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평점 :

[스파링]으로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 도선우.
그는 [저스티스맨]이라는 작품으로 13회 세계문학상 대상까지 차지했다.
책의 말미에 보니 이 작품이 단편에 살을 붙여 다듬었다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뭘 많이 먹여 늘렸다고 하기엔 바람빠진 바퀴가 구르는 것 같은 느낌 없이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흘러가서 가독성도 좋았던 소설이다.
중간중간 조금 덜어도 될법한 부분도 있었지만 있다고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뭣도 모르는 내가 읽기엔 말이다^^
정의.
도선우의 소설 저스티스맨에서는 과연 어떤 것이 정의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지만
정작 소설 속 어느 누구도 정의와 가깝지 못했다.
한 사람을 직접, 간접적으로 벼랑끝까지 몰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직접 사건에 엮여 있거나,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부터
정의로움의 가면을 쓰고 결국 마녀사냥을 해대는 댓글러(?)들.
그리고 그 댓글러들을 장기판 위의 말처럼 몰아가며 그 행태를 내려다보는 그까지.
사람은 정말 다양하게 악의를 표출하는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 소설이다.
소재 자체가 매우 독특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개연성이 강한 작품이라 현실감이 더 끝내줬고 눈길을 뗄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극히 평범했던, 아니 그 이하였던 사람이 저지른 하나의 실수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그의 이야기를 퍼트리고 신상을 파헤쳐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유포, 확대시킨 이들에게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채 살해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과 살인자의 행보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다.
저스티스맨. 그로부터 말이다.
일반적인 범죄소설이었다면 연쇄살인마가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나
이 소설에서는 사건과 사건의 흐름, 사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면 이쪽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대중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고, 겨냥된 한 사람에게는 섬뜩한 칼날이 된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메인에서 어떠한 기사를 클릭하든
악의적인 댓글이 없는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한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유명인들도 많았고,
대인기피, 공황장애 등을 앓는 현대인들도 참 많다.
이 소설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맨 앞에 서서 이러한 폭력을 자행한 이들이
연쇄살인범에 의해 심판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법이 단죄하지 못한 악의를 가진 사람들.
이 소설에서 미필적 고의의 혐의자들이라고 하는 그들을 단죄한 이 살인마는
과연 정의롭다고 봐야할까?
그도 그 나름의 악의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한 악인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악인들은 누가 어찌해야하는데?!!!
아... 어렵다 ㅠㅠ
이건 이래서 잘못된 것이니 하지 말아야 하고, 이런 사람은 악한 것이니 이렇게 살아야 하고...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들보다 리얼이 아닌 픽션이지만 그 상황에 빠져들어 읽다 보면
우리 사회가 보이고,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잔소리보다 스스로 느끼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이러한 소설들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말이지.
그 결과 참혹함과 씁쓸함을 느껴버리는 일이 많지만
마음과 머릿속 깊은 곳을 이렇게 자꾸 두드려주는 책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 사회도 좀 달라지려나...^^
너무나도 멀쩡한 가면을 쓰고 잔인함을 휘두르는 사람들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소설 [저스티스맨]
아주 묵직한 소설은 아니라서 가독성이 더 좋다.
읽다보면 가면 속 저속하기만 한 인간들의 모습들이 자꾸 드러나 질려버릴 것 같지만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우리가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