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 - 철학자들 죽음으로 삶을 성찰하다
구인회 지음 / 한길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을 선뜻 읽기 시작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2012년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츨간된 바 있으나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기꺼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보다는 이 주제를 기피하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겁니다. 인간은 언젠가 죽을 거라는 걸 알지만 죽음은 참으로 두려운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얀 상복을 입지만) 검은 상복을 입은 이유는 죽은 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 대한 태고의 두려움으로 인해 죽은 자들로 하여금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그들의 세계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죽음에는 두려움이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책의 주요 내용인 철학자들이 바라본 죽음이 궁금하기도 했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때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1'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말 그대로 죽음에 담긴 의미를 파악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불확실한 삶의 전개에서 죽음처럼 확실한 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에 도달하지만, 또 아이러니하게도 확실한 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삶에 대한 지식도 죽음을 통해 가능하다고 합니다. 죽음이 없다면 삶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철학은 많은 질문을 통해 죽음의 문제에 접근해 왔습니다.


 • 우리는 삶에 집중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죽음에 관한 의식을 배제하고 회피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실현하는 의미란 모두 허망한 것이며, 우리가 체험하는 행복도 모두 허무하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가?


 • 죽음의 경계선 저편에서 시작하는 진정한 인간 존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사멸성과 허무에 대해 초연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우리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죽음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있어야 하는가?


 • 죽음은 두렵고 불행한 사건인가? 또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희망의 한 사건인가?


 • 죽음은 삶의 종말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을 통해 우리 전 존재의 불합리성을 드러내는 것인가? 또는 본래의 자기존재에 도달하기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우리 삶 안의 외침인가?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물음은 실천철학적 물음, 즉 자기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방향설정과 관련된 물음이며, 이는 자신의 행위가 유래하는 근원과 인간 삶의 완성에 대한 사색이라 합니다.


사실 1장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머리가 아파올 때쯤 제가 궁금해 했던 죽음에 철학자들의 관전이 등장합니다.


2'죽음과 불멸성'에서는 자연철학자, 피타고라스, 플라톤, 에피쿠로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까지 죽음에 대한 철학적 계보를 살펴봅니다. 이어지는 3'새로운 시대, 새로운 죽음'에서는 현대철학에서 다루는 죽음에 대해 알아봅니다. 플라톤 시대에는 철학이란 죽음을 배우는 것이라 정의했을 정도로 죽음은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위에 거론된 쟁쟁한 철학자들의 면면만 봐도 그 관련성이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4'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는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더 이상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여전히 죽음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죽음을 가능한 한 계획할 수 있고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시도한다고 지적합니다. 과학적으로 언젠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축복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저자는 인간이 현실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한 이상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죽음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르는 게 약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는 게 힘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죽음이라는 주제에 있어선요.


제가 저자에게서 받은 메시지 중 가장 새기고 싶은 메시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불확실한 삶과 죽음의 위협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과거와 미래에 마음을 두느라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 중의 어리석은 일이다. 이 순간을 삶에서 가장 값진 일을 위해 충실하게 산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솔직히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하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바탕이 너무도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논의되어 왔지만,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에 대해 접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오늘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게 중요한 시점에 죽음에 대한 고찰은 어쩌면 약간 뜬구름 잡는 얘기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 죽음에 대한 고찰이 자기이해와 자기실현을 위한 방향설정과 관련된 물음이며 인간 삶의 완성에 대한 사색이라면, 오늘은 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너무 자명하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타인의 죽음을 접하면, 죽은 사람은 그 사람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닥쳐온 특수한 사건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을 앞둔 사람은 절망에 빠져 도대체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죽음은 전혀 자명하고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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