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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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에 잊고 있었던 엄마의 은밀한 심부름이 불쑥 떠오른 것이다. 강연이 끝난 밤에 나는 엄마, 담배, 술, 심부름을 곱씹었다. 엄마는 새벽 1시에도 내가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30분 거리의 24시간 마트에 다녀오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내가 동태찌개가 먹고 싶다고 하면 저녁 식탁에는 꼭 동태찌개가 나왔다. 가족들이 원하는 반찬, 간식, 가구, 옷은 무엇이건 자신의 발로 돌아다니며 기어코 마련해주었다. 그런 엄마가유일하게 스스로 사지 못했던 물건은 술과 담배였다. 만약 누군가 엄마가 내게 시킨 심부름을 들으면 역시 "쯧쯧"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다. 아마 그 시절 내가 느꼈던 감정도 쯧쯧, 정도였는지 모른다. 혀를 차는 소리 안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겠지. 어떻게 엄마가 어린 딸에게 그런 심부름을 시켜? 아니, 그보다는 이런 의미일지 모른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술과 담배를 해?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엄마와의 싸움에서 충분히 이길수 있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못 들은 척 안가면 그만이었다. 끝내 투덜대며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이유는 단지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엄마의 삶에 공감했기때문이었다. 열네 살 나에게도 낙이 없다는 엄마의 말은 무척 설득력 있게 들렸다. 엄마는에너지 넘치고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 가장밝게 빛나고,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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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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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술이라도 마시고, 담배라도 피우고 싶은 건데 어떻게 그걸 이해해주지 않느냐고 한탄하는 엄마의 넋두리가 가슴을콕콕 찔렀다. 그래, 엄마가 이거라도 없으면 무슨 낙이 있겠어. 나는 죄책감을 한아름 안고 투덜대며 동네 슈퍼로 향했다. 아파트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슈퍼의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가족과 잘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나는 교복을 입고도 어려움 없이 술과 담배를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날엔가 슈퍼 아주머니가 왜 네가 이런걸 사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볼멘 얼굴로 엄마가 시켰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아주머니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소리를 냈다. "쯧쯧."
구술생애사 최현숙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선생님의 어린시절을 듣는데, 내 귀에 들어온 말. "초등학생 때 엄마가 저에게일수를 시켰어요." ‘어떻게 엄마가 어린 딸에게 일수를 시켜?‘ 역시 이런 반응이 나올 법했는데, 선생님은 그 기억을 요리조리 다양하게 해석해주었다. 다섯 남매를 키우느라 경제 활동을 도맡았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 몸이 아파지면서 일수를 직접 걷지 못•하는 날이 늘었고, 자신이 어릴 때부터 똑 부러지는 면이 있었기때문인지 엄마가 믿고 그 일을 시켰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돈을 알게 되면서 안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는 했지만, 선생님은그런 기억 모두가 자신의 일부라고 끌어안고 있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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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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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으면 안될 사연 히나
옹호의 글쓰기
집에 돌아와 교복을 벗으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심부름을시켰다. "승은아, 소주 한 병하고 디스한 갑 좀 사다줄래?" 그림나는 엄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면서 일단 버텼다. 원래 심부름을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학생 딸에게 술과 담배를 사오라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 나 아직학생이야. 왜 자꾸 나한테 그런 걸 시켜?" "동네 사람들이 엄마얼굴 다 아는데 내가 어떻게 가니? 부탁 좀 할게. 엄마 정말 필요해서 그래." "내 얼굴도 다 알아보거든?싫어, 나도 쪽팔려 엄마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날은 어김없이 엄마와 다투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다툼은 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삶에 낙이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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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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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 요양서비스가 크게늘어나기는 했지만 서비스 주체는 정부가 아닌 사설 업체다.
그러다 보니 살던 곳에서 나이 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어불성설이고, 적절한 조치가 제때 제공될 것인지조차 안심할수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정액수가제 방식이라 서비스를공급하는 민간요양시설에서는 요양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돌봄에 드는 원가를 절감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가난한노인에게는 기회가 없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주기위해 제정한 국민기초생활보호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법은절대빈곤에 놓인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직계혈족과직계혈족의 배우자에게 먼저 있다고 명시해줬다. 절대적빈곤층을 돌볼 국가의 책임을 가족, 자녀에게 우선 지우는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의 미래는 당연히 디스토피아다.
가족은 해체되고 사회는 늙어가는 지금, 우리는 반드시 이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가 돌볼 것인가. 많은 이가 기대를 걸고있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돌봄은 반드시 관계에기반한다. 자신을 돌봐줄 관계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두지못한 사람들, 결국 돈 없고 자원이 부족한 이들이 제일 먼저AI 앞에 가게 될 것이다. 지자체가 독거노인들에게 스마트토이봇 ‘효돌이‘를 지급한 것처럼 비대면 의료·돌봄서비스는•반드시 주변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진입할 것이다. 이미 질병은차별적으로 찾아온다. 비만이 빈곤의 결과라는 것은 주지의사실이다. 이 세계의 주변부에 머무르는 가난한 이들은 코로나•팬데믹까지 거치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손상을 입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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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보와 자유, 인류의 복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결국 우리가 한 작은 선행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윤이처럼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이면 재발 우려가매우 높기 때문에 고위험군, 혹은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처럼 강력한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한다. 글리벡 같은 표적치료제도 다른 항암제와 함께 처치한다.
세상에, 글리벡이라니. 내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이윤보다생명을"을 외치며 약가 인하 시위에 참여했던 바로 그 약이다. 그옛날 데모에 나갔던 수혜를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 이렇게 받게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선배들을 따라시위 현장을 기웃거리는 나를 보고 "왜 남의 회사 파업에 감놔라 배 놔라 참견이냐"며 걱정하던 아빠도 생각났다. 아빠, 남의 일에 참견했던 게 더 이렇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때 나 데모 데리고 나갔던 선배랑 결혼도 했잖아요. 34-35쪽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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