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대한민국 네티즌이 열광한 KBS 화제의 칼럼!
박종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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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세대, 5포세대를 넘어 7포세대라는 말도 공공연히 쓰이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사정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숫자 N이 몇까지 늘어날지 정말 우려가 됩니다. 저자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러 가지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는 있지만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경제 관료들이 자신의 임기만 넘기고 보자는 님티(NIMTE, Not In My Terms)'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 지적합니다.


경제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종훈 기자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오히려 역전의 기회로 삼는 방법은 누구보다도 먼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경제를 경제 정책, 기업, 부동산, 세금, , 빈부 격차, 복지, 인구, 청년까지 9개의 주제로 나눠 경제적 상황을 분석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실효성을 논합니다. 여기에 각 현안별로 일본, 미국, 그리스, 독일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상황과 경제 정책을 덧붙여 설명하며 그 정책의 타당성과 효과성,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반영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까지 폭넓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상황은 우리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론이 전하는 내용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우리나라 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라 더 깊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은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개인이 정확한 정보를 접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경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작은 앎이 모이고 모여 플라톤이 지적한 동굴의 우상을 넘을 수 있을 때 국민을 기만하는 경제 정책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 전략덕분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제 그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도 새로운 빠른 추격자로 인해 경제 성장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 물량만 확대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고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내 물가는 올라가고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내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한 일이겠죠. ‘재벌 우선주의또한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온 요소이기도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문제나 국제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여실히 느낀 부분은 경제 또한 생명체와 같다는 점입니다. 자연을 구성하는 개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경제 주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또한 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평형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경제에서도 특정 계층이나 조직만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결국 그 부작용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미래세대, 즉 청년문제에 대한 부분은 그 어느 내용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을 다루는 파트가 따로 있음에도 그 외 내용 곳곳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저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년층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저자가 지적하는 청년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었는데요, 저자는 장기 실업이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청년세대가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점을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청년과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과거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이유도 세금을 미래세대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경제가 생명체와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청년층이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로 기여할 수 없다면 경제 흐름이 원활할 리 없습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에도 분명 영향을 끼치겠죠.



슬프지만 사실인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입니다. 귀를 막고,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있는 원숭이 세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화권에 따라 그 동작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다른 것 같긴 하지만, 해석이 어찌되었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그와는 반대로 눈을 열고, 귀를 열고, 할 말은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겠죠.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현실을 인식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왜 대담한 경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경제 문제, 그 정책을 신중하지 못하게, 어느 한 쪽만을 위해, 과거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미래를 생각하는 장기적 시각 없이 추진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이런 고려 없이 경제정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척 대담한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단순히 경제가 어려워서 살기 힘들다고 푸념하기보다 저자가 지적한 우리나라의 대담한 경제상황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경제를 아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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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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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분명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배웠지만 녹두장군 전봉준, 조병갑, 사발통문, 우금치 전투 등 산발적인 내용만 기억할 뿐입니다. 특히 조병갑은 기말고사 주관식 문제의 정답이었는데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동학농민혁명이 아니라 동학농민운동으로 불렸죠. 이 책을 읽으며 몇가지 정보를 찾아보니 2004년에야 국가에서 혁명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프랑스 대혁명에 비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임에도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반성이 듭니다.


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나라 없는 나라>는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되는 때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될 때까지를 다룬 소설입니다. 작가는 전봉준 평전을 저술해 2012년에 출간했을 정도로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심사평에서 특히 그 당시의 박물지나 지도를 모두 뒤진 듯 당시 산천의 풍경이나 장소에 대한 능수능란한 묘사로 동학농민혁명 시기의 실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대목도 이 소설의 득의의 영역이다라고 평했을 정도로 교과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몰입감에 저절로 페이지가 넘어 갑니다.



이야기는 대원군과 전봉준 장군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대원군과 전봉준 장군의 긴밀한 관계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사실 동학농민혁명이 단순히 조병갑으로 대표되는 탐관오리에 대항한 전쟁이 아니라 청나라와 일본에 얽힌 국가를 제대로 세우기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 뜻을 모은 지 한 이십 년 되었나요?

회한에 젖은 얼굴로 김덕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 벌써 그리되었지.


그간 얼마나 오랜 기간 탐관오리에 수탈이 있었는지,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한 나라의 불안정이 민중들을 얼마나 견디기 힘들게 했는지, 동학농민혁명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됐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학농민군이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고 전봉준 장군마저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그 안타까운 결말에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사실 제가 ...’하는 작은 한숨을 쉬며 마음이 가장 아팠던 대목은 오히려 앞부분에 등장하는데요, 전봉준 장군의 딸인 갑례가 전봉준 장군과 그를 따르는 을개에게 도장을 건내는 부분입니다.


기어드는 답변 끝에 갑계가 손에 쥔 물건을 머뭇머뭇 내밀었다. 회양목에 들기름을 먹인 도장으로 끝에 뚫린 구멍에는 붉은 수술이 달려 있었다. 도장의 반반한 면에는 ()’이라 새겨져 있었다.

...

-옛다, 너도 가져라

동곡리에 이르러 갑례는 파란 수술이 달린 도장을 내밀었다. 도장을 받아들며 무심결인 듯 손을 움켜쥐자 온기로 다스워진 도장만 남긴 채 고사리 같은 것이 쑥 빠져나갔다. 파란 술이 달린 도장에는 ()’이라 새겨져 있었다.

...

식은 고구마를 삼키며 동곡리를 빠져나와 들길을 걷던 을개는 그제야 도장이 시신을 찾을 때 쓸 물건임을 알아차렸다.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 민중들은 나라의 관리들보다 오히려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년, 2014이 동학동민혁명 120주년의 해였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 대화는 이렇습니다.


- 선생님, 저 재를 넘으면 무엇이 있습니까요?

- 몰라서 묻는 게냐? 우리는 이미 재를 넘었느니라. 게서 보고 겪은 모든 것이 재 너머에 있던 것들이다.

- 그럼 이제 끝난 것입니까?

- 아니다. 재는 또 있다.

- 그럼 그건 어쩝니까요?

- 그냥 두어도 좋다. 뒷날의 사람들이 다시 넘을 것이다. 우린 우리의 재를 넘었을 뿐. 길이 멀다. 가자꾸나.


120년 동안 우리는 어떤 재를 넘어 왔을까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은 지자체와 동학 관련 단체마다 의견이 분분해 2004년부터 장기 표류중입니다. 각자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날을 기념일로 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사료와 연구가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평소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접한 120년 전 민중의 이야기가 역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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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 화내고 야단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부모로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김양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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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녀가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 키우는 이야기가 늘 화두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인데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법칙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정해진 것도 없다보니 각각의 양육 방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알 수도 없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키즈존에 대한 문제도 근본적으로 보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육 방식이 충돌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소리 지르지 않는 양육법이란 부모가 차분하고 침착하며 일관된 행동으로 자녀를 대하면서, 자녀의 행동에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제어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우는 양육법을 말합니다. 이 책은 국제 자녀교육서상, 엄마들의 선택상, 자녀교육 미디어상 등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자녀가 없으므로 최소한 아직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만, 단순히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개인의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도 담고 있어 제게도 충분히 통찰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및 가족문제 삼당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가족을 만나온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양육법을 만들었고, 저자의 경험과 다른 가족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 방법을 전달합니다. 각각의 소주제가 마무리되는 부분에는 그 내용을 곱씹을 수 있게 '함께 생각해 볼 문제들'을 제시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부부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양육이 어느 한 쪽의 책임도 아니고 큰 방향을 함께 맞추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저자는 무엇보다 화내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망치고,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부모가 오히려 자녀들에게 파과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스스로를 통제하고 제대로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모들이 진정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동기를 가지도록 격려하는 것, 자기 주도성을 키워주고 최종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아이만의 공간(물리적, 감정적)을 마련해주고 존중해줄 것 등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회 환경은 차이가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도 다른 만큼 저자의 방법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책 제목만 보면 실행지침을 전달하는 전형적인 자녀 양육서라고 생각되지만 저자는 "이 책은 당신의 모든 것은 인간관계, 특히 아이와 즐거움을 나누는 관계 속으로 이끌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려는 책이다."라고 밝힙니다.



말씀드린 대로 전 부모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또 그렇다보니 이 책에 대한 느낌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제 입장에서 많이 공감된 문장을 몇 가지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터득한다는 것은,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결정하는 도중, 결정한 후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42p)


소리 지르지 않는 부모로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동기를 가지도록 격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급진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당신의 목표는 통제가 아니다. 영향력이다. (45p)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 복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양육법은 몇 번은 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이와의 관계에 재앙의 씨를 뿌릴 뿐이다. (45p)



부모가 되는 것만큼 인내력과 누군가를 보살피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일도 없다. 또 일관성과 성실함을 이만큼 요구하는 일도 없다. 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할 때만큼, 부모가 자신의 나약함과 자질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도 없다. 그러나 미래의 보상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수고를 참는 태도는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는 아이와 부모 자신의 성숙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 (58p)


부모로서 우리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격려하고 존중하는 가정환경을 만들고 유지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냉정을 잃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 이런 건전한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최선의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81p)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아이를 그런 어른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키우려고 애쓸수록 아이가 그런 어른이 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95p)



저자는 부모가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가족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이다라며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일은 소리 지르지 않기를 실천하는 유일하고도 올바른 길이라 말합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위한 것을 넘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 즉 자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아이의 성장 못지않게 어른(부모)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책을 읽는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는 모습을 지켜본다. 부모의 모습은 부모가 말로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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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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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화라는 점에 눈길이 가 실로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입니다. 업무 역량과 관련된 책을 읽기에도 버거운데 웬 동화냐 싶지만 동화라는 특성상 책이 두껍지도 않을뿐더러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 오히려 제겐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어릴 적 불렀던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라는 동요 가사가 연상됩니다. 제목에서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사실 꼬부랑 할머니가 도착한 오두막에는 원래 살던 다른 꼬부랑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꼬부랑 할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새로 도착한 꼬부랑 할머니가 이 곳에서 지내기로 하고, 평소 오두막을 찾아오던 다른 등장인물들은 새로 도착한 꼬부랑 할머니가 이전의 꼬부랑 할머니인 줄 알고 있죠. 진짜 꼬부랑 할머니인 척 해야하는 할머니와 진짜 꼬부랑 할머니라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세 편의 연작동화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주인공인 꼬부랑 할머니 외에 달걀 도깨비, 메산이, 반쪽이, 아기장수, 호랑이 등 옛 이야기 속 인물들이 등장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서로 다른 옛 이야기 속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건 마치 슈렉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인물들이 우연한 사건이 겹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 마치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한국의 옛이야기를 많이 접한 아이들이라면 다른 책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사 당시 심사위원 모두가 망설임 없이 뽑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판소리 사설조와 구수한 구어체 문장이 일품입니다.


옛날에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섰대.

꼬부랑 열두 고개 꼬불꼬불 산길을 꼬부랑꼬부랑 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꼬부랑 열두 고개를 어찌어찌 다 넘으니, 꼬부라진 오두막이 보이지 뭐야.



첫 번째 이야기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를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꼬부랑이라는 단어를 잘 활용해 읽은 재미가 느껴집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들은 이런 운율을 잘 살려주시면 책 읽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연한 사건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인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떡에 대한 열정은 어수룩한 모습과 어우러져 웃음을 유발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이 많아 사람들에게 바우골 심술쟁이 늙은이로 불리던 인물인데요, 그 아들 또한 그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늙은 어미의 재산을 쫓아낸 겁니다. 그래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서게 된 거죠. 심술쟁이 꼬부랑 할머니는 오두막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변해갑니다.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잊고 있는 미덕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채봉 문학상 심사위원은 추천사에서 미덕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바른 마음이고 사람이 지닌 가장 향기로운 것이라고 합니다. 꼬부랑 할머니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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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황소연 옮김, 김인곤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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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 외에도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거창하건 소박하건 각자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을테고, 이 단어가 가진 뜻 그대로 우리 인생과 무척 연관된 것임에도 철학이라고 하면 모호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후 철학을 조금 더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심만 그러할 뿐 막상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니 마땅한 방법도 적절한 책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번에 펼쳐보게 된 책이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입니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철학자 개개인의 사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서양철학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데카르트, 칸트, 니체, 푸코, 마이클 센델까지 3천 년 간의 서양철학, 50인의 서양철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한정된 분량에 많은 철학자를 등장시키다보니 깊이는 덜할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핵심적인 내용을 접하신 후 관심 있는 시대나 철학자에 대해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질문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50인의 철학자가 등장하는 이 책은 철학자별로 두 가지의 핵심적인 질문을 통해 철학자 각자의 주요 개념이 소개됩니다. 여기에 더해 저자 또한 머리말에서 왜 서양철학을 배우고 익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 자체가 철학이 보편적인 내용과 지식을 갖추고 때문인데, 제대로 철학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근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비판적, 즉 의심한다는 것은 철학에 있어서는 앎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앎이 필요한 분야는 달라지고 있지만 어느 시대건 그 시대 사람들이 추구하는 앎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철학은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첫 번째 주자는 소크라테스입니다. 물론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탈레스, 피타고라스와 같은 철학자도 있었지만, 소크라테스에 이르러 이성을 통한 사유가 확립되며 철학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지의 지질문입니다. 무지의 지란 겸허하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고 더 알고자 노력하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거죠.


저는 이 책에 질문이 가득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과연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철학자들의 수많은 질문 속에서 어쩌면 진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제게 철학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더 흥미롭게 책을 대할 수 있었는데요, 우선 철학자들의 사상이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모든 학문이 과거의 발견을 토대로 발전하는 건 마찬가지겠죠. 위에서 말씀드린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인 몽테뉴와 연결됩니다. 몽테뉴는 누구보다 지성과 학식을 겸비했던 사람이지만, 무지와 어리석음을 깨닫고 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으며 진정한 앎을 추구했습니다.


미적분학으로 유명한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라는 개념은 현대 네트워크 사회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고, 리바이어던으로 잘 알려진 홉스의 사상은 로크나 루소가 주창한 사회 계약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근대 입헌주의 국가의 기틀을 닦기도 했습니다. 철학이 우리 삶과 맞물리는 학문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두 번째 포인트는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철학자를 찾아보는 겁니다. 미처 몰랐던 철학자의 사상에서 자신의 생각과 방향이 같은 면을 찾아보는 것도 좋구요. 저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프랜시스 베이컨, 존 로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베르그송, 듀이 등 다른 철학자의 생각에도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철학자의 사상을 배우는 것도 큰 장점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그리고 세계-인간-이성-나의 존재-정치철학까지 시대별로 달라지는 질문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질문 속에는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담겨 있으니까요.


저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 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소크라테스 파트의 두 번째 내용인 '질문은 왜 중요한가?'가 제겐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자들이 이전의 사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던졌기에 오늘날까지 철학이 발전한 겁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질문은 무척 중요한데요. 5why 기법도 질문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기법이 있고, 유대인들의 교육법인 하브루타(havruta)의 핵심도 질문입니다. 철학을 뜻하는 필로소피(philosophy)'는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sopia)사랑한다를 의미하는 필로(philo)가 합쳐진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지혜를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야말로 끝없는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철학을 재미없게 여긴 이유는 지나치게 지식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철학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철학 개념은 현대인의 고민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인지한다면 더 이상 철학이 지루한 학문으로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인간은 늘 앎을 갈구하고 지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이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앎을 향한 노력을 멈추는 순간 이미 인간의 의미를 상실한 존재가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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