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딩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평점 :
상실과 아픔, 그리고 마음에 상처가 난 사람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다시 살아내기 위해 가져야 했던 다짐은 무엇이었을까.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참아야했던 마음이 어떠했으며, 비어버린 이들의 마음을 다시 채우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살아있음을 위해, 혹은 자신의 삶을 잃지 않기 위해 이들이 보냈던 신호들은 무엇이었으며, 그 신호들이 닿을 수 있었던 지점은 어디였을까. 그리고 그 신호들의 끝에서 돌아와 이들에게 닿은 인사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들이 다시 숨쉴 수 있도록 도와준 것들, 사람들은 또 어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다 읽고, 책을 덮고, 이 소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보라고 하듯, 이 소설에 대한 질문을 떠올려봤다. 계속 해보라고 하면 조금 더 질문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이 소설과 소설 속 이들의 모습이 만들어 내는 생각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그만큼 이들의 삶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고. 이런 저런 생각들로 그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뜻.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 이 다섯 이들이 품고 있는 마음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무게가 있기 나름이지만, 이들에게 얹혀진 무게는 자신의 무게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감당이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혼자 힘으로 그 무게를 품고 한 걸음 걷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 힘겨운 걸음을 꾸역꾸역-사실 이 단어가 갖고 있는 버거움의 느낌이 딱, 알맞은 표현인 듯 느껴진다-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그 힘듦을 오롯이 제 스스로의 힘만으로 짊어지고 나아가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가능했지만.
불가능했던 게 맞는 것 같다. 사실, 이들은 처음부터 혼자 떠안기에는 너무도 큰 마음들을 안고 있었음에도, 어디에서 어떻게 그 마음들을 나누어야 할지, 내려놓아야 할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누군가 없이 혼자, 외롭게, 꿋꿋하게, 그러면서도 힘겹게 꾹꾹 눌러담기만 했을 뿐. 그러니,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런 이들이 결국 만났다. 그리고 연결되어있음으로 이들은, 마음의 무게를 조금씩 나눠가지며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다시 내딛을 수 있었다.
서핑을 하면 딩 나는 건 당연한 거니까.(85쪽)
그건...... 내가 오늘도 파도에 뛰어들었다는 증거니까.(86쪽)
보드에 난 상처, 딩. 이 소설의 제목이 왜 <딩>일까를 생각해 봤다. 결국 상처라는 거.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거. 그리고 그 상처는 내가 무언가 했을 때에만 생긴다는 거. 그러니, 상처는 당연하다는 거.
주미가 영식의 품에 안겼을 때, 영식이 쑤언과 함께 살기로 했을 때, 지원 아버지의 장례식에 주미가 찾아갔을 때, 쑤언이 계단에 귤을 내려놓았을 때, 지원이 주미에게 연락했을 때, 영식이 재인을 깍두기시켜 줬을 때, 그리고 주미가 재인을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했을 때. 이 순간들이 이어지고 쌓여, 이들이 숨쉴 수 있게 되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작은 순간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심장을 뻐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딩 나는 건 당연하다는 P의 말을 자꾸 곱씹게 된다.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처임을, 나 스스로 반복적으로 되뇌는 중.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