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내가 원한 것
서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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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나 작가님은 이 책에서 여름이라는 시간을 묘사하는 것보다 여름의 상태로 산다는 것에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에게 여름이란 건조함과 습기가 공존하는 계절이다. 글로 거리감을 유지할 때는 생명의 활기가 넘치고 모든 것이 선명한 계절이지만, 밖에 나가 조금이라도 걸으면 나의 활기는 곧 꺼질 것 같고, 날씨 어플의 현재 온도만이 선명하다.


이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은 책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에도 쉽게 반하고, 아주 오랜 시간 그 환상을 유지하는 귀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책 속에서 작가님은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 같다. '그만큼 숱한 이별을 겪었으려나'라는 지점까지 생각이 닿으면 슬프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애틋했던 순간을 잘 떠올릴 수 있다니 정말 귀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다 읽고나니 어떤 대상에게 마음을 열고 충분히 느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책을 다 읽은 후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질까봐 애써 몸을 일으켜 저녁을 먹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무가 많은 곳에서 곤충을 잡고 있었다. 한동안 비가 쏟아져내리다가 다시 더워졌지만, 땀으로 머리가 젖을 정도는 아닌 저녁인데도 아이들의 머리는 흠뻑 젖어있었다. 보호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퇴근을 한 후 공원으로 왔고, 아이들은 신이나서 잡은 곤충을 보호자에게 자랑했다. 아이들은 오늘도 공원에 모이고 오늘도 곤충을 자랑하려나? 내가 발견한 올해 여름은 반복과 새로운 즐거움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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