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 짓다 -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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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순간 유독 기억 어딘가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있다. 가까운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게 되면, 나와 같은 소비자들은 늘 익숙한 상품들을 집어 든다. 집에서 가볍게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카페, 카누를 선택하고, 달달한 음료가 생각날 때는 자연은 알로에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쇼핑을 끝내고 영화관에 앉아 광고를 본다고 하자. ‘Better, All-ways’ 라는 광고 문구가 뜨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금호 타이어를 생각하게 되고, ‘문화로 세상을 바꿉니다.’ 라는 내레이션이 들리자마자 자연스럽게 ‘CJ그룹을 떠올리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유독 기억에 남는 브랜드들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

다양한 기업들과 5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브랜드 버벌리스트로 유명한 민은정의 브랜드;짓다는 내가 아는 브랜드, 실제로 보고 들어 너무도 익숙한 브랜드 이름의 탄생 과정을 담아낸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 입밖으로 내뱉는 것이 자연스러운 브랜드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는 이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심리학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브랜드;짓다를 읽으며 천천히 알아가게 된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강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고 싶다면 무엇이 아닌 그것을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언어다. 이것이 브랜드 언어를 끊임없이 재정의해야 하는 이유다. (p. 111)

 

전공 수업 중 브랜드 광고와 관련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기아자동차의 'K7'을 예시로 들어주셨다. 단순하게 자동차 기종에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부여했다고 생각했으나 이 이름이 붙기까지에는 논리적인 방법이 존재했다. 브랜드;짓다에서 언급된 것처럼 KAIST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알파벳 K,T,N,Y,Z가 맞춤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알파벳들을 들을 때 뇌의 반응이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숫자 7은 행운을 의미하는 큰 의의가 있었기에 이 둘을 조합하여 ‘K7’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 네이밍, 슬로건을 짓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다. 그래서 브랜드;짓다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국내 최고 전문가의 접근법, 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팔겠다는 전략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을 파는가? 제품을 팔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된다. 철학과 취향을 팔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팬(fan)이 된다. 브랜드의 중심에 제품을 놓으면,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브랜드의 중심에 철학취향을 놓으면, 제품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생명력이 생기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p. 173)

 

브랜드;짓다를 읽다 보니 여러 번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공모전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마음에, 기억에 오래 남기란 너무도 어렵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던 단어들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사실, 브랜드;짓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언어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는 것.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고, 그러면 더욱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브랜드;짓다는 결코 아님을 이야기한다. 익숙한 것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사람들의 기억에, 마음에 남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낯선 것은 오죽할까.

 

전해동박과 일렉포일, 실체는 같다. 그러나 언어는 다르다. 언어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장에서 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취업하고자 응시하는 지망생들의 열망이 달라졌다.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달라졌다.

이것이 바로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 언어의 힘이다.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언어를 바꿔라. (p. 92)

 

생각보다 언어의 힘은 크다.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나를 스스로 브랜드화 하는 과정에서도 이는 크게 작용할 것이다. 브랜드;짓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그런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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