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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버나드 쇼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한가로울 때 이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분명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아무래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주로 읽게 되지만, 때로는 이렇게 여백이 많은 책에 손이 갑니다.
전체적으로는 작년 꽤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그림의 힘』과 비슷한 느낌의 책입니다. 저자는 총 50편의 그림과 작가를 소개하며, 그 그림이 주는 느낌을 전달하고 그 느낌과 연관되는 명언을 소개합니다. 그림이 많고 글은 적은데다 가독성 좋게 줄 간격도 넓어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배경지식을 얻고자하는 독자라면 별점 하나를 뺄 수도 있는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명화와 명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담은 책인데다, 그림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곁들이지만 그림에만 집중하는 여느 책에 비하면 설명은 상세하지 못합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생활에 더 가깝고 쉽고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선별했고, 모호하고 난해한 추상화나 고전주의 작품은 배제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짧은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림 담긴 게 첫째고, 그림 감상에 정답은 없으니 오롯이 개인의 느낌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일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이 책의 진가는 그 구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챕터를 새벽, 아침, 오후, 황혼, 한밤으로 나눠 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을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제나 사조, 나라별로 분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시간대별로 긴장감도 다르고 감성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일부러 더 시간을 투자해 챕터별 시간에 맞춰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비록 그림 속 인물과 배경이지만 저와 같은 시간대를 보내고 있는 그림 속 세상을 만나니 확실히 그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저는 집을 장식하면서 몇 몇 그림을 걸어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한밤’ 중에도 마지막 그림으로 등장하는 그림인데요, 그동안 주로 밝은 시간대나 환한 불빛 아래, 주변의 소음 속에서 보던 그림을 더 늦은 시간에 작은 등 아래서, 아주 조용한 상태에서 접했습니다. 책 주위가 어두워서겠죠. 그림 속의 별빛과 달빛이 더욱 환하게 빛났습니다. 지나치게 밝은 지금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도 떠올랐습니다.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보는가도 중요하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은 바입니다.
정리해보니 저는 ‘일어나 시작하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아침 파트와 ‘다시 살아가는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오후 파트 명언에 포스트잇을 많이 붙였습니다. 아마 설 직전에 책을 읽다보니 올 한해를 위한 명언에 더 끌린 것 같습니다.
● 우리 뒤에 놓인 것과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 안에 간직한 것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_랄프 왈도 에머슨 (p. 115)
●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란 대부분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_엘리너 루스벨트 (p. 121)
● 담대하라! 낯선 곳으로 떠나는 배에 오를 때는 자신의 그 어떤 부분도 육지에 두고 가서는 안된다. _알란 알다 (p. 127)
● 어디에서 왔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_엘라 피츠제럴드 (p. 141)
● 적당하게 일하고 좀 더 느긋하게 쉬어라. 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 _발타자르 그라시안 (p. 171)
● 어리석은 사람은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_제임스 오펜하임 (p. 295)
그림이건 명언이건 책이건 영혼을 채워줄 수단이 있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그림은 정말 못 그리지만 그림 보는 것은 좋아하는 제게는 새롭게 접한 그림이 많은데다, 지침으로 삼을만한 명언도 많아 말 그대로 시기적절하게 읽은 책입니다. 아마 평소였다면 단순히 ‘좋은 말’로만 여겨졌을 명언이 새롭게 다가온 건 그림이 주는 감성이 더해진 결과겠죠. 이게 바로 ‘그림의 힘’인가 봅니다.
아울러 명화나 명언 못지않게 경탄을 자아내는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각 그림마다 저자가 받은 감상을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정리하는데요, 그 중 제가 꼽은 최고의 문장을 기록으로 남기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독서는 영혼에 흔적을 남긴다. 책은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