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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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1976년부터 1989년까지의 이야기와 1995년부터 2013년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한편으로는 아프고 슬펐고,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어느 부분이 슬펐냐고, 또 어느 부분이 따뜻했냐고 물으면 콕 집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냥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슬픔과 아픔, 그리고 따뜻함과 용기, 그 사이를 오고간 듯한 느낌니다. 마지막 작가의 2021년 말을 읽으며 "그만 쓰자 끝."하는 말 속에 뭔가 '이번엔 여기까지!' 하는 단호함도 함께 느껴졌다.

그때 공기로 변하는 쪽을 택했던 물은 비로소 그것이 이것이냐 저것이냐 양자택일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모래 속으로 자취 없이 사라져 죽음을 맞이했던 다른 부분은 바로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부터 죽어 떨어져나가야 했던 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거야.(170쪽/'H에게-모든 물은 사막에 닿아 죽는다' 중에서)

심장이 저릿해지는 이야기였다. 삶과 죽음의 선택 속에서 사람은 늘 '삶'을 생각하고 '죽음'을 경계한다. 시인은 과거 '죽음' 속에서 살았다고 고백했고, 그 '죽음'에서 시가 나왔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시인에게서 이제 '죽음'이 떨어져나가는 이야기가 곧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인의 1998년 이야기였고, '삶'을 이야기했던, '삶' 속에서 어떻게 '죽음'을 나누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던,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사막 앞에 도달한 물과 같은 심정으로, 나의 선택을 가늠해 보았다. 과연 나는...

시인은 미국 아이오와에서의 3개월 시간이 값진 경험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돌려 세우고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지 궁금해졌다. 빨리 '어떤 나무들은-아이오와 일기'를 읽어야겠다. 지체할 마음이 없다. 그저 시인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마음 벅찰 것 같은 느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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