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가뿐하게 드는 여자
정연진 지음 / 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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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철인3종, 체조, 크로스핏, 클라이밍. 솔직히 저자의 '반려 운동'들은 쉽게 '나도 해봐야지'라는 마음을 먹기에 어려운 종목들이다.
철인3종, 말만 들어도 허걱. 실내수영장에서 자유형으로 한 번 벽을 찍고 돌아오기에도 숨이 헐떡거려지고, 자전거로 평지만 달려도 엉덩이와 허벅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마라톤은 그저 달리기 10분만으로도 금방 숨이 끊어질 듯 얼굴이 벌게져서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역도가 이렇게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흔히 올림픽이나 선수들의 공식 경기만을, 그것도 TV로만 접하던 종목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모든 것을 해보고 싶다, 해볼까, 하는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고 그 다음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 저자의 삶은 꼭 운동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삶의 순간들에서 생각하는 것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고, 그 실천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줄 아는 삶이었다.
그리고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은, 자신의 몸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 의도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운동을 하며 만들어지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심장을 뛰게 했다. 그리고 운동을 통해 변하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 근육과 힘을 온전히 느끼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기분일까. 당장 우리집 문틀에 철봉을 매달고 싶어졌다.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역도인이 된 이야기다. 물론 피아니스트와 역도인 둘 사이의 어울리지 않는 연관성에 흥미가 생길 수도(실제 나도 책을 막 펼쳤을 때 탄성을 내뱉었으니까. 그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각각의 이미지가 제대로 선입견에 편견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너무도 당연히 저자가 피아니스트에서 역도인이 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저자는 '뭐든' 될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러면 너무 저자에 대한 예찬이 되려나. 하지만 이런 자신감이 글 속에서, 지금까지의 삶 속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자자의 '반려 운동' 덕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래서 '반려 운동'이 필요하고 좋은 것이구나. 저자는 이후에 과연 또 어떤 '반려 운동'을 하게 될까. 나도 저자와 같은 운동(사실, 자신이 없고) 아니고도 나를 지킬 수 있고 또한 나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반려 운동'을 다시 찾아야겠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기대되고 괜히 설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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