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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소로 - 일하고, 돈 벌고, 삶을 꾸려 가는 이들을 위한 철학
존 캐그.조너선 반 벨 지음, 이다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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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최근 소로와 관련한 책을 연달이 두 권 읽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터의 소로>. 다른 책에서도 소로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쉽게 공감이 잘 가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느낌이 달랐다. 소로에 대해 혹시라도 잘못 오해할 수도 있을 지점을 오히려 콕 집어주면서 소로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읽어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가만히 읽으며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일을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소로를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과연 '나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같은.
소로는 일터에서 타성에 젖는 기분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정신이 멍해지는 일들을 워낙 많이 했기 때문은 아니다. 삶 내부의 리듬, 특히 자기 자신의 리듬에 거의 초자연적으로 민감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과 삶이 그 산뜻함과 의미를 잃어 가기 시작할 때만큼은 민감하게 포착했다.(146쪽)
나의 삶에서 내가 하는 일의 주인이 되고 나의 직업 인생을 내 뜻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요청은, 사무실에서 이기적이고 막되어 먹은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229쪽)
'나'라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내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일에서의 의미와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이런 책을 우리가 꾸준히 읽으며 정신을 다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타성이라는 것도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타성에 젖었다는 것은 오히려 지금의 일에 충분히 익숙해졌다는 뜻이니, 어쩌면 일이 쉬워지고 편안해졌음을 말하는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타성을 경계하며 숲을 떠난 소로는 이런 익숙함을 쉽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에게 좋은 지적을 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또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얼마나 강한 타성에 이끌려 하루하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타성을 무엇이며 그 타성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해야 할까, 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소로의 이웃은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들은 미국 내 인종과 노동의 험난한 역사를 몸으로 보여 주는 사람들이었다.(...) 현대 사회의 풍요와 타락의 이면에는 늘 이런 사람들이 있다. 부도덕한 노동을 지독하게 하는 시스템의 부수적인 피해자들이다.(162-163쪽)
노예제에 반대하고 사회에 기꺼이 자신의 불복중을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고 몸소 보여주기도 했던 소로다. 사회와 타협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소신과 의지를 지켜나가려는 의지를 아주 작은 개인의 모습으로나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우리 사회에는 부당하고 부도덕적인 일들이 많고 그런 힘을 당하는 소수의 약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라고 한다면, 사는 일이 사실은 가장 중대하고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일에 있어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 나갈 줄 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고도 값진 것일까. 특히 그런 시선이 자신에게만 있지 않고 그 밖으로도 뻗어 있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사는 일에 노력 중인 것이란 생각을 했다.
단지 "생계를 유지"하는 삶과 자기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삶 사이에는 차이가, 확실한 간극이 있다.(...) 인간의 삶이 귀중한 이유는 덧없고 찰나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파상풍으로, 혹은 결핵으로, 혹은 독감으로, 혹은 팬데믹으로 죽을 수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끔찍하게 짧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다.(38쪽)
내 인생을 진정으로 살아가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짧은 삶의 시간 안에서 어떤 일들에 골몰해야 진정 나의 삶과 내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더듬어가고 나의 일과 삶을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는 나를 발견했다. 천천히 책을 음미하듯 각 부분에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잠시 멈춰 나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도 새삼 느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