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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오픈 준비합니다 - 아날로그에 진심인 게임 기획자의 일상 레시피
신태주 지음, 이다 그림 / 파란의자 / 2023년 4월
평점 :
절판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날에는 마음이 허하고 무료해지곤 한다. 누구나 자기 인생 잘 되려고 좋은 직장 들어간 거 같지만 막상 들어간 순간 지옥같은 나날이 더 많다고 들었을 때 괜스레 씁쓸해지게 된다. 이만큼 준비해서 들어갔으면 사회는 더 많은 걸 요구하는 법이다. 그러한 혼란스러운 사회속에서 고군분투하게 살아남기 위해 직장인으로서 어떤 일상을 보내는 게 나은 건지 알고 싶어서 달콤쌉싸름한 어느 직장인의 일상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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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년이상 IT업계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상으로부터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내는 요리레시피와 함께 이야기를 전하는 일상 에세이다.
서버 오픈 시작은 오늘 하루 시작과도 같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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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숫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가졌지만, 들어가기 힘든 IT기업에 취직되면서부터 그녀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어닥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하면서 겪었던 일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매번 가족들과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해온 먹음직스러운 요리 레시피를 같이 보여주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해준다. 회사 다니면서 알게 된 선후배와의 겪었던 경험담, 직장생활하면서 겪었던 사건 등 그녀만이 겪었던 특별하고도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잠시나마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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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만들어진 에세이라면 자신의 일화를 펼쳐나가기 마련인데..이 책은 하나같이 어느 한 주제가 끝날 때마다 요리레시피가 담아져서 이 책에 대한 가미가 새롭다는 생각을 들게 된다. 계속 글만 보다가 갑자기 먹는 게 나오니까 확실히 눈이 번쩍 떠지게 된다. 직장 다닐 때 해먹어도 괜찮은 음식(감자전, 닭볶음탕, 뼈해장국, 무채비빔밥, 도시락, 삼계탕, 미역국 등등)을 보여주는 거 같아서 하나하나 따로 메모하여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된다. 그리고 먹거리로 연관지어 재미난 자신의 유머감각을 동원하여 재치있는 일화를 펼쳐낸다.
취준하면서 직장인의 고충을 잘 알지 못했는데..무언가 이 책에 담아진 걸 보니까 직장인 삶은 이런 일상을 보내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문득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참 자질구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 인생사 중에 중대한 일만을 꼽아보라면 얼마 되지도 않을텐데 매일을 살아가는 여정 속에서 힘들게 느껴지는 일은 왜 이렇게 많은건지. 결국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큰 일보다도 작은 일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에세이 속 저자의 삶은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회사에 다니고, 스트레스를 받고, 생존에 필요한 일들과 그렇지 않은 일들을 하며 아등바등 치열하게 보내는 삶이 평범하다면 말이다.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일상을 보며 동질감이 섞인 씁쓸함을 곱씹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의 경험담을 읽으며 옅은 웃음을 짓기도 하니 읽으면서 내심 내적친밀감이 쌓아지는 기분이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쓰여있는 요리 레시피들도 바쁘게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며 차려먹는, 고생한 나를 위한 식사같은 느낌이라 책 내용과 잘 어울렸다.
이런 사람 냄새나는 에세이를 읽고나면 항상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된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만 완전히 같은 느낌을 공유하지는 않는구나'라고 말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오늘따라 하루가 유독 시간이 길게 가는 기분이 들었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짧은 분량인데다 술술 읽히는 편이라 읽는 시간도 오래 안 걸려서 잠들기 전 저녁 시간을 활용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화려하진 않아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이 자주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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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버오픈준비합니다 #신태주 #파란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