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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송골매 - 교유서가 소설
이경란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9월
평점 :
송골매라는 말에, 진짜 그 송골매? 내가 알고 있는, 그 옛날 사람들, 그 밴드 송골매? 진짜 그 밴드에 대한 소설이라고? 살짝 의심하기도 했다.헌데 책 표지를 보고 와! 송골매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송골매, 송골매, 송골매, 송골매, 송골매! 이 정도면 진짜다! 의심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진심으로 말하는 송골매는 과연 무엇일까, 이렇게까지나 강조하는 반짝임은 무엇일까, 나도 송골매에 진심을 담아보려는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알았다. 송골매에 진심인 이야기는 맞는데, 송골매에 진심인 이들의 이야기였다는 걸. 홍희, 미호, 은수, 기민. 그리고 그 가족과 주변인의 이야기가 섞여들어 결국 송골매로 귀결되는 이야기였다는 걸. 이들이 만들어갔던 과거와 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들을 가슴에 품고 긴 세월을 버티며 살아, 지금을 맞이하게 된 벅찬 이야기였다는 걸. 그래서 이들의 송골매에 대한 찐 마음이 감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걸.
만약 누군가 이 소설을 한 마디로 정리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송골매를 사랑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읽은 사람만은 알 것이다. 진짜 사랑한 것은, 그들 자신의 삶이었고, 그들 서로의 삶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4명의 친구들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들 각자의 삶이 있었고, 그 삶에서 각자의 생활과 인생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그들이 놓지 않고 가려고 했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하나로 정의내릴 수도 없다. 그럴 때, 편히 할 수 있는 정의란 또 다시 결국, '송골매를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헌데, 이렇게 쓰면서, 혼자 웃는다. 역시, '송골매'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소설이 맞구나 싶어서. 이 소설의 제목도, 표지도, 모든 이야기도 다, '송골매'로 이어진다는 것이, 갑자기 뭉클해지기도 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어떤 음악에 사람의 마음과 삶을 장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사는 한 가지 이상의 애틋함이 존재한 것이다. 그 애틋함을 다른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을텐데. 예를 들면 송골매라든지, 혹은 송골매라든지, 아니면 송골매라든지. 그런, 마음 안에 잠들어 있었던 애틋함이 겉으로 발현되어 나타나게 되는 순간은 너무도 우연한 기회에 뜻하지 않은 때일 것이다. 가령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라든지. 그러니 사람이 어떤 순간에 어떻게 자신의 애틋함을 보여주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애틋함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중요할 듯. 이 4명의 친구들은 그 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에, 다시 이들이 재결합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 애틋함을 버리고 숨기며,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면 이 재결합은 성사되기 어려웠을 듯. 그런 면에서, 송골매의 재결합보다, 이들 친구들의 재결합이 더 어려웠고 더 극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송골매가 없었다는 불가능했던 것. 그래서 또 결국 다시, 송골매다!
이 정도면 송골매에 대한 예찬론으로 이 소설을 읽어도 좋지 않을까. 혹시 이걸 진짜 송골매는 알까. 이걸 안다면, 그들의 삶이 지금껏 얼마나 사람들에게 의미있고 가치있었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제목이 <디어 마이 송골매>인가보다 싶기도 하다. '친애하는 나의 송솔매여, 송골매에게 이 소설을 바칩니다!' 정도의 심정이어도 아깝지 않겠다는 마음이 든다.(마치 내 소설인 양 내 맘대로. 소설에 대한 느낌은 소설을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라고 소심한 변명도 덧붙여본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읽지 않고서는 못 버틸 지경. 사실, 이 소설에서 송골매의 직접 출연은 한 번도 없다. 절대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온통 송골매인 이야기. 이 묘미가 있었다. 만약 송골매가 나왔다면, 이들과 또다른 인연으로 출연했다면 오히려 거기서 힘이 탁 빠졌을 듯. 우리가 알고 있듯, 송골매라는 대상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역할은 필요 없다. 그저 그들을 향한 이 친구들의 마음이 모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다 읽고, 다시 또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도, 송골매의 노래를 찾아 들어야할 듯. 이 정도라면 송골매는 우리나라 최고의 밴드가 확실하니까. 송골매에 대한 반짝이는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염되어 조금 들썩여진다. 기분 좋은 들썩임이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