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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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전생에 죄를 많이 짓게 되면, 그 죄를 갚기 위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벌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아침 수업때문에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야 될 때, 나는 그 글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나는 우리집 강아지를 부여잡고 "사람이 되어 나 대신 학교에 가주면 안되겠니?" 라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는 까만 눈은 그 어떤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엘렌 심의 ≪환생동물학교≫는 내가 읽었던 글과는 정반대로 '착하게 살면 후생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윤회설을 기반으로 창작된 웹툰이다. 그동안 사람들의 곁에서 큰 사랑을 주던 동물들이 세상을 떠난 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생을 다한 동물들은 '환생동물학교'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인간이 되기 위한 사회화 과정을 이수한다는 것이 이 웹툰의 설정이다.

 

  AH-27반의 아이들은 아직 동물적 습성을 버리지 못한 상태다. 공 던지기 놀이와 목 긁어주기 놀이를 좋아하고 아직까지는 인간의 음식을 먹는 것보다 사료 먹는 것이 더 편하다. 주인과 함께 놀았던 추억들을 되살리며 혼자 남아 있을 주인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 친구들이 그 기억들을 뒤로한 채, 사람으로 다시 환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주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까지.

  여전히 동물적 습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집 강아지가 하는 행동들이 떠오른다. 엘렌 심 작가가 동물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녹여내어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집 강아지에게는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전부일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 귀찮다며 밀어냈던 행동들에 대해 미안하기도 했다.

 

 

 

    ≪환생동물학교≫를 읽으면서 동물 친구들의 행동들이 귀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로의 시간이 달라 먼저 동물 친구들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주인의 심정에서만 그 죽음을 생각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텐데. 그래서 혼자 남겨진 주인들을 걱정하는 동물들의 모습에서 뭉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네가 가는 길을 걱정하고 있는데, 너는 혼자 남을 내가 걱정이구나.' 하고.

  AH-27반 아이들이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보인다. 그래서 AH-27반 담임선생님의 행동이 매우 두드러져 보인다. 아이들이 이전에 동물이었다고 해서 그들을 동물로만 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아이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가지고 있는 동물의 습성을 이해하고 그 시선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 모습이 매우 훈훈하다.

 

 

 

 

  항상 착했던 나의 소중한 친구들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다시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 때, 우리는 서로 알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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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눈 + 어린 왕자 (문고판) 세트 - 전2권
저우바오쑹 지음, 최지희.김경주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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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이유로도 부족해 보인다면 나는 이 책을 어린 시절의 그에게 바칠까 한다. 
  어른들도 모두 한 번은 어린아이였다. _≪어린왕자≫ 서문 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어른 동화'라고 불리는 ≪어린왕자≫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유독 ≪어린왕자≫는 작가들의 에세이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솔직하게 내가 한 번도 ≪어린왕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없음에도 ≪어린왕자≫ 속 등장하는 비행사와 보아뱀, 여우, 장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까지도.
  
  이  책은 어른을 위해 쓴 책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혹시 ≪어린왕자≫를 좋아하지 않거나 읽어본 적이 없더라도,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_p.5
 
  생택쥐페리가 어린 아이였던 어른에게 ≪어린왕자≫를 썼듯이, 정치 철학자 저우바오쑹은 어른들을 위해 ≪어린왕자의 눈≫을 썼다. 그동안 다양한 책에서 ≪어린왕자≫를 문학적, 교훈적으로만 바라보았다면 저우바오쑹은 철학적인 시각으로 ≪어린왕자≫를 바라보고 있다. 저우바오쑹의 철학적인 해석을 읽다보면, 한 번도 읽지 않았던 ≪어린왕자≫를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동심을 잃지 않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동심은 결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깨달음을 위해 정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와 자아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고,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가져야 한다. _p.44

  생텍쥐페리는 사실 어른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보통 고독해하면서도 어떻게 고독과 마주해야 하는지 모른다. _p.174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통해서 어른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은 외롭고 고독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 눈으로 보는 세상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동심을 가지고 있는 어린왕자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을 어린왕자의 눈은 잘도 발견한다.  
  저우바오쑹은 어린왕자를 통해서 어른들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어른이 되면서 꿈을 좇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에게는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또 다시 서로가 길들여져 사랑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어른의 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도록 저우바오쑹은 ≪어린왕자≫를 통해 이야기한다. 

 

 

 

 

  ≪어린왕자에 대한 텍스트 해석뿐만 아니라 나의 철학적 사색과 도덕적 논증이 담겨있다. 만약 이 책을 잘 읽었다면, 이참에 다시 한번 어린왕자를 읽어보길 바란다. 두 책이 대비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_p.7

  ≪어린왕자의 눈≫을 읽고 나서 함께 있던 ≪어린왕자≫문고판을 읽게 되었다. ≪어린왕자의 눈≫에 인용되었던 문장들에 별도의 표기가 되어 있어 내용을 상기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린왕자≫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잔잔한 여운이 밀려왔다. 나에겐 아직 동심이 남아 있을까, 라는 물음도 함께 떠올랐다.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읽고 싶은 작품으로 ≪어린왕자≫가 손꼽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우바오쑹의 철학적 해석이 담긴 ≪어린왕자의 눈≫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두 책이 가진 온도차로 인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 있다면, 그 동심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린왕자는 우리들의 영원한 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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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살이의 기술 - 일잘과 일못을 가르는 한 끗 차이
로스 맥커먼 지음, 김현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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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학을 하기 전, 한 달동안 학점 연계 현장 실습을 이유로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학점 연계 현장 실습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하고 있는 이 전공이 훗날 내가 이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부합할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졸업 전에! 아무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첫 출근을 했다. 첫 출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다음 날부터 나의 하루 목표는 '오늘도 무사히 퇴근하자!'였다.
  ≪직장살이의 기술≫은 그 누구도 쉽게 말해주지 못했던 직장에 적응할 수 있는 법을 담은 책이다. '어차피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책의 저자 로스 맥커먼은 다른 시선으로 말한다. 그는 안될 건 안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성공에 관한 책이지만 성공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중심에서 살짝 비껴 있다. 나는 그 어떤 체계나 철학을 늘어놓을 생각이 없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될 것이다. _p.11

 

  로스 맥커먼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구체적인 예시로 사용하면서 그동안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주제들을 이야기한다. 재치 있는 그의 시선은 매우 신선하고, 다른 자기계발서보다 더 흥미롭다. 자기계발서하면 흔하게 등장하는 '실패'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사람들이 실패를 논할 때 진짜 실패의 의미를 논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실패는 책이나 기사를 좀 더 흥미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단어일 뿐이다. 진짜 실패는 끔찍하고 값비싸다. 충격 또한 엄청나다.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으며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찍 겪어도, 자주 겪어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다면 겪지 않는 편이 좋다. 정말이다. 사람들이 논하는 것은 사실, '실수'다. _p.75

  그럼 자기계발서에서 빠질 수 없는 '시간 관리'는?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시간 관리가 생명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시간 관리법은 알려주지 않으며, 자신에게 계속해서 채찍질을 하라고만 한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로스 맥커먼은 시원하게 인정한다. 시간은 관리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그저 지키는 것 뿐이라고!

  시간 관리란 것은 절대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은 변함이 없다. 시간은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정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 때문에 샤워를 하다가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게 시간이다. _p.177

  ≪직장살이의 기술≫이 직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갇혀 있는 책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부터 그렇게 써 있으니까.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직장이라는 공간이 아니어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꿀팁들이 들어 있다. <PART 2 대화의 기술>이나 <PART 4 생존의 기술>, <PART 5 협업의 기술>에서 등장하는 말하는 법, 자신감을 가지는 법, 상대방을 파악하는 법 등의 팁들은 충분히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실천까지는 어려울지도.(자기계발서를 읽고 모든 팁들을 실천했다면 나는 지금쯤 성공을 했거나,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_^  로스 맥커먼은 독자들의 그런 점까지 파악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서운 작가다.)

 

 

 

  오랜만에 마음에 들었던 자기계발서였다. 뉴욕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때문에 몇몇의 팁들은 정서상 맞지 않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풀어낸 점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아마 그 정점은 그가 부록으로 남겨 놓은 '권장도서 목록: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자기 계발서'가 아닌 책들'이다.  로스 맥커먼은 '책을 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나는 자기계발을 위한 책을 즐겨 읽지 않는다.(p.268)'이라고 밝히며 자기 계발서가 아닌 책들을 추천해준다. 아마 이래서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독자들조차 재밌게 읽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취준생부터 사회 초년생이 읽으면 직장 내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고, 직장인들에게는 조금 더 원만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꿀팁을 줄 수 있다. 아니, 어떤 사회적 지위에 있든 상관없이 누구나 읽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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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기계 - 신이 검을 하사한 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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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의 등장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 배경은 언제일까? 대부분 지금보다 가깝거나 먼 미래를 그릴 때라고 대답할 것이다. 많은 문학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와 어울리는 대표적인 판타지적 요소는 타임 머신이다. 그러니까, 로봇처럼 상상의 산물처럼 느껴지는 소재는 왠지 모르게 과거와는 동 떨어진 느낌을 자아낸다. 고려나 조선시대처럼 활을 타며 말을 쏘는 시대에 로봇이 등장한다고 상상해보면 배경과 소재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금색기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와 시기상 비슷한 일본의 에도 시대(1603~1867)를 배경으로 하며, 금색 철갑을 두른 로봇이 등장한다. 제67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인 ≪금색기계≫를 읽다보면 독특한 설정때문인지 추리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SF 판타지 소설쪽에 어울림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장르를 따지기 전부터 이 소설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금색 기계≫는 1547~1747년, 200년 동안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유곽을 관리하던 구마고로는 유녀가 되겠다며 찾아온 하루카를 만나게 된다. 상대방의 살의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인 '심안'을 가지고 있던 구마고로는 하루카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하루카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구마고로에게 털어놓는다. 유민의 딸로 태어난 하루카는 부모를 잃고 신도라는 의사의 손에서 길러지게 된다. 자신의 두 손으로 사슴을 죽이면서 하루카는 자신이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노인들에게 영원한 안락을 선사한다. 
  한편, 떠돌던 로닌에 의해서 자신이 신도의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된 하루카는 집을 떠나게 된다. 자신들에게도 안락을 달라던 노인들을 피해 산 속으로 도망친 하루카는 그 곳에서 '신'처럼 보이는 금색님을 만나게 된다.

  ≪금색 기계≫는 하루카가 구마고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내는 바깥 이야기와 '금색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안 이야기로 액자식 구성을 띈다. '금색님'이라는 로봇을 전지전능한 신으로 바라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첨예하게 이어져 있다. 금색님과 얽혀 있는 인물들의 행적들을 풀다보면 서로가 서로의 인과관계가 됨을 알 수 있다.
  에도시대에 금색 철갑을 두른 로봇이 등장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쓰네카와 고타로 작가가 '금색님'을 매우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로봇이 가진 이미지들을 대충 조합해보면, 이성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지만, ≪금색 기계≫의 로봇은 달빛을 받으며 살아가며 자신의 사람에겐 한없이 따뜻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따뜻한 로봇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 있는 에도 시대 배경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저는, 살아 있습니까?"
빛이 말했다.
"살아 있어요."
"다행이군요."
_p.370

 

 

  ≪금색 기계≫를 통해 처음으로 시대 배경이 현대가 아닌 소설을 읽었다. 낯선 시대 배경이기에 이해하는 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옮김이의 설명이 잘 되어 있기에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읽는 내내 그 시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무사' 문화가 녹아져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서 흔히 보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책의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임에도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기에, 페이지터너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소설이었다. ≪금색 기계≫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제목에서 느껴지는 딱딱함도, 소재와 시대 배경의 괴리에서 오는 의아함도 남지 않는다. 그저 달빛을 받은 따뜻한 마음만이 남는다.

적도 한편도, 언젠가는 한데 어울려, 의좋게 지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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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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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고 스스로 글을 쓴 지 3년이 넘었다. 어느 날, 읽었던 책을 다시 보았을 때 익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느낌을 받았고 '이 책은 완전히 내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독후감보다는 수준 높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는 이 글들을 '서평'이라고 불렀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대부분의 서평들이 단순한 글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을 쓰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떻게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은 우리에게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로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가 쓴 3천여편의 서평 중 73편을 엮어 만든 책이다. 헤세는 카프카,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고전 문학의 대가들의 작품은 물론 공자, 노자의 작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서를 즐겼다. 살아 생전 헤세는 책더미에 파묻혀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사랑이 넘쳤던 작가였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_헤르만 헤세

 

  헤세는 수많은 서평과 에세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은 책에 대한 그의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책의 줄거리, 특징, 그리고 작가에 대한 평가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헤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을 끌어내 책과 작가를 바라본다. 그의 서평에서 묻어나오는 책과 작가에 대한 애정들은 서평을 읽는 이들이 책을 읽고 싶어하도록 유발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읽는 내내 조금은 후회했다. 이 책의 목차를 미리 읽어보고, 그에 맞게 미리 책을 읽었더라면 그의 서평을 조금 더 음미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훗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 곳에 소개된 책들을 먼저 집어 읽어도 될 것 같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에서 헤세 스스로가 자신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다는 것에 가장 눈길이 갔다. 가끔 작가들이 자신에 대한 책에 직접 평을 쓸 때, 스스로 도취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도취되어 좋은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에 대한 애착이 그대로 책으로 전달되어 독자들에게 '내 책은 좋아!' 라는 무언의 강요를 하기도 하는데, 헤세는 비평가로서의 헤세와 작가로서의 헤세를 구분지어 평가한다. 
  헤세의 대표작인 <데미안>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이 아닌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전쟁이 끝난 다음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젊은이들은 이 작품이 자기들과 같은 젊은이가 쓴 작품이라고 믿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헤세의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는 <데미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자신 스스로를 비평가, 작가로 구분지어 이야기하면서 독자들이 그 작품에 대해 판단하도록 만드는 점이 인상깊었다.

 
평론가는 멋대로 작가를 분석할 권리를 지니며, 또한 작가에게 중요하고 거룩한 것을 멍청한 짓이라고 선언하거나 공개토론의 장으로 끌어낼 권리도 있다. 하지만 평론가의 권리는 여기까지다. 평론이 캐내지 못하는 비밀들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작가에게도 혼자서만 아는 작고 소중한 비밀을 지킬 권리가 있다. _p.192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나의 서평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책을 소중히 기억하고자 가볍게 시작했던 서평 쓰기는 어느 순간 나에게 묵직한 글쓰기로 다가왔다. 책을 재밌게 즐길 수 있던 행위가 오히려 책을 즐기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새로이 마음을 먹기로 했다. 최대한 힘을 빼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해 서평을 쓰자고. 서평을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지금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를 읽게 되어 다행이다. 헤세가 서평을 통해 책과 작가들에 대해 애정을 보냈듯이, 나도 나만의 서평을 통해 책과 작가들에게 애정을 보내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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