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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감염병의 시대를 지나면서 이전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듯 보였다. 아무래도 언론이나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고, 관련 책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진짜 관심이 많아진 것이 맞는지, 그 관심이 실제 환경과 지구를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현재 우리나라가 환경에 대해 어느만큼의 대책과 방향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학교에서도 기후, 환경과 관련해서 많은 공문이 오고 있고, 각종 행사 및 대회, 관련 연수와 캠페인, 학생 활동 등이 추진되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를 이끌고 나갈 정책이나 국가의 장기적 계획은 적절하게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맞는지, 궁금해졌다. 궁금하다는 얘기는 아직까지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뜻이겠지.
저자의 말대로 결국 환경과 경제, 그리고 정치는 강한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으며, 그 연결고리 안에서 어떤 저울질을 통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놓을 지, 그 관계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예전에 <한국 탈핵>(김익중, 한티재)에 대한 사제동행 프로그램으로 저자 강연을 학교 학생들과 함께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환경이나 핵(원자력), 에너지 등에 대해 알아야한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던 때였고, 그런 면에서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과 저자의 강연 내용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가득했었다. 어쩌면 저때, 혹은 그 이후에도 환경과 관련해서는 정책을 추진하는 특정 분야 관계자, 전문가들이 알아서 추진하고 실행하는 문제이며, 그들의 평가와 판단을 신뢰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문가라면 믿을 만 하겠지, 하는 생각.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이후,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들과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의 지구 환경을 통해 제대로 실감하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환경은 누군가에게 맡기고 나몰라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 결국 누군가의 힘에 의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 나 먼저, 나로부터 시작되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기후 변화도 아닌 기후 위기라는 말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대안을 충분히 고려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등, 이런 저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솟아나게 만든 책이었다.
실제로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사회의 공고한 체제와 맞서는 도전이었다. 환경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할수록 지금 나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통째로 포기해야 한다는 무거운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8-9쪽)
이게 참 아이러니라는 생각을 했다.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생명과 삶에 직결되어 있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결국 기존 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맞서 싸워야 하는 식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가 말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 체제와 더불어 한목소리로 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껏 우리가 너무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왔고, 이로 인해 환경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고 넘겼던 부분들, 무지했거나 혹은 쉽게 눈감으려 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걸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이제는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지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불안이 큰 위협일 테지만, 당장 불안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미래의 불안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 간접적으로 입고 있는 취약 계층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기에는 그 일상이 너무 버거운 것이다.(81쪽)
그래서, 이 부분에서 아! 하고 무릎을 쳤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를 변명해보자면, 우린 사회 전체가 불안한 오늘을 살 수밖에 없는 나라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지금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다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제는 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물론, 이미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늦었다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니,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게 더 나쁘다.) 그러니 이제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해야 할 때. 알기만 하고 하지 못한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일방적인 강요로 가능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바꾸려 하는 것만큼 촌스럽고 아둔한 짓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바로 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관점을 갖게 하는 종착점까지 잘 안내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108쪽)
문명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숱한 인위적인 것들의 시작과 끝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자연과 인간, 환경과 문명은 모두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늘 되새겨야 한다. 모든 것은 어디론가 가게 되어 있다는 말은 결국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145-6쪽)
우리가 살면서 꼭 해야 할 것과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분해 본다고, 환경 문제는 당연히 전자쪽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모두의 공감을 얻는 것부터 시작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누렸던 모든 것들에 이제 환경이라는 필터를 껴서 바라보자. 그리고 그 필터에 걸린 문제들을 볼 줄 아는 시선과 관점을 갖자.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처음 시작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