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그리고 석유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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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역사문화에 관련된 책이 있는 곳에 꼭 들르곤 합니다. 특히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교양세계사 분야의 책은 마치 옛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재미도 있고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즐겨 찾게 됩니다.


이 책은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까지 총 다섯 가지 상품의 역사를 통해 문명의 발달과정, 경제, 인류의 삶을 두루 살핍니다. 설탕, 커피 등 한 가지 아이템으로 역사와 문화 전파과정을 다루는 책에 비해 깊이는 조금 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소재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금과 모피를 다룬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내용까지 정리되어 있어 외국 저자의 책에서는 접하기 힘든 내용도 담겨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요즘엔 사회적으로 워낙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저염식 요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문제일 뿐 소금은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소개하는 상품도 소금입니다. 인류 문명의 4대 발상지가 모두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건 상식으로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농사를 위해 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긴데요, 4대 발상지가 모두 주변에 소금이 나는 강 하류에서 발원했다는 공통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수메르문명 또한 야생 밀과 소금을 바탕으로 융성했고, 이후에도 많은 인류가 소금 거래를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도시를 만들며 발전했습니다. 특히 페니키아인들은 소금을 교역하며 원양항해까지 발달시켰다고 하니 먼 옛날부터 소금이 인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금속의 세계사>라는 책을 읽으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국가간 금속 교역이 이루어진 걸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소금에 대해서도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로마 또한 유럽 최초의 인공 해안염전을 만들었고 소금은 그 화려한 제국이 번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도 로마 초기에 급료를 소금(살라리움)으로 지불했던 것에서 유래했으니 소금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셈이죠. 소금은 예로부터 변함없는 우정성실맹세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소금의 맹세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도 유다 앞에 소금 그릇이 엎어진 채로 그려져 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며 알게 된 흥미로움 내용입니다.


바닷물에서 천일염을 얻기 위해서는 갯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서해의 갯벌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자 아시아에서 유일한 대형 갯벌이라고 합니다.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이 부디 개발이나 환경 파괴에 대한 이슈 없이 오래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상품은 모피입니다. 사실 모피는 글로벌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나 국내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의 모피 반대 운동 등으로 꾸준히 이슈가 되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캠페인에 직접 참여해본 적은 없지만 저도 물론 반대하기도 하구요. 현재의 이런 분위기를 떠나서 모피는 러시아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아메리카 서부 개척에도 큰 영향을 끼친 상품입니다. 1625년에 서인도회사가 맨해튼에 비버 모피 수집을 위해 가죽거래교역소를 설치했고, 이는 이듬해 서인도회사 총독이 인디언에게 맨해튼을 사버리는 역사적 사건까지 연결됩니다. 영국 국왕 찰스 1세는 상류사회 사람들은 반드시 비버 모피로 만든 모자를 써야 한다는 포고령을 내린 적도 있다는데, 당시에 얼마나 많은 비버들이 희생됐을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 번째로 소개되는 상품인 석유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상품이자 많은 국제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 중 하나는 독일의 안정적 석유 공급을 저지하기 위해서이고,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목적도 코카서스 지방의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중동지역 전쟁에도 석유가 얽혀 있습니다. 이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나라의 머리싸움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품(商品)은 당연히 이윤 추구가 목적이긴 하지만 석유 외에도 보석, 향신료 모두 지나친 욕심 때문에 전쟁, 식민지 등 인류에게 해가 되는 행위가 함께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상품 이야기는 사실 끝이 없다. 이 책에 언급된 다섯 가지 상품 이외에도 중요한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듯 우리 주변의 다른 상품들도 분명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인류의 역사와 연관시켜도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면에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전쟁과 분쟁, 환경 파괴와 같은 여러 가지 씁쓸한 이야기도 많겠죠.


책을 읽다보면 유대인과 관련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만큼 유대인의 상업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저자가 <유대인 이야기>라는 책도 출간한 바 있는 만큼 유대인 역사에 전문적 지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유대인 이야기>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연관된 책으로 이어가는 게 독서의 매력이기도 하죠.



많은 분들이 후추로 대표되는 향신료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향신료 외에도 소금, 보석, 향신료, 석유를 세계사와 연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시길 바랍니다.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가 31가지 꼭지로 나뉘어 있으니 연재되는 칼럼을 읽듯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읽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첨부한 그림이나 사진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좋아겠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소금바다 옆에 생긴 인류 최초의 도시 예리코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첨부한 지도(21페이지)는 왜 위성사진을 썼는지, 그것도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주변 지명은 전혀 넣지 않은 채 생소한 예리코 지역만 지도에 표기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38페이지 훈족 그림과 116페이지에 첨부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장교와 웃는 소녀>라는 그림은 마치 복사한 사본은 다시 복사한 것처럼 색이 어둡게 나왔습니다. 사소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출간했다면 책에 가득 담긴 풍성한 내용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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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인생을 바꾼다
한진규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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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인지 이불 속에서 눈꺼풀을 깜빡 깜빡 깜빡 할 때 마다 졸음은 달아나지만 일단 잠을 자자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른 <사람의 마음>이란 노래 가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한 가구업체 광고에서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할 만큼 잠은 아주 중요합니다. 전날 소위 꿀잠을 자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음날 맞이하는 아침은 확연히 달라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일이나 공부에 쫓겨 자는 시간을 포기하기도 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의 밤을 즐기고자 자는 시간을 과감히 줄입니다.


흔히 하루에 8시간 잔다고 가정할 때 인생의 3분의 1만큼을 잠으로 보내는 셈이니 잠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미국 수면재단(NSF)이 발표한 성인 권장 수면시간은 7시간~9시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35분으로 조사됐다고 하니, 권장 수면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그 중요성과 절대적 시간에 비해서 잘 자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게 사실이고 저 또한 권장 수면시간보다 적게 자다보니,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읽듯 잠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책을 펼쳐 보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간 중간 전문용어가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쉽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된 책입니다.


<Part 1. 대한민국은 현재 피곤하다>에서는 저자가 수면관련 환자를 치료해 온 사례를 소개하며 그 증상과 치료법, 수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합니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샐러리맨편, 전문직편, 학습 및 교육편, 가족편으로 구분하긴 했지만 모두 수면장애와 관련된 부분이니 구분 없이 읽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실제 수면장애를 겪는 분이라면 자신과 유사한 사례를 중점적으로 읽어보시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이어지는 <Part 2. 잠을 줄이면 과연 행복이 올까?>에서는 수면과 관련된 과학적 정보를, <Part 3. 제정신으로 살려면 제대로 잠을 자자>에서는 6가지 숙면의 법칙과 상황별 숙면 대처법을 소개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심한 코골이 등만 수면장애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한 증세도 상기도 저항 증후군이라는 수명장애 질환의 일종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스트레스라는 잘 알려진 수면장애의 원인 외에도 얼굴 구조, 생활습관, 체형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한 코골이는 산소 부족을 야기해 심장과 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하고, 심한 경우 수면 무호흡증을 오래 방치하면 뇌가 완전히 손상되어 복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하니 건강한 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렘수면이란 용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 잠에는 여러단계가 있는데 1~4단계까지를 논 렘 수면이라고 부르고 5단계에 해당하는, 꿈을 꾸는 수면을 렘 수면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수면장애 증상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렘 수면 또한 일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아무리 자도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기분 나쁜 꿈도 자주 꾸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렘 수면이 이루어지는 동안 뇌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식이나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새로 만들고, 하루 동안 입력한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즉 잠을 잘 자는 것 자체가 일과 공부 등 주간에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활동의 효율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되는 셈입니다.


저자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잠을 줄여서 더 많이 일할 수 있을까의 문제로 고민해 왔는데,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시간을 이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며 실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이 또한 위에서 말씀드린 효율과 같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책 속에는 코골이 테스트(44p), 낮 졸리움 측정지수(77p), 수면의 질(107p)을 약식으로나마 진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당연히 병원에서 받아야 하겠지만 그 전에 간략하게나마 스스로를 진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깊은 잠을 자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낮 동안 햇빛을 많이 보는 게 좋고, 잠들기 2시간 전에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면 짧은 시간에 깊은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코가 자주 막히는 사람은 막힌 코를 옆으로 오게 해서(왼쪽 코가 막히면 왼쪽으로 돌아 누워서) 자면 호흡이 원활해진다고 하니, 이런 몇 가지는 쉽게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art 3>에서는 여섯 가지 숙면의 법칙과 상황별 숙면 대처법이 제시되니 생활 속에서 숙면의 법칙을 실천해보거나 각자 특수한 상황에 맞는 대처를 먼저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섯 가지 숙면의 법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밤을 일찍 맞자

낮에 충분한 햇빛을 온몸 가득 받자

야간 운동을 절대 금물

무리하게 자려고 노력하지 말라

가지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자

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자



한때 아침형인간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인간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변화가 쉽지는 않았죠. 사람의 생체 주기는 크게 일반형, 저녁형, 아침형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체 리듬을 무시한 채 무작정 아침형인간이 되려고 했으니 또 그만큼 실패했을 겁니다. 신체 리듬을 바꾸는 일은 천천히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숙면의 적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린 대로 사례 중심으로 쓰인 책이라 딱딱하지 않게 잠에 대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다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보다 더 숙면과 어울리는 표지디자인이었다면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입니다.


잠으로 보내는 3분의 1은 깨어 있는 3분의 2를 결정짓는 최고의 변수란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잠에 대해 깊게 알아 볼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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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재발견 - 기본만 지켜도 사람을 얻는다
김만기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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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이상 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때론 사람 때문에 기뻐하기도 하고, 때론 사람 때문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하죠. 직장생활 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한번쯤 읽어보셨을 겁니다. 책에 담긴 노하우를 생활에 잘 적용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습니다.


최근 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20대 이상 직장인 53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스트레스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http://goo.gl/cj7ed0) 직장인 48.2%가 업무 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요인으로 '사람 상대'를 응답했다고 합니다. 직장인 둘 중 한 명은 직장 상사 및 동료와의 관계로부터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표본이 530명으로 적긴 하지만 조사대상을 넓혀도 1위가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저자가 던지는 인간관계의 핵심 키워드는 기본입니다. 표지에 적힌 기본만 지켜도 사람을 얻는다”, “소중한 관계의 99%는 기본을 지키지 않을 때 깨진다!”라는 말이 눈길을 끕니다. 저자는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대학교 유학생이자 중국 투자 전문가로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요, 그간의 경험 속에서 관계는 기술이 아니라 기본에서 만들어진다는 철학을 세웠습니다.



책은 총 다섯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7개의 인간관계 노하우를 전해줍니다. 오랜 기간 사업체를 운영하며 맺은 인간관계와 중국유학시절 맺은 인연까지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인간관계의 원칙이 담겨 있어 읽기에도 수월하고 지금까지 제가 경험해 온 것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일단 모든 관계의 기본인 부터 돌아봐야 한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관계를 회복하기도 어렵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며 책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시작은 나를 알고 기본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럼 나를 알고 기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저자가 전하는 많은 메시지 중 핵심 키워드 세가지로 진심’, ‘역지사지’, ‘배려와 존중을 꼽았습니다.



관계의 기본 언어는 진심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와 달리 필요에 의해 만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이해관계나 이익만을 생각한 만남이 길게 갈 리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필요할 때만 찾아보고 뭔가를 요청하는 사람에게 신뢰를 주진 않겠죠. 이해관계가 신뢰보다 앞선 관계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합니다.


저자가 전하는 인간관계의 기본 중 하나는 관계는 양보다 질이라는 겁니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각종 SNS가 인기를 끌면서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인간관계도 형성됩니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데 알수도 있는 친구로 추천된 누군가와 SNS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모임에 참여하면서 명함을 주고받고 인맥을 넓히려 노력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확장하느라 이미 맺어놓은 소중한 관계가 깨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새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느는 만큼 관계에서 떨어져나가는 사람도 많아져 관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확대되기 어렵다.” (160p)


저자는 양적인 관계 확대를 계속하다 보면 십중팔구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고 지적하는데요, 이 부분에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번호는 많지만 툭 터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한두해 지나다보면 이 사람이 누구였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반대로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도 바로 진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히 숫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진심을 담기 위한 노력이 좋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제가 꼽은 키워드는 역지사지입니다. 흔히 소통의 기술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게 경청입니다. 어쩌면 경청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있어야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생각하며 집중해서 듣게 되니까요.


경청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공감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경청을 할 수 없다.” (58p)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갈등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데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합니다. 제 생각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갑질논란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갑의 위치에, 때로는 을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갑이냐 을이냐를 구분하기보다는 같은 목표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라는 생각만 가져도 갈등의 상당부분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꼽은 세 번째 키워드는 배려와 존중입니다. 배려와 존중은 관계를 끌고 가는 쌍두마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클수록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관계의 깊이도 훨씬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때 저 또한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고, 갈등과 스트레스 또한 줄어들겠죠.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고민하면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189p)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이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막상 인간관계에서는 잘 적용하지 못하는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어, 제가 정말 기본을 잊고 살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우선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좋은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힘은 약속에 있다... 약속은 중요한 약속과 덜 중요한 약속이 따로 없다. (18p & 19p)

멀리서 관계의 기술을 찾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를 자주 입에 달아보자. 기적처럼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37p)

멀리 있는 사람을 얻으려 애쓰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게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연습을 해보자. (42p)

좋은 관계에서는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의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 준 사람은 당연히 잊어버려야 한다. 하지만 받은 사람은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꼭 기억하고 어떤 형태로든 갚으려고 노력할 때 관계는 더욱 좋아지게 마련이다. (54p)

귀인은 멀리 있지 않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귀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평소 내가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귀인이 나타나는 법이다. (68p)

잠시 마음이 상하는 것이 싫어 쓴소리를 멀리한다면 그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듯이 듣기 거북한 쓴소리가 사람을 성장시킨다. (168p)

신뢰는 신용이라는 객관적인 요소와 믿음이라는 주관적 요소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약속을 잘 지키면서 신용을 쌓고, 거기에 누가 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더해졌을 때 우리는 신회할 수 있는 관게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오랜 기간을 함께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198p)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이 관계를 이야기했기에 관계를 이야기하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관계를 많이 이야기했어도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합니다. 이미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신 분들이라면 기본은 아실 겁니다. 독자에 따라 이거 다 아는 얘기잖아라고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일이 틀어지는 많은 경우를 돌아볼 때,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기본을 안 지키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기본을 갖추지 않으면 요행으로 몇 번의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특별한 노하우보다는 기본을 익히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기본이니까요.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라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각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고민하면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관계를 확장하느라 이미 맺어놓은 소중한 관계가 깨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새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느는 만큼 관계에서 떨어져나가는 사람도 많아져 관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확대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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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 - 똑같이 일하고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핵심기술
로버트 포즌 지음, 차백만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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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찾아보니 2013) ‘24시간이 모자라라는 노래가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본래 노래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24시간이 모자라는 대표적인 부류가 직장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쁘게 일하고 야근에 시달려도 일은 늘 많습니다. 한 여행사에서 매년 전세계 24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휴가관련 인식을 조사해 왔는데, 그 결과 2013년과 20142년 연속으로 한국 직장인이 휴가를 가장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균 근무시간은 주 45.1시간으로 OECD국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죠.


물론 일 자체가 많은 게 첫 번째 원인일 수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분명 일도 잘 처리하면서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핵심은 생산력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직업에서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담긴 책입니다.



목차만 살펴보셔도 저자가 생산력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Part 1 생산력의 3대 핵심 아이디어에서는 제목 그대로 생산력을 위한 기본적이자 핵심적인 세 가지 지침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어지는 ‘Part 2 일상에서 활용하는 최강의 생산력 기술에서는 단기목표를 엄격하게 실천하는 방법을, ‘Part 3 개인생산력을 극대화하는 3가지 방법'에서는 성공적인 지식노동자가 되기 위한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Part 4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인간관계의 기술'에서는 조직 내에서 개인생산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마지막 ‘Part 5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최강의 생산력 기술에서는 장기적인 진로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사고의 틀을 제시합니다.


대략 이렇게만 살펴보셔도 뭔가 감을 잡은 분이 계실 것 같기도 한데요, 저자는 모든 지식노동자를 대상으로 쓰인 책입니다. 즉 사회에 막 진출한 사람부터 중간관리자, 고위임원에게 필요한 내용을 두루 담다보니 일부 내용은 독자에 따라 딱히 읽어볼 필요가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진로계획에 대한 내용은 중간관리자 이상에게는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고, 출장일정 관리나 연설에 대한 부분은 고위임원을 위한 부분입니다. 이 책을 읽을 분들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기업문화와 우리나라의 기업문화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저자가 건내는 조언 중 우리나라 실정에 아직은 맞지 않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현명하게 소화하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사실은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밑줄을 긋고 되새겨볼 부분 또한 많다는 겁니다.


생산력을 위해서는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겠죠. 저자는 목표달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달성하기로 계획한 결과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저자가 강조하는 개인 생산력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양적 질적 결과물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생산력을 위해서는 모든 업무에 착수하기에 앞서 먼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민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과업을 중장기 과제(향후 3개월에서 24개월 동안 직장에서 이루려는 목표)’우선순위에 따른 실천사항에 의거해 시간을 할애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지만 중요한 일은 자꾸 미루는 습관을 버릴 수 있고,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제때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습관을 고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조언 중 간단하지만 당장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원칙이 있습니다. ‘오하이오 원칙: 지금 당장 한 번에 처리하라는 조언인데요, 오하이오란 '한 번에 처리하라(Only Handle It Once)'의 줄임말입니다. , 우선순위가 낮은 사안들은 가능하면 발생한 순간에 즉시 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선순위가 낮은 사안들을 미루다가 여러 개 쌓이게 되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결국 중요한 일을 처리할 시간까지 갉아먹는 결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굳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안은 빨리 처리해버리는 게 좋겠죠.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고, 심사숙고 해야 할 높은 우선순위의 업무가 있으니까요.


멀티태스킹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멀티태스킹은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만 사용하길 권합니다. 얼핏 멀티태스킹이 뛰어난 업무능력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사람의 뇌는 2가지의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없다고 합니다. , 2개 이상의 일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일 뿐이고 오히려 주의력이 분산되어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또한 불충분을 인정하라는 부분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업무의 중요성과 상관없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지식 노동자들은 결국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에만 매달리기 미련이며, 그 결과 정작 가장 중요한 목표는 놓치고 만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완벽주의 성향을 극복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중장기과제를 달성하는데 추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 현명할 겁니다.


이 외에도 회의 중에 어려운 용어는 피하라는 내용이나 지나치게 약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는 부분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던 내용이라 뜨끔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약어 사용에 대한 부분은 얼마 전에 읽은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에도 나오는 내용인데요, 약어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신규직원과의 소통을 방해하기도 하고 회의 중에 그 뜻을 모르더라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아무 의견 없이 지나가게 하는 등 오히려 조직에 방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이런 부분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전직원에게 약어 사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시중에는 이 책 외에도 시간관리나 생산성과 관련해서 좋은 내용이 담긴 책이 많이 있습니다. 정답이 있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노하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겠죠. 말씀드린 대로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는 좋은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Part 1 전체와 Part 2 당신의 일상은 생산적인가까지는 공통적으로 읽으신 후 나머지 내용은 직급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각 내용별로 마지막 페이지에 체크 포인트가 정리 되어있어 각자 자신의 상황을 점검해 볼 수 있고, 페이지 중간 중간 갖가지 정보와 팁이 제시되어 있으니 얻어갈 내용이 많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의 최고경영자 제프 와이너(Jeff Weiner)시간관리의 핵심 중 하나는 일정에 따라 계속해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생산성을 높여 더 이상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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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 철학자들 죽음으로 삶을 성찰하다
구인회 지음 / 한길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을 선뜻 읽기 시작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2012년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츨간된 바 있으나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기꺼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보다는 이 주제를 기피하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거라는 걸 알지만 죽음은 참으로 두려운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얀 상복을 입지만) 검은 상복을 입은 이유는 죽은 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 대한 태고의 두려움으로 인해 죽은 자들로 하여금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그들의 세계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죽음에는 두려움이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책의 주요 내용인 철학자들이 바라본 죽음이 궁금하기도 했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때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1'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말 그대로 죽음에 담긴 의미를 파악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불확실한 삶의 전개에서 죽음처럼 확실한 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에 도달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확실한 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식도 죽음을 통해 가능하다고 합니다. 죽음이 없다면 삶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철학은 많은 질문을 통해 죽음의 문제에 접근해 왔습니다.


 • 우리는 삶에 집중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죽음에 관한 의식을 배제하고 회피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실현하는 의미란 모두 허망한 것이며, 우리가 체험하는 행복도 모두 허무하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가?


 • 죽음의 경계선 저편에서 시작하는 진정한 인간 존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사멸성과 허무에 대해 초연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우리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죽음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있어야 하는가?


 • 죽음은 두렵고 불행한 사건인가? 또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희망의 한 사건인가?


 • 죽음은 삶의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을 통해 우리 전 존재의 불합리성을 드러내는 것인가? 또는 본래의 자기존재에 도달하기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우리 삶 안의 외침인가?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물음은 실천철학적 물음, 즉 자기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방향설정과 관련된 물음이며, 이는 자신의 행위가 유래하는 근원과 인간 삶의 완성에 대한 사색이라 합니다.


사실 1장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머리가 아파올 때쯤 제가 궁금해 했던 죽음에 철학자들의 관전이 등장합니다.


2'죽음과 불멸성'에서는 자연철학자, 피타고라스, 플라톤, 에피쿠로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까지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계보를 살펴봅니다. 이어지는 3'새로운 시대, 새로운 죽음'에서는 현대철학에서 다루는 죽음에 대해 알아봅니다. 플라톤 시대에는 철학이란 죽음을 배우는 것이라 정의했을 정도로 죽음은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위에 거론된 쟁쟁한 철학자들의 면면만 봐도 그 관련성이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4'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는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더 이상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여전히 죽음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죽음을 가능한 한 계획할 수 있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시도한다고 지적합니다. 과학적으로 언젠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축복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저자는 인간이 현실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한 이상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죽음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르는 게 약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는 게 힘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죽음이라는 주제에 있어선요.


제가 저자에게서 받은 메시지 중 가장 새기고 싶은 메시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삶과 죽음의 위협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과거와 미래에 마음을 두느라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 중의 어리석은 일이다. 이 순간을 삶에서 가장 값진 일을 위해 충실하게 산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솔직히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하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바탕이 너무도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지만,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에 대해 접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오늘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게 중요한 시점에 죽음에 대한 고찰은 어쩌면 약간 뜬구름 잡는 얘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 죽음에 대한 고찰이 자기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방향설정과 관련된 물음이며 인간 삶의 완성에 대한 사색이라면, 오늘은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너무 자명하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을 접하면, 죽은 사람은 그 사람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닥쳐온 특수한 사건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을 앞둔 사람은 절망에 빠져 도대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죽음은 전혀 자명하고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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