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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교실 -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오리하라 이치가 찾아왔습니다.
도착시리즈나 자시리즈로 유명한 그가 서술트릭의 귀재라는 것은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겠죠.
이번 작품 침묵의 교실은 그 두 시리즈 어느곳에도 해당이 안되서 어떤 식의 유형일지 궁금했습니다.
오리하라 이치는 3가지 유형의 작품을 쓴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트래블 미스터리! 여행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구요.
두번째는 본격 미스터리! 오리하라 이치 답지않은(?) 정통 트릭을 선보이는 미스터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서술트릭 구사의 미스터리! 입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은 거의(?) 서술트릭류의 미스터리라 (원체 그쪽으로 많이 쓰는분이기도 하공) 이미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을때는 그런 기대를 하고 보는게 사실입니다. 저도 이 작품을 만날때 그랬으니까요.
이 침묵의 교실은 약간 큰 판형인데도 600P가 넘는 두툼한 녀석입니다. 원고가 1200장에 달했다고 하니 출판사의 고심도 엿보입니다. 표지는 음침한 폐교의 모습이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머, 그래도 관건은 내용이겠죠.
일단 받자마자 당일 날 읽은 놈의 한줄평으로써는 으아 역시 오리하라 이치였네~ 였습니다.
도착의 론도나 사각에서 겪어왔던대로 흡입력 있는 초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해결의 떡밥을 하나씩 제공하는 척하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뒤통수를 연타하는 쇼가 계속됩니다.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숙청의 교실편으로 2명의 시각으로 교차 진행됩니다. 하나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그 기억을 찾아가는 녀석의 시점, 또 하나는 주 무대인 중학교로 새로 부임하게 된 선생님의 시점으로 말이죠. 전자는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살인자 또는 살인계획자일지도 모른다는 떡밥을 던져 흥미진진하게 몰입감을 줍니다. 후자는 내면을 자극하는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한 괴기한 사건인 공포신문과 숙청이라는 소재로 무섭게 만들죠. 선생님한테 감정이입하지마세요. 정말 후달립니다.
그 흡입력을 타고 2부는 그리운 친구여란 제목으로 초점을 바꿔서 20년이 지난 후 반창회를 개최하려는 주최자와 이것을 보고 복수를 꾸미는 복수자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중에도 계속 사건은 이어져나가죠. 웬지 1부의 비밀이 2부와 연관되어 하나씩 벗겨지는 듯한 재미에 또한 흥미롭습니다. 다만 떡밥일 뿐, 미궁은 계속 된다는 것이 빨리 3부를 달려가게 만듭니다.
마지막 3부! 안녕 친구여편 입니다. 범인, 기억을 찾은 그의 정체, 복수자, 숙청의 비밀, 공포신문 모든 것들이 밝혀집니다. 그러나 도착시리즈때처럼 정신없이 몰아칩니다. 엇? 그랬구나... 정도는 우습죠. 헛! 역시... 헉! 머야... 으악! 정말...... 요렇게 감탄사 반복하시다보면 마지막 장을 덮으실 수 있을겁니다. 다만 정신을 단단히 하고 보셔야 즐겁습니다. 전 연타에 정신이 혼미해졌었거든요;;
이번 작품은 1부에서 호러를 맛보고, 2부에서 서스펜스를 맛보고, 3부에서 서술트릭을 맛보는 등 갖은 매력을 다 본 것 같습니다.
역시나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국사를 배우면서 신라가 당의 힘을 빌려 통일하기보다는 만주벌판을 지배하던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으면 지금 우리영토는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곧잘 하곤 했습니다. 그것이랑 관계되서 어디선가 본 이말이 떠오르는군요.
오리하라 이치가 도착의 론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 미스터리계가 지금과 같은 번영에 그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