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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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큰 혼란이 뒤따라온다. 각기 다른 자아를 지닌다는 건 자명한 사실임에도 그 기원을 파고들려 할수록 정답이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아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오래전부터 철학과 과학은 자아를 설명하기 위해 애써 왔다. 오늘날, '데카르트의 이원론'처럼 모든 물질을 정신(자아)과 물질(뇌)을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하는 관점은 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의 신경 작용만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설명하려는 시도 또한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정말 자아가 뇌의 신경 작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아에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꺼림칙함은 우리가 다시 자아를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여러 환자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뇌 일부분의 손상이나 위축, 혹은 외부 요인에 의한 변화가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특정 뇌 영역이 망가지자, 사람들은 감각이 무뎌지거나, 기억을 잃고, 심지어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혹은 더 나아가 사회적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를 읽으며 결국 자아는 뇌 속의 작은 균열 하나에도 흔들리는, 연약하고 유동적인 존재임을 다시금 체감하게 되었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읽다 보면 보통 피로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이 책의 특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저자의 서술 방식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마치 상담 일지를 옮겨 적은 듯한 대화체의 활용이나 일상적인 비유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내었다. 덕분에 신경과학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책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자아'라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배려가 엿보이는 구간이었다.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이제까지 자아를 '불변의 무언가', 내지는 '신경 작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나조차도 자아라는 개념에 무의식적으로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믿음이 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아는 결코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충분히 신경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물리적인 것이었다(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부분을 말이다). 썩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었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할 부분이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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