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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U,ROBOT 솔직히 제목만 보고서는 읽고 싶지 않았다.
제목이나 표지로 일단 독자들을 끌어들여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읽은 사람들의 감상평이 나를 이끌었다.
'신선했어요'
'몇몇 단편은 대박이예요'
읽어보니 틀린말 하나 없었다.
일단 황금가지에서 펴냈기에 브랜드로써 읽어볼만한 작품일 것이라는 느낌은 주었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
한국 SF는 외국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한국적, 지역적 느낌을 SF와 같이 받을 수 있어 그 재미가 남다르다. '얼터너티브 드림'부터 좀 전에 완독한 '유, 로봇'까지 같은 작가가 중복해서 참가한 경우가 많으므로, 개개의 작가들의 필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흐름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작품들이 점차 더욱 한국지역적인 느낌을 주는 것(박시은, 바둑, 소주, 분식집, 이모 등)이 많아졌고, 대중성을 의식해서인지 무거운 작품에서 가벼운 위트를 담는 작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가급적 내용 누설은 삼가하겠으나 작품의 재미를 완전히 살려 독서하고 싶으시다면, 이 서평을 더 이상 읽지 않기를 권고한다.
첫 작품 유, 로봇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서 제목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지만, 정작 아시모프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다. 작품의 전체 스토리 흐름은 전형적인 헐리웃 영화나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상과학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데, 상상력의 결핍이랄까, 상당히 진부함이 느껴져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런 플롯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악당은 아군이 붙잡혀 있을 때, 항상 자신의 계획이나 의도를 꼬치꼬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건지 의문스럽다. ㅋ 차라리 '앱솔루트 바디'에 실렸던 이 분의 이전 작품 '지구의 아이들에게'가 훨씬 마음에 든다. 이거 이거 pilza2님의 블로그에 트랙백 보내면 안 되겠다-_- 아참, 소설의 서술방식은 살짝 특이했는데, 예전에 '진산 무협 단편집'의 마지막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국문학의 기초를 배운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소설의 시점은 1인칭, 3인칭 뿐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진 진산은 이 작품에서 2인칭 시점을 실험적으로 시도하는데, 뭐 이 작품과 관련이 있으려나? ㅎㅎ
게렉터님의 '박시은 특급'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난 '환상 문학 단편선'에서 보여준 '콘도르 날개'보다 더 마음에 든다. 게렉터식의 재담이 서술과정에서 멋지게 펼쳐지는 가운데, 현실의 연예인 이름과 의문의 단편 드라마의 등장을 통해 '멋지게 세이 굿바이'가 실제로 있는 것인지 궁금증까지 증폭된다. ㅎㅎㅎ 사실 저자이름을 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절반이 지나갈 무렵 이거 왠지 게렉터님같다! 는 느낌이 팍 왔다. ㅋ 아무튼 대 만족.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는 짧은 분량으로 강렬함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낸 수작이다. 외국의 유명 SF작가 작품이라해도 믿을 수 있을 듯.
'파라다이스'는 마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편작 '오오 지구여, 내가 만일 그대를 잊더라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품 마지막이 주는 느낌까지도... 이것도 마음에 든다.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과 '우주류', '매뉴얼'은 솔직히 좀 밋밋했다. 작가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무기여 잘 가거라'는 한 편의 유쾌한 개그작품. ㅎㅎ 단편 모음집에 이런 재미도 한 편씩 들어있으면 좋다. '미래관리부'는 유명작가 듀나의 작품. 그 답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나쁘진 않다.
'다섯번째 감각'은 거의 중편으로 분류될 만큼 분량이 많지만 아주 멋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무언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눈을 뜨는 과정이 마치 마이크 레스닉의 정말 멋진 작품 '그대 하늘을 맛보았기 때문에'를 연상하게 한다. 아, 키리야마 시리즈 빨리 읽어야 되는데, 이놈의 언어 장벽이...-_- 아무튼 작품 자체가 주는 감동보다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가지고 이렇게 감정을 터트릴 수 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노래'라는 단어가 딱! 나왔을 때 지하철에서 거의 울 뻔했다. 진짜로. 아아 정말 읽기를 잘 했다.
최근읽은 작품중에 대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