 적은 건 긴 세월 너무 많은 혼잣말을 바다에 건넸기 때문이다.
여자가 뱉어낸 힘든 말과 더 힘든 말, 어쩌다의 즐거운 말까지 모두 바다가 들었다."
그녀가 바다에 토해냈던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삶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삶이 바다와 함께여서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한다. 그녀가 가진 많은 기대와 꿈, 그리고 어른이 되고 또 나이를 먹으면서 얻게 된 수많은 생각과 판단들은 또다시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또 다른 동경을 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시간을 다 지나온 그녀에게 딸은, 작지만 큰 바다를 선물한다. 그녀가 바다를 통해 담아 안으려했던 마음을 마지막까지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마음이 딸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졌다. 바다가 품고 또 바다에 기대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