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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얼마 전 은행에서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이 적용되어서 확인하셔야 해요." 바쁘다고 전화를 끊은 후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급여형 퇴직연금 등등 모르는 용어가 속출한다. 대략 요약해보면, 내가 전에 있던 회사에서 퇴직할 때 퇴직금을 현금 지급하는 대신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지급했고, 그게 은행에 의해서 계속 투자?되고 있다가 이번에 디폴트 옵션이라는 게 적용되어서 상품을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장래에 받아야 할 연금인데도 너무 복잡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다 귀찮다고 느껴질 때 서평을 위해 제공받은 책이 바로 이 <불편한 연금책>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국민연금은 2040년 경까지는 적립금이 쌓이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서 2050년대 중반이면 모두 소진이 된다고 한다. "연금은 낸 만큼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와 달리 국민연금은 내는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여서 지속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현재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젊은 세대가 많지만 하루빨리 인상을 해야 젊은 세대가 보는 손해가 적다고 한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현행 연금 제도를 설명하고 실태 조사를 제시하는 수준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연금 전문가인 저자가 국내 연금 제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책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이 받는 것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약 70%가 수급자로 선정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70%에게 지급할 바에야 차라리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노후 소득 보장 강화 없이 보험료율만 인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 상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가입 기간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가입 기간을 확충하기 위해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고, 군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해주고,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직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평균 가입 기간이 남성보다 10년 정도 적다고 한다. 즉, 국민연금에는 성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 뿐 아니라 수급에 필요한 최소 가입 연수가 10년이기 때문에 정규직 유지가 어려운 저소득층 사람들은 배제되기 쉽다고 한다.
흔히 연금 개혁은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단단히 뿌리내린 탓에 개혁이 쉽지 않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되지만,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올리고 이것만으로 안되면 일반 재정 투입도 사회보장세 신설의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기금 운용을 적극적으로 해서 수익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한다.
언뜻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저자는 각종 도표와 반복을 통해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연금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디 가서 연금 이야기를 할 때 소외되지 않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