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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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순간 유독 기억 어딘가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있다. 가까운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게 되면, 나와 같은 소비자들은 늘 익숙한 상품들을 집어 든다. 집에서 가볍게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 카누를 선택하고, 달달한 음료가 생각날 때는 자연은 알로에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쇼핑을 끝내고 영화관에 앉아 광고를 본다고 하자. ‘Better, All-ways’ 라는 광고 문구가 뜨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금호 타이어를 생각하게 되고, ‘문화로 세상을 바꿉니다.’ 라는 내레이션이 들리자마자 자연스럽게 ‘CJ그룹을 떠올리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유독 기억에 남는 브랜드들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다양한 기업들과 5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브랜드 버벌리스트로 유명한 민은정의 브랜드;짓다는 내가 아는 브랜드, 실제로 보고 들어 너무도 익숙한 브랜드 이름의 탄생 과정을 담아낸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 입밖으로 내뱉는 것이 자연스러운 브랜드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는 이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심리학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브랜드;짓다를 읽으며 천천히 알아가게 된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강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싶다면 무엇이 아닌 그것을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언어다. 이것이 브랜드 언어를 끊임없이 재정의해야 하는 이유다. (p. 111)

 

전공 수업 중 브랜드 광고와 관련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기아자동차의 'K7'을 예시로 들어주셨다. 단순하게 자동차 기종에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부여했다고 생각했으나 이 이름이 붙기까지에는 논리적인 방법이 존재했다. 브랜드;짓다에서 언급된 것처럼 KAIST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알파벳 K,T,N,Y,Z가 맞춤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알파벳들을 들을 때 뇌의 반응이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숫자 7은 행운을 의미하는 큰 의의가 있었기에 이 둘을 조합하여 ‘K7’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 네이밍, 슬로건을 짓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다. 그래서 브랜드;짓다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국내 최고 전문가의 접근법, 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겠다는 전략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을 파는가? 제품을 팔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된다. 철학과 취향을 팔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팬(fan)이 된다. 브랜드의 중심에 제품을 놓으면,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브랜드의 중심에 철학취향을 놓으면, 제품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생명력이 생기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p. 173)

 

브랜드;짓다를 읽다 보니 여러 번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공모전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마음에, 기억에 오래 남기란 너무도 어렵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단어들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사실, 브랜드;짓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언어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는 것.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고, 그러면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브랜드;짓다는 결코 아님을 이야기한다. 익숙한 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사람들의 기억에, 마음에 남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낯선 것은 오죽할까.

 

전해동박과 일렉포일, 실체는 같다. 그러나 언어는 다르다. 언어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장에서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취업하고자 응시하는 지망생들의 열망이 달라졌다.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달라졌다.

이것이 바로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 언어의 힘이다.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언어를 바꿔라. (p. 92)

 

생각보다 언어의 힘은 크다.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나를 스스로 브랜드화 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크게 작용할 것이다. 브랜드;짓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그런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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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음, 로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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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시선을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노래한다는 것을. 많은 책을 읽다 보면, 함께 이 세상에 머물고 있음에도 이렇게 다양한 시선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곤 한다. 설사 같은 상황에 놓여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작가들은 그들이 가진 시선을 바탕으로 세상을 그려낸다. 많은 글들이 그렇지만 유독 시집을 읽을 때면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부러워지기도 한다. 물론, 그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 부럽다.

풀꽃 시인나태주의 신작 마음이 살짝 기운다를 읽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미공개 신작 100편이 수록된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서 나는 또 한 번 그의 시선과 표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그는 살아있지 않은 것으로부터도 사랑이 느껴지도록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바람, 나무, , 계절 등 자연에서 오는 영감을 글로 표현하는 그는 모든 것에게 인격을 부여해주고, 그것을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다. 이로 하여금 그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시를 통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어떤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 이런 시선은 아차!’ 싶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나의 시에게

 

한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기를 바란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 속에서는 유독 사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연인간의 사랑, 아내와의 사랑, 자연과의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지칭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감정들을 그는 시를 통해 노래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노래 속에서 로 지칭하며 화자와 독자를 구분 짓는다. 라는 말은 이 시를 읽는 독자, 그러니까 를 지칭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가슴을 찌르기도 하며 시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꿈꾸라 그리워하라 깊이, 오래 사랑하라

우리가 잠들고 쉬고 잠시 즐거운 것도

다시금 고통을 당하기 위해서이고

고통의 바다 세상 속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또다시 새롭게 꿈꾸고 그리워하고

깊이, 오래 사랑하기 위함이다.

<‘명사산 추억중에서>

 



 

 

언제나 네 앞에서는

허둥대는 마음

나도 모르겠어.

<‘허둥대는 마음중에서>

 

 

소설이나 인문학과 같은 글을 읽다 때때로 시집을 읽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짧고 담백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자신의 시선을 타인에게 이렇게 고백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이 글을 읽은 타인이 그 마음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에 있을까. 마음이 살짝 기운다의 마지막 시를 읽으며 또 한 번 생각해본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이렇게 짧고 담백하지만 오래 여운이 남기는 글을 써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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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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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휴대폰을 집어 들어 인터넷 기사를 읽는다. 간밤에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지구 반대편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등 새롭고 많은 소식들을 접하다보면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곤 한다. ‘세상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세상은 살아가기에 무섭고 두려운 곳이다!’ 여전히 내게 세상은 무섭고, 폭력적이며, 극적인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통계학자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은 자신의 저서인 《팩트풀니스》를 통해 세상이 흔히 하는 오해 10가지를 통계를 근거로 하여 풀어내고자 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p. 28)” 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한스 로슬링은 지금까지 사람들이 세상을 잘못된 세계관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사람들에게 세상이 무섭고, 폭력적이며, 가망이 없는 극적인 곳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며 문제점을 짚어낸다.

내 생각에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대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두 집단으로 나누려는 본능인데,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실체 없는 간극뿐이다.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영웅과 악인,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 세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나누는 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일 뿐 아니라,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그런 구분을 한다. (p. 62)

한스 로슬링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10가지 오해를 각각 간극, 부정, 직선, 공포, 크기, 일반화, 운명, 단일 관점, 비난, 다급함 본능으로 구분지어 설명한다. 그동안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판단할 때,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생각으로 인하여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세상에 대한 판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던 우리는 세상을 두 가지로 구분 짓고자 하기도 하며, 세상에 대하여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로 인하여 세상 전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팩트풀니스》를 읽다 보면 사람들의 세계관에 ‘언론’이 끼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언론학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그 사실에 대하여 부정할 수는 없는 바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뉴스는 ‘완벽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매체로 전해져 왔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게 되고, 그만큼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도 많아졌기 때문에 예전만큼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그렇게 높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뉴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높은 신뢰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한스 로슬링은 무엇보다도 언론의 행동에 대해 지적한다. 언론학도로서 배운 뉴스가 가질 수 있는 가치들은 사실 그가 말하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와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어떤 한 사건이 뉴스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치들을 지녀야 하는데, 이것들은 꽤나 뉴스를 전해 듣는 사람에게는 자극적이고, 영향적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팩트풀니스》를 읽어 내려가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뉴스로서의 가치가 때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그렇다면 진정으로 뉴스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생각에 허점은 없는지 꾸준히 점검해보라. 내 전문성의 한계를 늘 의식하라.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새로운 정보, 다른 분야의 새로운 정보에 호기심을 가져라. 그리고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하고만 이야기하거나, 내 생각과 일치하는 사례만 수집하기보다 내게 반박하는 사람이나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나와 다른 그들의 생각을 오히려 세상을 이해하는 훌륭한 자원으로 생각하라. (p. 271)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한다. 내가 하는 생각에, 타인이 보여주는 생각에,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정확하다는 확신을 내리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다. 심지어 완벽함을 추구하고 정교하다고 생각되는 ‘수치’ 속에서도 오류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한스 로슬링은 자신이 제시한 10가지의 오해에 대한 해결책들을 각 장마다 정리하여 덧붙인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다음 오해를 만나기 이전에 한 번 더 되짚는 과정을 더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존재해 온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이 책 하나로 쉽게 바뀔 수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 후 그 사람이 알고 있던 지식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혹은 더 단순하게 그동안 자신이 세상에 대해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나의 경험담이다. 책의 도입부에 언급되어 있는 체크리스트부터 낮은 점수를 받은 나로서는, 생각보다 세상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잘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당신도 세상에 대해 그런 오해를 하고 있다면? 당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책에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면, 책의 저자 한스 로슬링의 TED 강연을 먼저 보는 것도 추천한다.



"


여러 솔루션이 모두 그 나름대로 특정 문제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솔루션은 없다.

따라서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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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 2019-03-0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저기 카페 어딘가요 ...?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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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소셜 미디어를 보고 있자면, 유독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게시물들이 눈에 띈다. 여전히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는 노부부들의 사진들이 그렇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꼭 맞잡은 두 손과 서로의 얼굴을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쳐다보는 눈빛, 언제나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순간들을 담아낸 사진들은 그 여느 커플 사진들보다 가장 많은 응원을 받는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인 것이 더 편하고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여기, 서로가 함께 제2의 인생을 맞이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커플이 있다.

비슷한 색으로 맞춰 입고 어색한 듯 지은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한 사진은 80만 명의 눈길을 끌게 되었고, 이내 부부는 글로벌 워너비 스타가 된다. 이미 많은 인스타 팔로워를 보유한 bonpon 부부는 여느 부부들과 같이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시부모를 하늘로 보낸 뒤 자신들의 인생을 챙기고자 한다. 많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가진 채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자 하는 그들은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둘이 함께 청소를 하게 된 데에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한쪽만 일하고 다른 한쪽은 편히 쉬는 일은 없는 것으로, 은연중에 정했기 때문입니다. 둘이 함께 사는 집이니까 둘이 함께 청소를 하자고요. 이에 대해 특별히 정색하고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함께하자', '그래' 라는 느낌으로 지속하고 있어요. (p. 165)

일본 센다이에 거주하는 60대 백발 부부는 bon(남편의 별명), pon(아내의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동경의 시선을 받게 된다. 그들의 모습이 멋져 보이는 이유는 늙어가는 것에 대해 당당하고, 누가 보아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고 흰머리나 노안, 검버섯 등 세월의 흔적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고자 한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이었던 젊음이 혹시나 빠져나갈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bonpon 부부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들의 활력으로 사용한다.

모던한 패션에, 새빨간 립스틱. 꽤 시선을 끄는 스타일이지만 사실 저는 내향적이라, 눈에 띄는 차림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다만, 굳이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뭐라던 무슨 상관이야.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어요. 백발이 되어 새로운 멋을 알게 되다니. 나이를 먹고 나서야 즐길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p. 100)





사실 노후를 대비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기란 아직까지 어려웠지만, 나이 듦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알게 된 순간 나도 여느 팔로워들과 비슷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이렇게 늙어보고 싶다고.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두운 색채가 입혀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굴에 깊게 팬 주름, 점점 느려지는 신체 활동, 홀로 있는 시간, 유일한 친구는 TV 등 미디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늙음에 대해 한없이 부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속 모습은 다르다. 누구보다 화려한 색채, 강렬한 색채를 입은 bonpon 부부의 모습은 책을 읽고 있는 20대의 나에게도 '이런 스타일, 이런 색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열망을 이끌어낸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들처럼 과감히 도전해봐도 좋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멋에 대해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귀여운 할머니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pon은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디자이너 오하시 아유미 씨의 스타일을 동경한답니다. 체형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하이힐처럼 높은 구두가 아니라 아저씨 구두 같은 것이 스스로에게도 어울릴 듯한 느낌이랄까요. (p. 145)


"

여전히 서로를 좋아하고,

성격도 잘 맞는 것 같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짝꿍이 옆에 있는 기분은 어떨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다 보니 괜스레 나의 세컨드 라이프가 궁금해지곤 한다. 나도 과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짝꿍을 만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몰라요. 지금 느끼는 매일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잃은 후에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그래서 지금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우리 자신을 위해 늘 겸허한 마음으로,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살고 싶어요. (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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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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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으로 인해 타깃이 되어버린 딸이 지키고자 한 남자는 그 어떤 일도 무릅쓰고 해내고자 한다. 타깃이 되어버린 소녀는 아빠의 곁에서 그 누구보다 아픈 성장통을 겪으며 성숙해져간다. 체리 소다 색 머리와 명사수의 눈을 가진, 곰인형을 들고 다니던 소녀는 그 누구보다 '죽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낸다. 미국 추리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제작자 조던 하퍼의 데뷔작 《죽음을 문신한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도망자의 삶을 살게 된 부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애'를 그려낸다.

하굣길에 자신을 찾아온 아빠 네이트를 마주하게 된 폴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공포에 어린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마주 보던 네이트는 폴리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향한다. 아리안 스틸이라는 감옥 내 범죄조직의 두목인 미치광이 크레이그 홀링턴의 지명 수배를 받게 된 네이트는 그의 부하들로부터 옥죄어오는 죽음의 그물망에서 딸 폴리와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세력망에 맞서 네이트와 폴리의 여정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들은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빠가 떠난 지 3년 후, 아빠의 편지가 끊긴 해인 9살 때 그녀는 자신이 금성에서 태어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말 자신이 다른 행성 출신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폴리는 자신의 고향이 어딘지 알고 있었고 외계인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금성에서 왔다. (p. 26)

조던 하퍼의 TV 제작자로 활동했던 경험은 《죽음을 문신한 소녀》를 읽는 내내 고스란히 드러난다. 네이트가 거칠게 운전대를 잡은 모습이나 어린 폴리가 곰인형을 흔드는 모습 등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질 정도로, 조던 하퍼는 굉장히 섬세한 묘사를 보여준다. 마치 TV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한 행동 묘사에 이어 조던 하퍼는 인물의 시점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심리를 탁월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어린 소녀 폴리의 시점은 물론, 그녀의 안전한 보호막 아빠 네이트, 도움을 청한 폴리를 찾아 나서는 경찰 존 등 연령, 성별, 성격, 외모가 모두 다른 캐릭터들의 특징들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특히 어린 소녀가 '죽음'에 대해 인지하고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미묘하게 달라지는 심리를 묘사하는 방식이 두드러져 소설의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아이는 등에 단단하게 묶여 있으니 빠져나갈 수도 없다. 이제 그 점을 확실히 알게 됐다. 아이가 안전하게 있을 곳이 세상천지 아무 데도 없다면 남은 곳은 그의 옆뿐이다. 그들이 추락한다면, 함께 추락할 것이고, 아이에게 그거 말고 달리 뭘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p. 65)

《죽음을 문신한 소녀》를 읽다 보면, 사실감 넘치는 캘리포니아 암흑 조직의 묘사가 느아루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자연스레 한 영화를 연상하게 만든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준 <테이큰>의 브라이언처럼 네이트는 딸 폴리를 지키기 위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처한 차갑고 혹독한 현실과 다르게 폴리를 위한 네이트의 마음은 대조적으로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두 부녀의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죽음'을 알게 된 소녀는 자신의 곁에 다가온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이겨낼까. 부디 체리 소다 색 머리, 명사수의 눈을 가진 소녀의 앞에 행운이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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