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종종 소셜 미디어를 보고 있자면, 유독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게시물들이 눈에 띈다. 여전히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는 노부부들의 사진들이 그렇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꼭 맞잡은 두 손과 서로의 얼굴을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쳐다보는 눈빛, 언제나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순간들을 담아낸 사진들은 그 여느 커플 사진들보다 가장 많은 응원을 받는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인 것이 더 편하고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그들의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여기, 서로가 함께 제2의 인생을 맞이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커플이 있다.

비슷한 색으로 맞춰 입고 어색한 듯 지은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한 사진은 80만 명의 눈길을 끌게 되었고, 이내 부부는 글로벌 워너비 스타가 된다. 이미 많은 인스타 팔로워를 보유한 bonpon 부부는 여느 부부들과 같이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시부모를 하늘로 보낸 뒤 자신들의 인생을 챙기고자 한다. 많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가진 채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자 하는 그들은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둘이 함께 청소를 하게 된 데에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한쪽만 일하고 다른 한쪽은 편히 쉬는 일은 없는 것으로, 은연중에 정했기 때문입니다. 둘이 함께 사는 집이니까 둘이 함께 청소를 하자고요. 이에 대해 특별히 정색하고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함께하자', '그래' 라는 느낌으로 지속하고 있어요. (p. 165)

일본 센다이에 거주하는 60대 백발 부부는 bon(남편의 별명), pon(아내의 별명)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동경의 시선을 받게 된다. 그들의 모습이 멋져 보이는 이유는 늙어가는 것에 대해 당당하고, 누가 보아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년이 되고 흰머리나 노안, 검버섯 등 세월의 흔적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고자 한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이었던 젊음이 혹시나 빠져나갈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bonpon 부부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들의 활력으로 사용한다.

모던한 패션에, 새빨간 립스틱. 꽤 시선을 끄는 스타일이지만 사실 저는 내향적이라, 눈에 띄는 차림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다만, 굳이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뭐라던 무슨 상관이야.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어요. 백발이 되어 새로운 멋을 알게 되다니. 나이를 먹고 나서야 즐길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p. 100)





사실 노후를 대비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기란 아직까지 어려웠지만, 나이 듦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알게 된 순간 나도 여느 팔로워들과 비슷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이렇게 늙어보고 싶다고.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두운 색채가 입혀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굴에 깊게 팬 주름, 점점 느려지는 신체 활동, 홀로 있는 시간, 유일한 친구는 TV 등 미디어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늙음에 대해 한없이 부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속 모습은 다르다. 누구보다 화려한 색채, 강렬한 색채를 입은 bonpon 부부의 모습은 책을 읽고 있는 20대의 나에게도 '이런 스타일, 이런 색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열망을 이끌어낸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들처럼 과감히 도전해봐도 좋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멋에 대해 특별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귀여운 할머니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pon은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디자이너 오하시 아유미 씨의 스타일을 동경한답니다. 체형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하이힐처럼 높은 구두가 아니라 아저씨 구두 같은 것이 스스로에게도 어울릴 듯한 느낌이랄까요. (p. 145)


"

여전히 서로를 좋아하고,

성격도 잘 맞는 것 같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든든한 짝꿍이 옆에 있는 기분은 어떨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다 보니 괜스레 나의 세컨드 라이프가 궁금해지곤 한다. 나도 과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짝꿍을 만날 수 있을지 말이다.

그리고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몰라요. 지금 느끼는 매일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잃은 후에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그래서 지금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우리 자신을 위해 늘 겸허한 마음으로,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살고 싶어요. (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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