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이윤철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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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 지금까지 나도 꽃집 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생각보다 꽤 많은 곳에서 꽃을 만났었는데, 그 꽃들을 다루는 누군가가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이제서야 하게 됐다.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이 세상엔 무척 많고, 그 많은 일들 중 꽃은 결국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쳐 우리 눈앞에 작품으로 펼쳐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 이 책을 통해 플로리스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꽃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 때의 기분과 감정은 어떤 단어로도 명쾌하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7쪽)
'그래, 나 플로리스트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있는 거 맞지?' 하며 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게 되는 것이다.(19쪽)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그것이 제일 큰 성공이지 않나. 자신의 시간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 우리에게, 그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거니까. 특히 저자가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과정을 "어쩌다 보니"로 설명했지만, 오히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무척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내 고민하고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저자는 굉장히 빠르게 자신을 잘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어쩌다 보니'라는 자세야말로 직업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원대한 목표나 절대적 목적으로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너무나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사실 왜 그 선택을 했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살아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78쪽)

이 말에 동의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직업을 어떻게 하다 갖게 되었냐고 물으면, 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대답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라고. 나에게도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기가 쉬울 것 같다. 정말 너무나 하고 싶어서 힘들여 노력하고 달성한 쾌감과 성취감을 갖고 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어쩌면,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그 당시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필요가 있었겠지만, 수십년이 지나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면 어쩌다 보니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긴 하니까. 선택 이후의 그 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플로리스트는 꽃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만난다. 화가 나거나 불쾌한 상태에서 꽃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107쪽)

헌데, 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화가 나거나 불쾌한 상태에서 꽃을 사볼까. 내 돈으로 직접 꽃을 사서 그 꽃을 보면, 화와 불쾌감을 좀 해소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목적으로 꽃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겠지. 뭔가 기분이 별로일 때 꽃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그런데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거나 줄기에 이파리가 달린 채 꽃병에 꽂힌 꽃을 보면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상대방과의 대화나 식사에 집중을 못 하고 마음은 온통 그 꽃에게로 다가가 있다.(149-150쪽)

이 장면에서 웃었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 나도 이와 비슷한 직업병을 갖고 있어서 이 마음을 잘 안다. 우리 눈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이 더 확대되어 잘 보이는 법이니까. 너무 잘 알아서 차마 그냥 넘길 수가 없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정을 해야 마음이 편한. 이건 어쩔 수 없는 직업인으로서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필요 이상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에는 그만큼의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겐 특별한 기쁨과 슬픔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166쪽)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모든 것이 다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일이고, 특히 저자의 말대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는 쉽지 않은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감수할 수 있어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 능숙하게 조절할 줄 아는 기술"이라는 말이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지 않나 생각했다. 나도 내 일을 좋아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으니까. 완급 조절의 노련미가 필요할 듯.

플로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직업과 관련해서는 결국 직업인으로서 나의 직업을 대입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나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고 있는지, 과연 나는 나의 일에서 행복한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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