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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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 때마다 종종 미술관에 들르거나 갤러리카페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저는 그림도 못 그리고 그림에 사용된 기법도 잘 모르지만, 매번 제 눈길을 끄는 작품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 느낌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엔 제 내공이 아직 많이 부족해, 그림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며 감상법을 조금씩 익히기도 하고 그림과 화가에 관련된 이야기를 공부하기도 합니다.


제가 읽었던 책 중 하나가 <꽃미남과 여전사>입니다. 21세기 남녀가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에 이끌리는 심리를 200여 점의 명화를 곁들여 풀어낸 책인데요, 신선한 주제이자 쉽게 설명되어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욕망의 힘>이라는 책인데요, 두 가지 책 모두 사비나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이 쓴 책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알차게 여러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 역시 주제가 참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평생 많은 욕망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림과 인간이 가진 욕망을 연결합니다. 이명옥 관장은 여러 욕망을 담고 있고, 지친 마음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그림 83점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저자가 읽어온 문학작품 등에서 그 욕망과 연관된 부분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그림에 대한 책이자 동시에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것 같은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도 이론 중심으로 미술을 접해 왔을 테고, 그러다보니 유명한 그림을 보면 , 누구의 어떤 그림이구나라는 생각은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정작 화가가 표현하려고 한 핵심 포인트는 파악하지 못하거나 그림을 보면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그림은 그저 유명한 그림, 잘 그린 그림으로 끝나고 말죠.


이 책은 1<사랑, 원초적 욕망>, 2<나쁜 욕망 극복하기>, 3<성취욕, 존재 추구에 대한 욕망>, 4<소통, 관계 회복에 대한 욕망>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그림을 한 점, 한 점 접하다보면 그림에서 그 욕망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자의 가이드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여러 번 밝히듯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니까요. 평소 그림을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먼저 그림을 직접 해석해 보신 후 저자가 받은 느낌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고야, 고흐, 밀레, 뭉크, 피카소 등 아주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부터 우리나라 작가의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책을 읽는 시간이 더욱 알찼습니다. 그리고 특히 폴라로이드 사진을 이용한 송영숙 작가, 강화유리를 이용한 황선태 작가, 엑스레이 필름을 이용한 한기창 작가 등 우리나라 현대미술 작품은 그 제작과정 자체도 흥미로울뿐더러 책 속 작은 이미지가 아닌 실제 작품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들었습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사이엔 너무도 큰 틈이 존재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명옥 관장이 중간 중간 알려주는 감상법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삶의 에너지가 넘치거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싶을 때는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을, 일상에 지치거나 위안이 필요한 때는 명상적인 작품을 감상한다고 합니다. 최근 미술과 힐링을 연결한 <그림의 힘>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명옥 관장의 감상법이 책을 읽는데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해석은 감상자의 몫입니다. 저자는 휘슬러의 <회색과 녹색의 조화>에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가장 덧없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를 발견했지만, 이 그림이 발표됐을 당시 평단의 반응은 불만에 찬 소녀를 그린 불만스러운 그림이었다고 합니다(런던 미술관 산책/시공아트/전원경 지음). 감상자에 따라 다양한 욕망과 느낌을 받는 게 진정한 그림의 힘이겠죠.


예술 감상은 영혼의 휴식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이제 곧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는데 몸의 휴식과 함께 영혼의 휴식도 필요한 시기죠. 욕망의 힘이자 그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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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 -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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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큰 이슈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위를 단지 미국에서 벌어지는 특수한 시위일 뿐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14년에 토마 피케티 교수의 <불평등 경제>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부의 불평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11가지 액션플랜이란 부제와 함께 출간된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세 행정부에서 요직을 거쳤고, 가장 최근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경제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기도 합니다.


부의 불평등에 대한 미국의 민낯을 여지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마치 우리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는 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4년 말에 발표한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소득 불평등을 지목하고 있는데요, "1980년대에는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10%보다 7배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갔으나 현재(2013)9.5배 더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하위 10% 대비 상위 10% 소득이 18.8배이고, 우리나라는 10.1배입니다. 이는 OECD 평균을 넘는 수치이고 독일(6.6)과 프랑스(7.4)를 훨씬 앞지르는 수치입니다. 확실히 남 얘기가 아니란 게 느껴지죠?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에서 미국의 경제상황이 일반 근로자에게 불리하고, 갑부와 대기업에 유리하게 조작되어 갔는지 알아봅니다. 2부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이 일반 국민을 쥐어짜며 엄청난 부를 누리던 19세기 말로 나라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역행주의의 부상을 다룹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런 불평등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낙수효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10년 전만 해도 막대한 부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통념이 일반적이었고, 부유층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투자해 국민 모두에게 이익을 안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반화 되었고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 저자는 미국 경제가 곤경에 빠진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소득과 부가 상위층에 돌아가는 바람에 일반 국민이 경제를 돌아가게 만들 구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역시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거론되는 사례인 2008~2009년 미국 금융 위기 또한 미국인들을 분노케 한 사건입니다. 당시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납세자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와중에도 당시 AIG 보험사의 행크 그린버그는 25,000만 달러의 거액을 챙겼습니다. 우리나라도 IMF 금융위기 때 전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했습니다만 금모으기에 참여했던 분들이 현재 그것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자는 미국이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경제 붕괴, 즉 지난 75년간 커다란 경제 붕괴 사태를 두 차례나 겪고도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기업 소유주와 고위 중역에게 많은 이익을 안기는 바람에 경제가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면 언젠가는 뒤집히기 마련이라고 지적합니다. 결국 경제가 무너지는 원인은 근로자가 곧 소비자라는 기본 합의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는 곧 위에서 말씀드린 소득 불평등 지수와도 큰 관계가 있습니다.



1부를 마무리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경제는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 된다. 경제가 존재하는 목적은 충만하고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 상황이 조작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불공정해 보이는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 수 없고, 분노와 냉소주의가 퍼져 있는 사회에서는 잘 살 수 없다.” (97p)


2부에서는 미국에서 점점 확대되는 역행주의를 다룹니다. 역행주의자는 적자생존을 뜻하는 사회진화론을 주장하며 가난한 사람이나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도와주면 오히려 나태를 부추기므로 도와주지 말하야 한다고 강조하고, 역행주의가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고 강화시켜주는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진보주의자들이 개방과 동등한 기회, 관용이 중요하고 그래야 우리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역행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은 정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3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서 11가지 액션플랜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 액션플랜은 미국 상황에 기반한 액션플랜인 만큼, 그보다는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제시한 해법을 참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주로 미국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했지만 한국 설정에도 적절하리라 생각한다며, 저자가 확인한 자료를 인용해 설명합니다. 2009년 국세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급여 근로자 상위 1%1인당 연평균 소득은 24,320만 원으로 일반 급여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9.1배 많다고 합니다. 저자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해법을 옮겨 보겠습니다.


첫째, 대학 입학 절차를 향상시켜, 능력이 뛰어난 저소득층 자녀에게 고소득층 자녀와 똑같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둘째, 직업 교육과 기술 교육의 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저소득층 자녀들이 조기 아동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다섯째, 근로소득세 공제와 기타 제도를 학대해 저소득층 가정이 전체 국가 소득에서 지금보다 많은 몫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물론 저자의 해법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현가능성이나 또 다른 부작용 가능성, 그리고 사람마다 오묘하게 다른 관점도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최소한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부의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고, 이것이 언젠가 정말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시민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하라고 강조합니다. 글을 모두 옮겨 보겠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시민의 의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바쁘다고 핑계를 댄다. 그러면서도 수영을 하거나, 크로스워드 퍼즐을 맞추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요리를 하는 등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은 낸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우리 대부분이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친구에게 책을 읽게 하고 함께 토론해 보고, 지역사회에서 진보적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기에 저도 저자의 조언대로 다른 분들이 이 책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능력을 발휘해서 잘사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지위와 권력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서 많을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촌철살인의 일러스트 또한 좋은 책입니다. 1이 아닌 99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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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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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출간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많이 추천한 책이고 오랜기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문 만큼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을 겁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되기는커녕 각자 가지고 있던 정의(正義)의 정의(定義)’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졌을 겁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제노사이드>에 이어 오랜만에 읽은 일본 소설입니다. 일본 '문예춘추 미스터리 베스트 10''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동시 선정되었다고 하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아주 흥미로운 책 일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도 570페이지가 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읽은 책입니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 검찰 측 죄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주제가 바로 정의입니다.


책은 사법연수원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검찰 교관으로 참여한 베테랑 검사 모가미는 연수생 오키노를 보며 뛰어난 검찰로 성장할거라 기대합니다. 그 예측 그대로 5년 뒤, 검찰이 된 오키노는 연수생 시절부터 존경해오던 모가미와 함께 70대 노부부 살해 사건에 배속되어 함께 수사를 맡게 됩니다.



며칠 후, 오키노의 보고서를 검토하던 모가미는 사건의 용의자 목록에서 대학 시절 자신이 귀여워하던 기숙사 관리인의 딸 유키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마쓰쿠라의 이름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집니다. 그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고, 공소시효마저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처벌받지 못하는 부조리를 참을 수 없던 모가미는 결국 23년 전 사건의 죄를 묻기 위해 마쓰쿠라를 노부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가고, 급기야 법이 정한 경계를 넘어섭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모가미와 오키노의 갈등, 즉 검찰 측 죄인인 마쓰쿠라를 범인으로 만들려는 모가미와 범인은 마쓰쿠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오키노의 갈등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듭니다.


제가 위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거론한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는 없으니 책 내용을 많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모가미 입장에서는 23년 전 사건의 범인인 마쓰쿠라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부조리합니다. 모가미에게 이건 정의가 아니죠. 하지만 오키노 입장에서는 아무리 마쓰쿠라가 23년 전 사건의 범인이라고 해도 현재의 법을 어기면서까지 다른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 처벌하는 건 정의가 아닙니다.



무엇이 정의일까요?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로운 소설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모가미 보다는 오키노 입장에서 책을 읽어 갔습니다. 우선 두 주인공의 직업이 검찰인 만큼 법을 정말 법대로 집행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모가미가 23년 전 사건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해도, 상당히 냉정하게 느껴졌던 캐릭터가 정말 검찰로서의 선을 한참 넘어서는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마지막페이지를 읽는 순간엔 정의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아이러니도 느끼게 됩니다.


모가미에게는 그게 진정 정의였던 것 같습니다. 모가미는 연수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들은 손에 법률이란 검을 들고 있어. 법치국가에서는 최강의 무기지. 악인을 베어 넘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검사 일의 묘미라고.”


사실 이 책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슈가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5년입니다. 최근에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후에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고, 한편으론 이 책의 출간시기가 절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가 소설을 쓰기 전에 작중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많은 조사와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시즈쿠이 슈스케 역시 현직 변호사, 전직 검사 등 법조계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다양한 문헌을 참고해 사실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다만 소설로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저는 모가미와 오키노가 수사 과정에서 검찰 대 검찰로서 직접적인 강한 갈등과 대립이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는 약하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 아마 선배와 후배 서열이 강한 조직이기도 하고, 오키노도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엔 경력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죠. 이것도 현실의 반영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인가요? <검찰 측 죄인>을 재미있게 읽으시고,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신다면 책을 사는데 쓴 비용과 책을 읽는 데 쓴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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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공부법 - 한 문제를 이해하면 백 문제가 ‘와르르’ 풀리는 가장 단순한 공부 원리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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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대학을 목표로 공부할 때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사실 요즘 학생들은 불쌍해 보일 정도로 학업에 더욱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인들이 업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펼치는 것처럼 학생들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공부법에 대한 책에서 힌트를 얻고자 합니다. 그런데 갖가지 책들의 저자들처럼 괄목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권종철은 서문에서 모든 공부 방법론은 방법론의 탈을 쓴 성공신화이다. 그 성공 신화들 앞에서 학생은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공부법에 대한 내용들이 정작 학생 개개인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공부법에 대한 책의 핵심은 단순성과 확실성에 있다고 합니다. ‘깊은 공부의 경험만 함께 한다면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서요.


책의 제목은 도미노 공부법입니다. 저도 어릴 적 도미노를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 개의 도미노는 자신보다 1.5배 큰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1.5배가 계속 누적된다면 뒤로 갈수록 엄청 큰 힘을 발휘하겠죠. 그런 힘의 누적을 공부에 대입하기 위해 첫 번째 도미노를 찾는 원리를 찾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갖추어야 할 제1의 조건을 예측 가능성이라 합니다. 공부에 따른 성적을 스스로 예측해 볼 수 있는 것과 매번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런 불안감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의 성과가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측 가능성이고 이런 학생이야말로 이미 공부를 잘하고 있는 학생이거나 아니면 곧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를 생각해보면, 중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는 잘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도 이와 같은 학생인데요, 그 이유를 올바른 공부 습관으로 꼽습니다. <습관의 힘>, <습관의 재발견> 등 습관과 관련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처럼 역시 습관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즉 중학교 시기를 공부 습관을 형성하는 시기라 한다면, 고등학교 시기는 그 습관을 적용하는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효율이 중요합니다. 직장인도 최대한 야근을 피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려면 투입(Input) 대비 산출(Output)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학생도 마찬가지죠. 공부하는 절대적 시간을 높여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Input을 높이는 것보다 Output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Output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게 위에서 말씀드린 도미노 효과입니다. 이 책은 총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올바른 공부 습관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깊은 공부의 필요성을 되새기는 내용을, 2부와 3부에서는 얕은 공부방법을 버리고 깊은 공부방법을 실행해 보는 내용을, 마지막 4부에서는 도미노 효과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얕은 공부에 머무는 큰 이유로 선행 학습과 반복 학습을 지적합니다. 선행 학습은 오히려 먼저 알고 있다는 이유로 깊이 알 필요 자체를 느끼지 않게 하는 폐해를, 반복 학습은 공부에 대한 동기와 열의를 낮추고 공부는 지겹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합니다. 학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학업에 도움이 되는 학원도 있지만 지나친 학원 의존은 깊은 공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학원 의존 학습에 대비되는 게 자기 주도 학습입니다. 무엇보다 자기 주도 학습은 성공의 경험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깊은 공부3요소로 첫 번째 요소: 나를 진단하라’, ‘두 번째 요소: 생각의 흐름에 집중하라’, ‘세 번째 요소: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라를 제시합니다. 의존적이기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를 진단하고, 생각의 흐름을 갖기 위해 예습과 복습을 활용하며 수업에 집중하고, 스스로 세운 계획을 달성하며 공부에 재미를 느끼다보면 저절로 깊은 공부의 세계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원대한 계획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원대한 계획 앞에서 여러분은 반드시 실패자가 된다고 합니다. 실행하기 어려운 무리한 계획보다는 자신만의 성공의 목록을 만들고 작고 소박한 것부터 해결해 가다보면 성공의 경험이 쌓여 즐겁게 공부하는 사람으로, 결국은 공부를 매우 잘하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합니다.



물론 이 책도 한순간에 성적을 올려주는 요술방망이 같은 책은 아닙니다. 저자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일단 공부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공부에 집중력을 발휘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전제하겠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능력은 집중력, 이해력, 응용력인데요, 우선 집중력을 가지고 있으면 공부 잘하는 연쇄 고리의 시작점은 통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저도 올바른 공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얕은 결과에 집중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후회해 봐야 늦었으니 후회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이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부라는 단어를 일로 바꾸는 순간 일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주장이니까요.


사실 저는 학부모가 아니라 제가 책을 읽으며 '맞는 얘기네'라고 생각한 부분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는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못하는' 내용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지고 경쟁은 치열한 현실이니까요. 반면에 장기레이스라고 할 수 있는 중고등학교 기간에 제대로 된 공부의 방향을 잡기위해 짬을 내서 읽어보셔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책이란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260페이지 남짓한 두껍지 않은 책이니까요.


저자는 첫 번째 도미노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짧게는 2, 길게는 한 달을 예상합니다. 이 예상대로 첫 번째 도미노를 꼭 발견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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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된 30인의 기업가 - 메디치에서 하워드 슐츠까지
우베 장 호이저.존 융클라우센 엮음, 이온화 옮김 / 넥서스BIZ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창업의 꿈을 품은 분들이 즐겨찾는 책이 기업가의 성공스토리, 경영의 법칙을 다룬 책입니다. 그런 분들께는 마치 어린시절에 받았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려 30명의 기업가를 담고 있으니까요.


표지를 보면 '우베 장 호이저존 융클라우센 엮음'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책 뒷부분(270p)에 글쓴이 소개가 따로 나오는데요, 각기 다른 저자가 쓴 기업가에 대한 글을 모아 엮어서 출간한 책입니다.


기업가별로 평균 8~10페이지가 할당되다보니 당연히 한사람의 경영자스토리가 자세히 담긴 책과는 많이 다릅니다. 기업가를 특집으로 다룬 신문 비즈니스 섹션처럼 압축된 내용이 담겨 있죠. 책을 읽으며 특히 관심 가는 경영자를 체크해 두신 후 더 많은 정보를 찾거나 (출간된 책이 있다면) 다른 책을 읽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목차를 살펴보면서 약간은 갸우뚱 했습니다. 30인의 기업가에는 경영사례에 흔히 거론되는 헨리 포드(포드자동차), 모리타 아키오(소니), 잉바르 캄프라드(이케아), 레이 크록(맥도날드), 리처드 브랜슨(버진그룹), 빌 게이츠(MS),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등 외에 제임스 와트, 마리아 클레멘티네 마르틴, 조지 캐드버리, 막스 그룬디히, 아서 모스 등 생소한 이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기업가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니까요.


이렇듯 약간은 생소하지만 다양한 기업가를 접할 수 있는게 이 책이 주는 최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산 과정을 이루어 내거나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 전통적 상품과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성장과 복지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기업가라고 한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말한 기업가의 정의인데요, 30명의 기업가 중 가장 흥미를 끈 기업가는 베텔스만의 라인하르트 몬입니다.


라인하르트 몬은 베텔스만을 세계적인 복합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시키면서도 항상 직원들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자 했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고 흑자를 내기 위한 장기 전략도 눈에 띕니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직원들은 각자의 몫에 대해 최소한의 세금만 내면 된다.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금을 분배 받은 다음, 이를 연 2퍼센트의 저렴한 이자를 받고 다시 베텔스만 사에 빌려 준다.

직원들은 퇴직할 때 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직원들을 돕기 위해 부상자 및 노후 안심 보험 회사를 설립한 부분은 경영자와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 하려는 기업들과 너무나 대비됩니다.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나는 그렇게 한다. 과제는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한 제품을 팔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_라인하르트 몬


이외에 다른 기업가의 아래 발언도 창업가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있고, 누구든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사라진다. _아서 모스

이전에 항상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우리는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무조건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 _잉바르 캄프라드



우베 장 호이저와 존 융클라우센은 기업가의 성공적인 행동모델과 특성을 아래와 같이 열 가지로 정리합니다.

(물론 30명의 기업가가 이 열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1.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

 2.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

 3.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다.

 4. 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5. 성공을 위해 게임의 규칙까지 바꾼다.

 6. 기회를 잘 포착한다.

 7. 경영관이 명확하고 건전하다.

 8. 절약 정신이 투철하다.

 9. 무자비할 만큼 냉정하고 엄격하다.

10. 자신의 사업을 즐긴다.


그리고 진정한 기업가들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닌, 사업 구상에 매료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업가들은 발전 가능성을 인식하고, 저항이 거세진다고 해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저항에 맞설 만큼 정확히 성장한다고 합니다. 각각의 경영자를 만나보면서 어떤 특징을 발현시켜 경제를 움직였는지 파악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착한'이 기준이 되는 경영자이야기는 아닙니다. 무기 제조회사인 노르덴펠트 의 대표였던 바실 자하로프무기를 사려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애국이나 국가의 명예를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팔아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양쪽에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드비어스 다이아몬드의 에르네스트 오펜하이머는 부패 정권에 뒷돈을 대 광산채굴권을 독점하기도 하고 적대적 인수, 주가조작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데 매진했습니다.


최근 한 사이트의 신이 나를 만들 때테스트가 유행입니다. 위 열 가지 특징에 정의, 도덕성, 이타심 등을 몇 스푼씩만 넣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늘 아름다운 이야기만 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잘못된 부분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역사나 고전에서 경영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책이 많습니다. 이 책이 결국 말하는 바도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본질에 대한 부분입니다. 크건 작건 경영의 일선(一線)에 서 있는 분, 창업을 꿈꾸는 분께는 얻어갈 요소가 담긴 책이라 생각합니다.


※ 해당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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