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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 수술은 어려운 일이다. 단지 해부학적으로 작아서,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케이스의 부모 또는 양육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손에 만져질 듯이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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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아주 정직한 책 제목에 나와있듯 소아신경외과 의사다. 다소 생소한 의학용어가 등장할 때도 있지만 큰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저자 스스로 의학은 이야기로 가득하며 굳이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만큼 많은 페이지 수에도 불구하고 중복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저자는 아직 출생 전인 태아를 수술할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인 동시에, 종양으로 가득한 뇌의 MRI영상을 찌그러진 손이 회색 뇌를 감싸 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하는 등 솜씨 좋은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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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보면, 바이크 경기에서 뇌손상을 입은 자녀의 사례에서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온 아버지의 바지에 회색 뇌질이 피, 머리카락, 흙, 풀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환자인 자녀뿐 아니라 보호자가 어떤 심정이었을지에 대한 장면이 책 곳곳에 나온다. 사망한 환자의 보호자가 다른 과의 수술실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경비원에게 끌려나가면서 "여기가 당신네들이 사람들 죽이는 곳이오?"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하러 가다가 눈 앞에서 사고를 목격한 이야기를 보고,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의사가 느끼는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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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와 비슷한 책일거라 예상했으나, 많은 부분이 달랐다. 올리버 색스의 책이 신경학적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라면, 이 책은 거기에 더해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이 웰론스는 이 책을 쓴 큰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보여준 은혜와 회복력이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한다.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는 점을 그가 만난 환자들과 그가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들을 통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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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실수를 하거나 환자를 잃었을 때 심상화 기법을 사용해서 안전지대를 설정한다던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상호 간에 치료적 이익을 얻는 장면은 정신적 외상 또는 이차적 외상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병원에 들어오기 불과 몇 시간 전 일상을 살고 있던 환자가 소아신경외과 의사인 자신을 만나고 수술을 통해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