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모국어
권여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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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술꾼들의 모국어라니. 모국어란, '자기 나라의 말. 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이 고국의 말을 이를 때에 쓴다.' 혹은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거에서, 자기 민족의 언어를 국어 또는 외국어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술꾼들에게는 따로 술의 나라에서 쓰는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술의 민족만의 언어를 상대적으로 지칭하는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 너무 궁금했다. 왕년에 '주당'이라 불렸던 나로서는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술과 술자리, 그리고 안주에 대해서는 나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작가에게 난 상대도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수 앞에 하수도 안 되는. 안주에 대한 철학도 부족했고, 지금도 여전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작가 앞에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미 손 들어 항복한 채 작가의 고수의 자질을 따라가며 감탄만 할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작가만큼이나 먹는 것에 진심이지 않다. 무언가를 먹게 되면 먹는 것이고, 또 딱히 먹지 못할 경우라면 못 먹어도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이 더 크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지만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고, 현재는 그렇다. 그러니 작가의 음식(아니, 안주)에 대한 철학에 대해 그저 놀라며 따라 읽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느낀 것이 있는데, 난 작가만큼 먹는 것에 부지런하지 못하다. 솔직히 어느 시점 이후부터 먹는 것이 귀찮고 또한 먹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무척이나 귀찮아 최대한 조리법을 단순화하고 빠르고 간편하게 후딱 해치우는 방식으로 의식주의 '식'을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공부와 음주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리 미리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118쪽)

맞는 말이기도 하다. 뭐든 부지런히 미리 준비해야 결과가 좋아진다. 그래서 작가는 늘 언제나 술과 함께 할 안주를 상시 준비해놓는다. 말로는 별로 어렵지 않다고 한다. 마치 이 글대로만 하면 가볍게 뚝딱뚝딱 몇 번으로 훌륭한 안주가 짜잔, 하고 만들어진다는 거다. 하지만 안다.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제 여러 번 해보면 쉬워질 수도 있지만, 당장에 그렇게 할 마음을 먹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마음을 먹지 않으면 뭐든 안 될 일인데, 하물며 이리도 귀찮은 안주 준비가 쉬울 리가 없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존경스러울 정도다.

마지막으로 게다리를 넣어 구수한 단맛이 도는 무된장국을 한술 떠먹는다. 그러면 내 혀는 단풍잎처럼 겸허한 행복으로 물든다.(152쪽)

누군가 지인이 말했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 사람은 사는 것이 아니겠냐고. 많이 먹으면 맛있지 않다고. 적게 먹으며 각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는 법이라고.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저 '행복'의 감정이 이런 먹는 즐거움과 비슷한 말이지 싶다. 먹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어찌보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어쩌면 매번 먹고 싶은 것이 딱딱 떠오르냐고. 그랬더니 상대 배우가 말했다. 악상 같은 거라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고. 이 대사들을 들으며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배우가 바로 이런 즐거움을 스스로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이 매우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법인데. 이렇게 내가 가진 시간을 채우는 술과 안주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법인데. 음식과 행복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음식(혹은 안주) 중 공감이 가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 '마른 오징어 튀김'. 이건 외할머니와 엄마로 이어지는, 대를 이은 추억의 음식이다. 작가와 달리 다행히 어린 시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늘 튀김 요리 장소는 마당이었다. 오징어를 충분히 물에 불리고 불은 오징어에 튀김옷을 입혀 한번, 또 한번을 튀겨내면 바삭아삭한 맛있는 튀김이 완성되었다. 주변에 기름이 튀는 부담 없이 마음껏 조리할 수 있었고, 그런 마당의 엄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튀김을 하나씩 미리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날 큰 기름방울이 튀어 볼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어머니는 그것을 핑계로 마른 오징어 튀기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다시 마른오징어를 구워 먹는 원시시대로 돌아갔다.(193쪽)

아쉬웠겠다. 마른 오징어 튀김을 먹어보면 그 매력에 금방 빠질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보통 귀찮은 것이 아니니, 나도 알고는 있지만 한번도 해본 적은 없는 음식이다. 물론 누가 해준다면 그 옆에서 날름날름 받아먹을 수는 있겠지만(물론,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결심 중이기는 하지만).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해줬던 것처럼, 엄마가 우리에게 해줬던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기도 하다. 꼭 술과 함께가 아니어도 말이다.

가끔 질문을 받는다.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그럴 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없는 말투로 대답한다. 풀때기? 작가는 각 계절마다 분명한 좋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그런 분명함이 없다. 자신도 없고 또 부지런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이런 작가가 더 부러웠다. 어떤 음식을 그것도 술과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에 소신이 분명했으니까.

술이 뭐 어때서? 개인적으로 작가가 술에 대한 사랑을 내내 작품에 써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긴다. 좋은 것이 있고 그 마음이 충분하다면, 그 충분한 마음을 담아 좋다고 써 주는 글을 읽고 싶어진다.
나도 월급날마다 먹는 좋아하는 음식 하나 정해봐야지. 그 음식의 맛과 기억으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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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소로 -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
존 캐그.조너선 반 벨 지음, 이다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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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최근 소로와 관련한 책을 연달이 두 권 읽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터의 소로>. 다른 책에서도 소로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쉽게 공감이 잘 가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느낌이 달랐다. 소로에 대해 혹시라도 잘못 오해할 수도 있을 지점을 오히려 콕 집어주면서 소로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읽어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가만히 읽으며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일을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소로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과연 '나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같은.

소로는 일터에서 타성에 젖는 기분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정신이 멍해지는 일들을 워낙 많이 했기 때문은 아니다. 삶 내부의 리듬, 특히 자기 자신의 리듬에 거의 초자연적으로 민감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과 삶이 그 산뜻함과 의미를 잃어 가기 시작할 때만큼은 민감하게 포착했다.(146쪽)
나의 삶에서 내가 하는 일의 주인이 되고 나의 직업 인생을 내 뜻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요청은, 사무실에서 이기적이고 막되어 먹은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229쪽)

'나'라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내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일에서의 의미와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이런 책을 우리가 꾸준히 읽으며 정신을 다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타성이라는 것도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타성에 젖었다는 것은 오히려 지금의 일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는 뜻이니, 어쩌면 일이 쉬워지고 편안해졌음을 말하는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타성을 경계하며 숲을 떠난 소로는 이런 익숙함을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에게 좋은 지적을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또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얼마나 강한 타성에 이끌려 하루하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타성을 무엇이며 그 타성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할까, 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소로의 이웃은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들은 미국 내 인종과 노동의 험난한 역사를 몸으로 보여 주는 사람들이었다.(...) 현대 사회의 풍요와 타락의 이면에는 늘 이런 사람들이 있다. 부도덕한 노동을 지독하게 하는 시스템의 부수적인 피해자들이다.(162-163쪽)

노예제에 반대하고 사회에 기꺼이 자신의 불복중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고 몸소 보여주기도 했던 소로다.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소신과 의지를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아주 작은 개인의 모습으로나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우리 사회에는 부당하고 부도덕적인 일들이 많고 그런 힘을 당하는 소수의 약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라고 한다면, 사는 일이 사실은 가장 중대하고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일에 있어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 나갈 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도 값진 것일까. 특히 그런 시선이 자신에게만 있지 않고 그 밖으로도 뻗어 있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사는 일에 노력 중인 것이란 생각을 했다.

단지 "생계를 유지"하는 삶과 자기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삶 사이에는 차이가, 확실한 간극이 있다.(...) 인간의 삶이 귀중한 이유는 덧없고 찰나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파상풍으로, 혹은 결핵으로, 혹은 독감으로, 혹은 팬데믹으로 죽을 수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끔찍하게 짧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38쪽)

내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가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짧은 삶의 시간 안에서 어떤 일들에 골몰해야 진정 나의 삶과 내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더듬어가고 나의 일과 삶을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는 나를 발견했다. 천천히 책을 음미하듯 각 부분에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잠시 멈춰 나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도 새삼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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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이윤철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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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지금까지 나도 꽃집 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생각보다 꽤 많은 곳에서 꽃을 만났었는데, 그 꽃들을 다루는 누군가가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이제서야 하게 됐다.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이 세상엔 무척 많고, 그 많은 일들 중 꽃은 결국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쳐 우리 눈앞에 작품으로 펼쳐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 이 책을 통해 플로리스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꽃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 때의 기분과 감정은 어떤 단어로도 명쾌하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7쪽)
'그래, 나 플로리스트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있는 거 맞지?' 하며 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게 되는 것이다.(19쪽)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그것이 제일 큰 성공이지 않나. 자신의 시간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 우리에게, 그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거니까. 특히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과정을 "어쩌다 보니"로 설명했지만, 오히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무척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내 고민하고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저자는 굉장히 빠르게 자신을 잘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어쩌다 보니'라는 자세야말로 직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원대한 목표나 절대적 목적으로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너무나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사실 왜 그 선택을 했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78쪽)

이 말에 동의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직업을 어떻게 하다 갖게 되었냐고 물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대답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라고. 나에게도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기가 쉬울 것 같다. 정말 너무나 하고 싶어서 힘들여 노력하고 달성한 쾌감과 성취감을 갖고 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그 당시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필요가 있었겠지만, 수십년이 지나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면 어쩌다 보니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긴 하니까. 선택 이후의 그 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플로리스트는 꽃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만난다. 화가 나거나 불쾌한 상태에서 꽃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107쪽)

헌데,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화가 나거나 불쾌한 상태에서 꽃을 사볼까. 내 돈으로 직접 꽃을 사서 그 꽃을 보면, 화와 불쾌감을 좀 해소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목적으로 꽃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겠지. 뭔가 기분이 별로일 때 꽃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그런데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거나 줄기에 이파리가 달린 채 꽃병에 꽂힌 꽃을 보면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상대방과의 대화나 식사에 집중을 못 하고 마음은 온통 그 꽃에게로 다가가 있다.(149-150쪽)

이 장면에서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 나도 이와 비슷한 직업병을 갖고 있어서 이 마음을 잘 안다. 우리 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이 더 확대되어 잘 보이는 법이니까. 너무 잘 알아서 차마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정을 해야 마음이 편한. 이건 어쩔 수 없는 직업인으로서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필요 이상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에는 그만큼의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겐 특별한 기쁨과 슬픔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166쪽)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모든 것이 다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일이고, 특히 저자의 말대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는 쉽지 않은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기술"이라는 말이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지 않나 생각했다. 나도 내 일을 좋아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으니까. 완급 조절의 노련미가 필요할 듯.

플로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직업과 관련해서는 결국 직업인으로서 나의 직업을 대입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나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있는지, 과연 나는 나의 일에서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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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질문들이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 사회학 주니어 대학 16
오찬호 지음, 조원희 그림 / 비룡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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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질문들이사회를발전시킨다고 #주니어대학 #사회학 #오찬호_글 #조원희_그림 #비룡소 #서평단 #서평 #책추천

주니어대학 시리즈가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진작에 알았으면 아이들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활용하는 건데. 지금이라도 각 학문에 대해 몇 가지는 갖추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학과나 학문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안내하는 책은 아니었다. 어쩌면 학문에서 진짜 다루어야 할 핵심적인 질문들을 책이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편이 '사회학'이어서인지, 우리가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 차별에 대해서도 지금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 좋았다. 자칫 아이들과 이런 사회적인 문제의식이나 생각을 공유하다보면 엉뚱한 질문이나 혹은 적절하지 못한 의견을 이야기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떤 관점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정리해주어야할 지 당황하거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이때 이 책의 이야기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더 해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지금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지만 관심도 많이 없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면 신기하게 듣고 잘 따라오기는 하지만 스스로 직접 찾아 알아내려는 마음은 없으니,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함께 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그럴 때 이 책이 딱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그 답을 찾는 학문이 바로 사회학이에요. 사회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어떻게 끼치고 있는지를 분석하죠.(8쪽)
사회학은 한마디로 말한다면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에요. 어떤 역사와 문화가 얽히고설켜서 무엇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이죠.(22쪽)

사람이 사회에서 벗어나 살 수 없고, 관계는 그런 사회에서 사람이 반드시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회와 사회를 살피고 자신만의 관점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사회학이지 않을까. 사회학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불평등의 정도는 같지 않아요. 그 격차가 큰 경우를 '양극화'라고 해요.(...)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때,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불평등의 격차라는 걸 잊지 마세요.(55,58쪽)

예전에 어떤 아이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왜 공부를 안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공부 안 하면 결국 인생 망치는 건데, 그런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인거죠.' 공부 못 하는 아이들에 대한 무시, 더 나아가 경멸까지 느껴지는 그 아이의 말에 한동안 어떤 반응도 해주지 못했었다. '저는 뭐든 잘 할 수 있어서 아무거나 다 해도 돼요.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 자존감이 높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이런 말을 서슴치 않는 그 아이의 말 속에 사회가 만들어 놓는 불평등과 차별, 혐오까지도 담겨 있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회학자들은 욕구와 욕망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비판해요. 욕구는 인간이라면 가지게 되는 매우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욕망은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희망 사항이에요.(...) 사회학자들은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세상을 향해 말해요. 나라도 잘되면 좋겠지만, 실제는 모두가 '잘못되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지닌 채 살얼음판 위에서 위태롭게 살아갈 뿐이라고요.(98쪽)

이런 이야기가 사회학에서 다루는 사회학자가 하려는 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사람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인지, 그렇게 만들어낸 사람이 과연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인가를 점검하고 가장 좋은 사회적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사회학에서 대해 알게 되고 관심도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는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사회학에 대한 공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회학이에요 왜 불편한 이약만 하냐는 질문에, '불편하지 않은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해명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사회학은 장점이나 매력이지요. 불편하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지 '틀렸다',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겠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고정관념은 사라질 수 있어요.(140쪽)

꼭 사회학 전공이어야만 사회학을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자연스레 우리의 삶에서 사회학적 관심과 관점을 갖고 사회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함께 이야기나눈다면, 이것 또한 사회학이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다시 사회학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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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라스틱 지구를 생각한다 1
김성화.권수진 지음, 이명하 그림 / 만만한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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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9월이 되었음에도 전혀 선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구를, 우린 너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말, 지구를 좀 생각해야 하지 않나! 지구 좀 생각하며 살자!

인류의 발명품 중 플라스틱은 무척 획기적이었다. 이렇게나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얼마나 놀랍고도 훌륭한가. 인간의 능력은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하다.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고 그 형태도 제각각이니 그저 감탄만이 나올 뿐. 이런 대단한 발명품을 우린 너무 쉽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니. 이건 플라스틱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아닌 것이다. 이토록 위대한 물질이라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맞다!

"역사는 플라스틱 전 시대와 플라스틱 후 시대로 나눌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플라스틱이 없었을 때는 우리 지구가 이 정도는 아니였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었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일도 없었다. 돌, 쇠, 유리와 나무만으로도 오래오래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 잘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후 시대란? 지금까지의 삶을 모두 부정해도 좋을 정도로 다른 재료는 플라스틱을 능가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쉽게 간과한다. 이유는? '나 하나 달라진다고 지구가 변할 것 같은가. 굳이 피곤하게 살 이유가 뭔가. 대충 편하게 살자.' 뭐 이런 것들. 그러면서 하루에도 몇 장씩 식당에서 식사 전 플라스틱 물티슈로 손을 닦고, 집에서 식사 후 식탁을 닦는다.

"화학자 나다니엘 와이어스씨를 소개합니다."

이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화학자를 원망하고싶은 마음도 조금 있다. 이 정도의 문제가 지구상에 발생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만들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다면, 이 화학자의 이름 정도는 알아두고 싶어졌다. 나다니엘 와이어스.

"우리는 썩지 않는다고요.
다만 부스러질 뿐......"

"어떻게 알았겠어요?
사람들이 일 년에 페트병을 5000억 개 쓰고,
일 년에 비닐봉지를 9000조 개 쓰고,
'일회용'이 없으면 단 하루도 못 살 줄!"

플라스틱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나쁜 습관. 이미 몸에 밴 나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 몸은 편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편한 쪽으로 자꾸 더 나빠진다. 분명, 우리 몸이 편한 쪽은 지구에 나쁘다. 우리가 불편해져야 지구에 좋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분명 우리 몸을 편하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구를 생각해야지! 지금도 사람들이 먹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란 게 결국 우리가 편하자고 했던 행동들이 다시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이지 않나. 그러니 우리 몸이 편해지면 편해질수록 점점 인간도 지구도 건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지켜 주세요!
플라스틱 생존권!"

쉽게 버려질 거라는 전제로 플라스틱을 만든다. 다시 쓸 수 없는 일회용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또 버린다. 이미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앞으로 쓸 양은 충분하다. 이 지구에 더 이상의 새 플라스틱을 만들 이유가 없다. 버리지만 않으면. 하지만 우린 계속 버린다. 그리고 그 버린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계속 만들고 쓰고 또 버린다.

다시 처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위대한 플라스틱이라면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자는 거다. 함부로 쓰고 버리는 하찮은 물건으로 치부하지 말자는 거다. 지금 우리에게 온 수많은 플라스틱들은 각자의 목적에 의해 소유하고 또 우리 손에 쥐어진 물건들이다. 그러니 그 쓰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내내 함께하며, 그 플라스틱을 소중히 아낄 필요가 있다는 거다. 내 손의 것을 버리고 다른 새로운 플라스틱을 쥐려 하지 말고.

"반려 플라스틱이 되고 싶어요!"

지금 내 주변만 둘러봐도 굉장히 많은 플라스틱과 함께 살고 있다. 더 이상은 없어도 될 만큼.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플라스틱을 사지 말자. 플라스틱 분리배출이 필요 없어질 수 있도록.
나 하나가 변해도 지구는 달라질 수 있다. 나 하나가 우리 모두가 되면 그 힘은 더 커질 수 있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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