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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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했다. 드레스? 유니버스라고? 무슨 의미일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드레스가 제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평범성은 벗어난 내용일 것 같았다. 혹은 유치하거나. 헌데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고전, 그리고 그 고전 속 여주인공들이라고 했다.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 마음먹게 된 결정타였다.
읽어나가면서 알았다. 드레스가 제목에 담겨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 우리의 여주인공들이 소설 속 안팎으로 메여있던 것이 상징적으로 드레스를 통해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한 작가 나름의 해석과 평가. 여주인공들의 유니버스를 보여주는 중요한 안내를 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모든 고전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다. 익히 제목과 내용을 알고 있으나 실제로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다짐하게 됐다. 여기 소개된 고전 작품들은 꼭 읽어봐야지. 작가가 친절하게 덧붙여 준 '여주인공 큐레이션'의 주인공들도 직접 읽어 만나봐야지. 그리고 나도 그 여주인공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봐야지. 들어가보고나서 다시 작가의 이야기를 되짚어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각오일 수밖에 없는 것이, 고전은 부채감이 매우 크지만 선뜻 그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한 시도를 하지 못하게 되는, 가깝고도 먼 당신이다. 고전을 읽겠다는 각오를 지금껏 수없이 했지만 매번, 나약한 마음에 스르르 마음이 무너지곤 했다. 그러니, 각오를 새롭게 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어찌보면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고전에 대한 해석 혹은 주인공들에 대한 평론, 내지는 가벼운 서평 정도가 될 수도 있었던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고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지금까지도 매우 많았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많을 테니까. 그저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고 그 소설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면 흥미가 훅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소설에 대해 알려주겠다는 마음보다는, 진심으로 소설의 '여주인공'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해석, 그리고 그들의 삶과 인생을 통틀어 설명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아닌 '여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에서 당시 사회와 남성, 그리고 사람의 본질적인 특징과 욕망 등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속살의 이야기를 다 내보여도 될까, 생각이 들 정도.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생존과 살아내기 위한 처절한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싶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싶어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어떻게 사회에서 내쳐지게 되는지를 보며 여전히 씁쓸해지기도 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욕구불만은 인류의 유구한 병이지만, 에마는 옆집 약국 오메 부인의 것이 아니라 그림속 떡을 탐낸다는 점에서 남다르다.(24쪽)
플로베르는 비소를 삼킨 에마가 긴 시간에 걸쳐 처절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아무리 천상의 꿈을 꾸어도 지상에 묶인 존재임을 차갑게 드러낸다.(39쪽)
집안의 왕따 제인은 작은 몸에서 있는 힘을 다 쥐어짜내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말로 싸우는 쪽을 택한다.(51쪽)
오스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서, 냉혹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이 세계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102쪽)
캐리는 지성은 부족했지만,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에 반응하는 풍부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있었다.(142쪽)
뒤집어 말하면, 그들의 피라미드는 견고해 보이지만 실은 이질적인 존재 한 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허약하고 협소하다. 따라서 그들은 뉴욕 사회의 동질성을 보존하기 위해 '이방인' 엘렌을 추방하는 쪽을 택한다.(182-183쪽)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들과 생각들은, 곧 내가 같은 여자이면서 나를 이 여주인공들의 삶에 대입하여 생각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상황을 현재로 끌고 와 지금에 대입한 나의 감정과 판단이 동원되어 얽혔기 때문일 것이다. 아, 그렇구나 하고 가만히 읽어나가기만 할 수 없었던 나의 생각의 파장이 그물처럼 여러 상황들을 함께 얽어내니, 단순히 읽어나가는 것만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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