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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3포세대, 5포세대를 넘어 7포세대라는 말도 공공연히 쓰이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숫자 N이 몇까지 늘어날지 정말 우려가 됩니다. 저자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러 가지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경제 관료들이 자신의 임기만 넘기고 보자는 ‘님티(NIMTE, Not In My Terms)'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 지적합니다.
경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종훈 기자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오히려 역전의 기회로 삼는 방법은 누구보다도 먼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경제를 경제 정책, 기업, 부동산, 세금, 빚, 빈부 격차, 복지, 인구, 청년까지 9개의 주제로 나눠 경제적 상황을 분석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실효성을 논합니다. 여기에 각 현안별로 일본, 미국, 그리스, 독일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상황과 경제 정책을 덧붙여 설명하며 그 정책의 타당성과 효과성,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반영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까지 폭넓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상황은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론이 전하는 내용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우리나라 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라 더 깊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은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개인이 정확한 정보를 접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경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작은 앎이 모이고 모여 플라톤이 지적한 ‘동굴의 우상’을 넘을 수 있을 때 국민을 기만하는 경제 정책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 전략’ 덕분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제 그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도 새로운 빠른 추격자로 인해 경제 성장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 물량만 확대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내 물가는 올라가고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내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한 일이겠죠. ‘재벌 우선주의’ 또한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온 요소이기도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문제나 국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여실히 느낀 부분은 경제 또한 생명체와 같다는 점입니다. 자연을 구성하는 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경제 주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또한 ‘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평형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경제에서도 특정 계층이나 조직만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결국 그 부작용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미래세대, 즉 청년문제에 대한 부분은 그 어느 내용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을 다루는 파트가 따로 있음에도 그 외 내용 곳곳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년층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저자가 지적하는 청년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었는데요, 저자는 장기 실업이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청년세대가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점을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청년과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과거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이유도 세금을 미래세대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경제가 생명체와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청년층이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로 기여할 수 없다면 경제 흐름이 원활할 리 없습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도 분명 영향을 끼치겠죠.

슬프지만 사실인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입니다.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있는 원숭이 세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화권에 따라 그 동작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하지만, 해석이 어찌되었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그와는 반대로 눈을 열고, 귀를 열고, 할 말은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겠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왜 대담한 경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경제 문제, 그 정책을 신중하지 못하게, 어느 한 쪽만을 위해, 과거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미래를 생각하는 장기적 시각 없이 추진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이런 고려 없이 경제정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척 ‘대담한’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단순히 경제가 어려워서 살기 힘들다고 푸념하기보다 저자가 지적한 우리나라의 ‘대담한 경제’ 상황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경제를 아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