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 시인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기 아우름 7
김용택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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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즐겨 읽지 않는 분이라도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제가 알고 있는 김용택 시인의 시도 <, 너는 죽었다> 뿐입니다. 이번에 만난 김용택 시인의 책은 시집은 아니고, 샘터 출판사에서 진행한 강연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강연의 취지 자체가 '다음 세대를 위한 인문교양'입니다만, 강연에서 들려주는 삶의 지혜는 세대에 상관없이 통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택 시인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그것도 시인이 배운 초등학교에 선생님으로 부임해 31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2008년에 정년퇴임했습니다. 긴 세월을 교육현장에서 보낸 만큼 이번 강연은 가르침과 배움에 관한 경험과 이에 기반한 깨우침이 주를 이룹니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학생들과 함께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중에서 아이들에게 자기 나무를 한 그루씩 정하게 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김용택 시인이 아이들에게 나무를 정하라고 한 것은 글쓰기 공부에 앞서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 사물들을 자세히 보는 법을 배우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자세히 보는 눈을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처음에는 나무를 정하는 데만 해도 일주일이나 걸리던 아이들이 차츰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세히' 보게 되고, 나무 주변의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게 된 세상의 모습을 글로 옮기면 그것은 곧 시가 됩니다.

 


김용택 시인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방법이나 기술을 가르칠 수 없어서 이런 방법을 썼다고 하지만,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누구라도 적용 가능한 방법 같습니다.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가 금세 시들해지는 것도 결국 대상에 대한 '관심'을 배제한 채 마음만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울러 나무 이야기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이어령 교수가 설명한 관심-관찰-관계의 프로세스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힘도 결국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용택 시인은 "창조의 힘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나옵니다"라고 했는데, 그 출발점에는 결국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주된 독자인 청소년, 대학생은 물론이고 자기계발에 열심인 모든 분들께 배움을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공부는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것이지요. 스스로 삶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습니까. 누가 만들어 놓은 답이 누구에게나 다 맞는 답은 아니지요.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자기 삶의 정답입니다." (p. 37)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치고 정답을 외워서 하나뿐인 정답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알게 해서 열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답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돌멩이 하나를 놓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를 알게 해서 열을 알게 하는 상상력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힘입니다." (p. 85)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할 필요도 있고, 꾸준히 배우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김용택 시인은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는 일이 곧 공부라 한 것이겠죠. , 여기서 말하는 받아들임은 맹목과는 다른 받아들임일 겁니다. 제대로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보는 것이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바라보는 일이다.

바라보아야 무엇인지 알고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그것이 내 것이 된다.

그럴 때 아는 것이 인격이 된다. (p. 13)

바라보아야 무엇인지 알고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그것이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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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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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샘터 출판사에서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 <아우름> 시리즈는 두께도 부담이 없는데다 술술 읽을수 있는데 비해 생각하고 배울 요소가 참 많은 책이라 즐겨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종영됐지만 즐겨보던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강연 100>입니다. 이 시리즈는 마치 <강연 100>를 책으로 접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들려주는 인생철학입니다. <아우름>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나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 책이기도 합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산을 오르고 내린 이야기 자체가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도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8천 미터 16좌 완등이라는 영광 뒤에는 훨씬 많은 실패경험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기 바랍니다.

 

구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산을 오르고 정상에 도달한 후 다시 출발점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이 책도 등산의 기술하산의 기술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주 흔한 표현이지만, 인생을 산에 비유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엄홍길 대장의 지적대로 우리 사회는 등산의 기술’, 즉 올라가는 법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그걸 유지하고 잘 내려오는 것은 정상에 잘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학교도, 사회도 올라가는 법만 가르쳐요. 저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행복해진다고, 네가 꿈꾸는 것이 저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에는 늘 오르막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상에 올라갔다고 계속 거기에 있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려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많은 이들이 아차 하는 순간 굴러 떨어지곤 합니다. 지금 이룬 성공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p. 101~102)

 

'하산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칠 수 있는 문장입니다. 등산의 기술 부분이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데 필요한 삶의 자세를 논한다면, 하산의 기술 부분은 성공의 순간엔 자만하지 말 것이며 실패의 순간엔 좌절하지 않기 위한 자세에 대해 논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다 알고 있는 메시지고, 아주 많이 들어온 메시지입니다. 삶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역경을 극복하는 힘은 자기 확신과 자기 믿음에 있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도전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등. 단지 그럴싸한 말이나 글로 끝난다면 아무런 감흥도 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의 경험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삶의 지혜이기에 독자에게 다가오는 깊이는 남다릅니다.

 


이어 더해 엄홍길 대장은 성공적인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성공적인 실패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성공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해요. 아마 성공만 계속했다면 저도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와 사고, 좌절을 경험하며 중요한 것은 과정임을 깨달았습니다.” (p. 113)

 

저는 업무 특성상 비즈니스 사례를 많이 찾아보고 많이 참고하는데요, 성공에 안주했던 기업의 실패 사례,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른 사례, 늘 성공가도를 달렸다고 알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가 바탕이 된 사례가 참 많습니다. ‘하산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공적인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엄홍길 대장이 산에서 지혜를 찾았듯 각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영역에서 같은 지혜를 찾을 수 있겠죠.

 

무엇보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너무 쉽게 규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짧게 보면 실패지만 길게 보면 성공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엄홍길 대장은 도전의 진정한 성공은 출발 지점에 다시 돌아왔을 때 성취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정상에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니며 정상에서 잘 내려와야 성공의 가치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한 건 아닌지, 때로 자만심에 빠져 지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등산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하산의 기술을 연마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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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외롭지 않아 - 때론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 아우름 8
마스다 에이지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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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 회사 도산,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 병에 걸려 수술과 휴학, 첫아이는 심각한 중증 장애아로 태어나 310개월간 병원에서만 지내면서 각고의 노력을 했음에도 결국 사망하고 아내와도 이혼.

 

이 책의 저자인 마스다 에이지가 겪은 아픔들입니다. 특히 아이의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건 깊은 슬픔과 좌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우리에게 노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시련이나 역경과 맞닥뜨렸을 때조차 정면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어떤 의미가 감춰져 있고, 노력을 통해 그것을 깨우칠 때 비로소 인생이 비약적인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집니다.” (18p)

 

저자는 노력하면 분명 원하는 결과를 얻을 거라는 여느 자기계발서 속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노력해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노력하는 와중에 역경에 부딪혀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아픔을 견뎌야하고 아픔이 당신을 성장하게 할 것이라 말한다면 당연히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일반적으로 겪을 수 없는 아픔을 겪은 당사자가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기에 이 책은 특별합니다. 인상 깊은 문장도 참 많은 책인데요, 그 중 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무엇이 플러스가 되고, 무엇이 쓸데없는 일이 될지 모릅니다라는 문장이 참 와닿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극복하고자 무던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 평가기준을 지금 이 순간으로 잡는다면 그것을 실패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노력이 먼 훗날의 결실에 큰 역할을 한다면 아무도 그것을 의미 없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령 결실을 맺지 못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했다면 저자의 말마따나 긍지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야말로 노력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과거의 노력이라 부릅니다. 역경에 처했을 때,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거의 노력이고, 이는 곧 지난날의 노력과 자부심과 긍지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몸소 실천해 역경을 이겨내고, 현재 변호사이자 사진가, 그리고 이제는 노력에 대한 책까지 펴내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책이 작년에 읽은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입니다. 제목은 노력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 이 책은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그들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으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으라는 메시지입니다. 노력은 외롭지 않아에도 비슷한 맥락이 등장합니다. 저자는 올바른 노력의 법칙을 전하며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지 말고, 중요한 것은 비교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라 말합니다. 타인의 평가를 위한 노력과 자신의 성장을 위한 노력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동기부여에도, 결과에도 많은 차이가 있겠죠.

 


저자가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노력을 지지하는 말입니다. 노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노력을 지탱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따스하고 애정으로 가득한 말이라는 거죠. 이 부분을 읽으며 저 자신을 되돌아봤습니다. 평소 저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지나치게 인색한 건 아니었을까...

 

말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는지 꼭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따스한 한마디는 틀림없이 한 사람의 큰 성장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155p)

 

일상적으로 노력이란 단어를 참 자주 사용하지만, 노력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역경에도 끄떡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정면으로 맞서는 동적인 노력과 오로지 참고 견디는 정적인 노력 간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 노력만큼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 충분히 노력한 후에 내려놓음도 필요하다는 것, 스스로를 위한 노력과 다른 사람의 성장을 위한 격려까지, 노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책입니다.

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무엇이 플러스가 되고, 무엇이 쓸데없는 일이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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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3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3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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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즉시 구입하는 책 중 하나가 지식ⓔ』 시리즈와 역사ⓔ』 시리즈입니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울뿐더러 짧은 에피소드들이 주는 긴 여운이 참 좋습니다. 특히 역사ⓔ』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학창시절에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접했다면 역사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과 지식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제 입장에서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그냥 우리의 역사니까 하는 마음으로 학습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지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물론 한정된 교과과정에 긴 역사를 다루려면 연대별로, 큰 사건을 중심으로 배우는 게 정석일 수 있지만 흔히 현재의 거울이요 미래의 길잡이의 역할로써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전혀 적용될 수 없는 공부를 해온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때 갔던 수학여행, 천년의 고도라는 경주에 갔지만 경주에 대해 아는 단편적 지식과 몇몇 문화재만 가지고는 경주에 간 보람을 느끼기엔 한참 부족했습니다. 물론 첨성대 앞에서 사진 찍고, 불국사로 이동해서 사진 찍고 천마총으로 이동해서 사진 찍는 일정도 한 몫 했고, 고등학생이 흥미를 느끼기엔 너무 학술적인 문화재 안내판도 한 몫을 했겠죠.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지식을 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있었다면 많이 달랐을 겁니다.

 


역사ⓔ』가 주는 장점은 이렇듯 교과목이니까, 시험을 봐야 하니까 공부하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큰 사건들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을 매워주며, 역사가 단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지배층에 의해 주도된 것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온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 무엇보다 역사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는 점입니다.

 

역사ⓔ』 3권은 조선시대 역사가 주를 이룹니다. 우리 역사에서 현재와 가장 근접한 시기가 조선시대지만 지금 우리의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주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옛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충분히 체계적이었고, 결코 글쟁이들만의 고루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삼심(三審)제도를 운영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수학자 홍정하의 저서 구일집에는 파스칼의 삼각형, 이항계수 정리, 10차 방정식의 풀이까지 담겨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균관의 수업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질의문답식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오늘날 오히려 주입식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과는 사뭇 다름을 느낍니다. 물론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남의 답안지에 몰래 자기 이름 써넣기, 뇌물로 시험관 매수, 도포 자락에 예상 답안 써넣어 가기, 밖에서 써준 답안지 몰래 건네받기, 콧구멍 속에 답안을 숨기기까지(!) 했다는 부분에서는 실소와 함께 예나 지금이나 머리 굴리는 건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역사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려시대의 청자 기와에서, 울산에서 발견된 암각화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수학에 대한 연구를 보면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작은 나라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살피며 자부심을 느끼기 전에 우리의 지금은 그 자부심을 유지할만한 상황인가를 생각해봐야겠죠.

 

<역사채널 >의 이상범PD는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역사는,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어리석음과 오류와 과오를 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한 따끔한 지침을 주고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한다. ...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저자가 조선시대의 소송제도, 과거시험, 19세기 말의 영어교육 열풍, 조선에 정착한 크리스마스, 조선의 흡연 실태 등을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연결시키고 의미를 찾는 이유도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입니다.

 

얼마 전에 역사ⓔ』 4권이 출간됐습니다. 그 책을 읽기 전에 3권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역사저널 그날등 역사를 딱딱하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과 프로그램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참 반갑습니다.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어떤 목적으로 역사를 가르쳐야하고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는, 내가 지금 저지르고 있는 어리석음과 오류와 과오를 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한 따끔한 지침을 주고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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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분들이 가득한 알라딘에서 북플 마니아가 되다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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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2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플마니아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책권하는냐옹이님, 좋은하루되세요

오거서 2016-01-1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알았습니다. 북플마니아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