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모든 '사이'에 평화!"

작가의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든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야기는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그림책을 좋아한다. 처음 시작은 우연히 듣게 되었던 그림책 연수가 시작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셨던 강사님의 그림책 읽어주기 매력에 푹 빠져 지금껏 수많은 그림책을 사모으고 있다. 물론 혼자 보지 않는다. 교실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통해 대화하고 생각하며 비판과 함께 사회를 보는 시선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쉽게 갖게 되면서도 없애기 어려워하는 선입견이나 편견도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나눌 수 있다.
나와 그림책으로 대화하는 아이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게 그림책이라고요?' '이걸 어린 아이들이 읽는다고요?' '이거 아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무서운 거 같아요.'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만 읽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책 또 읽어주세요.' 곧 수능을 준비하고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마저도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쉬는시간, 그림책을 고르러 교무실로 달려온다. 그럴 때 그림책에 쏟아부는 나의 돈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게 아이들과 그림책을 옆구리에 끼고 교실로 간다.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가 쉽게 읽혔다고 하면, 작가님이 서운해 하실까, 아니면 안심하실까. 그림책을 통해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차게 되는지, 그 느낌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림책 한 권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의 가지가 너무도 가깝게 느껴졌다. 누군가는 그림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림책만큼 명확하고 확실하게 주제를 전달하면서, 그림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후 가장 빠르게 생각의 시간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책이 매력적인 것이고, 그림책 사랑을 멈출 수 없다.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여러번 읽어 마음에 와 닿았던 그림책도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읽어야 할 그림책 목록에 추가하게 된 책도 있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생각했다. 그림책의 세계는 이렇게 넓고 깊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가 책 속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고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을 통해 꼭 무언가를 얻으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책을 대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분명 얻어야 하는 것이 있음에도 얻으려 하지 않는 태도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런 불편함이 이 책을 읽으며 해소가 되는 듯하다.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너무도 강렬하게 공감이 되었던 우리네 '사이'의 이야기를 이토록 명쾌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림책을 가까이 두어야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
정연진 지음 / 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도, 철인3종, 체조, 크로스핏, 클라이밍. 솔직히 저자의 '반려 운동'들은 쉽게 '나도 해봐야지'라는 마음을 먹기에 어려운 종목들이다.
철인3종, 말만 들어도 허걱. 실내수영장에서 자유형으로 한 번 벽을 찍고 돌아오기에도 숨이 헐떡거려지고, 자전거로 평지만 달려도 엉덩이와 허벅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마라톤은 그저 달리기 10분만으로도 금방 숨이 끊어질 듯 얼굴이 벌게져서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역도가 이렇게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흔히 올림픽이나 선수들의 공식 경기만을, 그것도 TV로만 접하던 종목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모든 것을 해보고 싶다, 해볼까, 하는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고 그 다음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 저자의 삶은 꼭 운동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삶의 순간들에서 생각하는 것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고, 그 실천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줄 아는 삶이었다.
그리고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은, 자신의 몸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 의도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만들어지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운동을 통해 변하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 근육과 힘을 온전히 느끼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기분일까. 당장 우리집 문틀에 철봉을 매달고 싶어졌다.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역도인이 된 이야기다. 물론 피아니스트와 역도인 둘 사이의 어울리지 않는 연관성에 흥미가 생길 수도(실제 나도 책을 막 펼쳤을 때 탄성을 내뱉었으니까.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각각의 이미지가 제대로 선입견에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너무도 당연히 저자가 피아니스트에서 역도인이 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저자는 '뭐든' 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러면 너무 저자에 대한 예찬이 되려나.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글 속에서, 지금까지의 삶 속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자자의 '반려 운동' 덕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래서 '반려 운동'이 필요하고 좋은 것이구나. 저자는 이후에 과연 또 어떤 '반려 운동'을 하게 될까. 나도 저자와 같은 운동(사실, 자신이 없고) 아니고도 나를 지킬 수 있고 또한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반려 운동'을 다시 찾아야겠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기대되고 괜히 설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1976년부터 1989년까지의 이야기와 1995년부터 2013년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한편으로는 아프고 슬펐고,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어느 부분이 슬펐냐고, 또 어느 부분이 따뜻했냐고 물으면 콕 집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냥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슬픔과 아픔, 그리고 따뜻함과 용기, 그 사이를 오고간 듯한 느낌니다. 마지막 작가의 2021년 말을 읽으며 "그만 쓰자 끝."하는 말 속에 뭔가 '이번엔 여기까지!' 하는 단호함도 함께 느껴졌다.

그때 공기로 변하는 쪽을 택했던 물은 비로소 그것이 이것이냐 저것이냐 양자택일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모래 속으로 자취 없이 사라져 죽음을 맞이했던 다른 부분은 바로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죽어 떨어져나가야 했던 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거야.(170쪽/'H에게-모든 물은 사막에 닿아 죽는다' 중에서)

심장이 저릿해지는 이야기였다. 삶과 죽음의 선택 속에서 사람은 늘 '삶'을 생각하고 '죽음'을 경계한다. 시인은 과거 '죽음' 속에서 살았다고 고백했고, 그 '죽음'에서 시가 나왔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시인에게서 이제 '죽음'이 떨어져나가는 이야기가 곧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인의 1998년 이야기였고, '삶'을 이야기했던, '삶' 속에서 어떻게 '죽음'을 나누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던,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사막 앞에 도달한 물과 같은 심정으로, 나의 선택을 가늠해 보았다. 과연 나는...

시인은 미국 아이오와에서의 3개월 시간이 값진 경험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돌려 세우고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지 궁금해졌다. 빨리 '어떤 나무들은-아이오와 일기'를 읽어야겠다. 지체할 마음이 없다. 그저 시인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마음 벅찰 것 같은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을 찾아서
앨리스설탕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책 표지를 넘기면서부터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던 책이다.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이런 책이 탄생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미 두꺼운 책 두께와 묵직한 하드커버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안의 내용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외부적인 모습 못지 않은 대단함이 책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나의 세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르고는 도저히 어린 시절을 잘 보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종종 우리의 '앨리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런 앨리스의 이야기가 이렇게 모여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마냥 떨리고 설레는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책을 여러 번 다양한 방법으로 읽었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러스트에 집중해 책장을 넘기며 끝까지 읽었다. 그 다음은 각 일러스트 작가의 이야기와 초판본에 대한 설명을 꼼꼼하게 읽으며 읽어나갔다. 마지막에는 다시 그림을 찾으며 읽었다. 이 중 나만의 '마이 패이버릿 앨리스'는 무엇일지, 그리고 이미도 나의 앨리스로서 익숙한 이미지는 무엇일지를 찾으며 읽었다. 뭔가 책을 제대로 읽어낸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지면서, 책을 다 읽고 다시 앞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다 읽고 나서는 이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를 다시 봐야지. 그리고 또 다른 나만의 '앨리스'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각 시대와 나라마다 각자 '앨리스'를 떠올리는 방식은 달랐다. 일러스트 작가들만다 '앨리스'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느낌은 모두 달랐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이렇게나 많은 수십 가지의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작가들마다의 자기식대로의 해석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드러나는 것도 재미있었다. 어찌보면 그저 어린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작은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뭐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앨리스'라면 기꺼이, 반드시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앨리스'를 통해 어른으로 성장했고, 또한 그 어른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이 오랜 시간동안 우리 곁에, 이리도 진지하면서도 낭만적으로 지켜주고 있는 '앨리스'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이런 고마운 책을 통해 오랜만에 눈이 반짝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지.
이 책을 읽고 기분이 좋아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리스트 - 끝나지 않은 팔레스타인 이야기 만만한 만화방 3
원혜진 지음 / 만만한책방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에게는 미래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주체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가르는 잣대을 깨우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에게는 평화가 깃든 사회 속에서 마음껏 자신을 뽐낼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고통과 공포, 모든 아픔은 어른이 감수해야 한다. 어린이가 이 모든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나가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다 소용없는 외침이다. 그들은 거센 폭력과 죽음의 공포가 삶 전반에 퍼져 있으며, 인간다움을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는 엄혹한 현실 속에 놓여 있다.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어디에서도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미래를 잘라 다시는 어떤 삶도 꿈꿀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는 곳이 지금의 팔레스타인이다. 이들의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는 힘들고도 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이여, 우리에게 평화를 허락하소서!'
오래 전 올리브나무에서 노래하던 검은 새 필리스트가 다시 돌아오기를, 평화로운 노랫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있을지. 이 무거운 이야기를 우리 몫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깊이 공감할 수는 있을지. 하지만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그들을 잊지 않는 것, 그들의 외침을 귀기울여 듣는 것, 그들에게 그들의 온전한 삶과 미래, 권리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같은 목소리를 내줄 줄 아는 것, 그들의 어머니나무에 싹이 트고 열매가 맺을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다해 간절히 바라는 것이지 않을까. 그들에게 다시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 이웃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아가야 할 세상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공존과 공감 속에 함께해야 할,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리나와 파디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나탄이 올리브나무를 찾아 걷고 또 걸으며 드디어 스스로를 찾아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걸음을 걸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이미 우리가 과거에 거쳐왔던 역사를 그들은 더 참혹하고 더 잔인하게 현재형으로 겪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무섭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이야기이다.
'인샬라' '알라후 아크바르'
우리는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감히, 사람이 사람을 차별의 목적으로 무참히 짓밟을 권리는 없다.

읽고 생각하고 또 읽고 생각했다. 되풀이할수록 점점 화가 났다. 그리고 이 화를 건강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당하고 마땅한 분노를 낼 줄 알아야 하고, 그런 분노의 목소리를 충분히 소리 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문득 떠오른 단어가 '연대'.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문 채 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알고 알리고 또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 멈추지 말고, 이 사회와 역사를 알고 또 알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