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 화내고 야단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부모로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김양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자녀가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 키우는 이야기가 늘 화두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인데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법칙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정해진 것도 없다보니 각각의 양육 방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알 수도 없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키즈존에 대한 문제도 근본적으로 보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육 방식이 충돌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소리 지르지 않는 양육법이란 부모가 차분하고 침착하며 일관된 행동으로 자녀를 대하면서, 자녀의 행동에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제어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우는 양육법을 말합니다. 이 책은 국제 자녀교육서상, 엄마들의 선택상, 자녀교육 미디어상 등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자녀가 없으므로 최소한 아직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만, 단순히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개인의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도 담고 있어 제게도 충분히 통찰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및 가족문제 삼당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가족을 만나온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양육법을 만들었고, 저자의 경험과 다른 가족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 방법을 전달합니다. 각각의 소주제가 마무리되는 부분에는 그 내용을 곱씹을 수 있게 '함께 생각해 볼 문제들'을 제시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부부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양육이 어느 한 쪽의 책임도 아니고 큰 방향을 함께 맞추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저자는 무엇보다 화내는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를 망치고,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부모가 오히려 자녀들에게 파과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스스로를 통제하고 제대로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모들이 진정 신경 써야 하는 일은 동기를 가지도록 격려하는 것, 자기 주도성을 키워주고 최종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아이만의 공간(물리적, 감정적)을 마련해주고 존중해줄 것 등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회 환경은 차이가 있고, 양육에 대한 가치관도 다른 만큼 저자의 방법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책 제목만 보면 실행지침을 전달하는 전형적인 자녀 양육서라고 생각되지만 저자는 "이 책은 당신의 모든 것은 인간관계, 특히 아이와 즐거움을 나누는 관계 속으로 이끌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려는 책이다."라고 밝힙니다.



말씀드린 대로 전 부모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또 그렇다보니 이 책에 대한 느낌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제 입장에서 많이 공감된 문장을 몇 가지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터득한다는 것은,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결정하는 도중, 결정한 후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는 의미다. (42p)


소리 지르지 않는 부모로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동기를 가지도록 격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급진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당신의 목표는 통제가 아니다. 영향력이다. (45p)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 복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양육법은 몇 번은 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아이와의 관계에 재앙의 씨를 뿌릴 뿐이다. (45p)



부모가 되는 것만큼 인내력과 누군가를 보살피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일도 없다. 또 일관성과 성실함을 이만큼 요구하는 일도 없다. 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할 때만큼, 부모가 자신의 나약함과 자질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도 없다. 그러나 미래의 보상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수고를 참는 태도는 성장 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 과정을 통해 부모는 아이와 부모 자신의 성숙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 (58p)


부모로서 우리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격려하고 존중하는 가정환경을 만들고 유지할 책임이 있다... 우리는 냉정을 잃지 않고 소리 지르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 이런 건전한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는 최선의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81p)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아이를 그런 어른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키우려고 애쓸수록 아이가 그런 어른이 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95p)



저자는 부모가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가족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이다라며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일은 소리 지르지 않기를 실천하는 유일하고도 올바른 길이라 말합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위한 것을 넘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 즉 자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아이의 성장 못지않게 어른(부모)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책을 읽는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는 모습을 지켜본다. 부모의 모습은 부모가 말로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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