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데이터'가 유행어처럼 된 지금 누구나 간단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 분석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p. 21)

  데이터들이 중요한 경제 요소로 자리 잡게 된 현재,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데이터를 선별하고 활용하면서 나온 결과를 사용해 우리는 더 넓은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간혹 이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은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그러니까 데이터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준다.

  '인과'란 문자 그대로 '원인과 결과'를 뜻하며, '추론'이란 '있는 사실을 토대로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 추리와 추정을 통해 결혼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개의 사실이 각각 원인과 결과인지 평가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를 이해하고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하는 훈련을 해두면 착각이나 근거 없는 통설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p. 20)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은 데이터가 제시하는 숫자에 현혹되는 우리에게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라고 한다. 데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인과 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 속에서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이 종종 있다. 사람들은 흔히 상관관계에 놓인 두 사실에 대해서 연결 지으며 오류를 범하기도 하거나 혹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인과 추론을 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이 오류가 바로 잡혀야 한다.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인과 추론'을 제시한다.
  책의 저자 나카무로 마키코와 쓰가와 유스케는 굉장히 흥미로운 관계에 놓인 질문들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장수할 수 있다?',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성적은 떨어진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면 연봉이 높다?'라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생각해보거나 간혹 진실을 놓치지 쉬운 질문들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며 시작한다. 인과 추론의 영역이 더 이상 연구자들의 분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누구나 쉽게 인과 추론의 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에서 우리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고 반사실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사실만 보고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해 무조건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하거나 무턱대고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당신의 소중한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p. 47)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을 읽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들이 일본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저 임금의 인상과 고용의 관계, 어린이집 대기제와 여성 취업률의 관계 등 한국 사회에서도 범하고 있는 오류들을 일본 사회에서도 종종 범하고 있어 그에 대한 데이터 해석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부터 인과 추론 교육을 받은 미국에 비해 일본이나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인과 추론에 대해서 쉽게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대학에서 전공 과목으로 미디어 조사 방법론을 수강하면서 두 가지 변인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데, 인과 관계라고 믿었던 두 가지 변인이 사실을 상관관계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했던 적이 있었다. 여전히 어려운 인과 추론이지만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에서는 그 과정을 쉽게 설명하고 있으니 누구나 데이터 분석을 위한 쉬운 입문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불량 식품'을 판다. '불량 식품'은 색깔과 냄새, 모양, 가격이 모두 매력적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불량 식품'을 먹으면서 자란다. 반면 필수영양분이 풍부한데도 맛을 몰라서, 또는 그게 몸에 좋은 것인지 몰라서 먹지 않고 지나간 식품도 있다. 책도 그런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읽지 말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책을 적잖이 읽었다. 균형 잡힌 지성을 키우려면 꼭 읽어야 할 책인데도 잘못 생각하거나 몰라서 빠드린 것도 적지 않다. (p. 207)

  모든 독서는 옳다고 생각하며 책을 열심히 읽어보지만 가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내가 아직 모자라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책을 자주 읽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깊고 세밀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지레 겁먹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책은 읽되 생각보다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깊은 사고를 요하는 책들은 멀리했다. 여전히 나는 흥미 위주의 소설에 매료되고 그것을 파고들고 있지만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를 읽은 후부터는 조금씩 깊은 사고를 해보려고 한다.
  여전히 인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는 《청춘의 독서》는 청춘이 다 지난 뒤의 그 열병 자국들을 되돌아본다. 그는 고전을 통해 자신의 청년 시절 동안 숱하게 고민해야 할 것들을 만나게 된다. 《청춘의 독서》의 목차만 간단히 훑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열병 자국들을 자신의 딸을 비롯한 많은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문명이 발전해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등등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들의 사고를 돕는 독서 방향을 제시한다.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핵심 내용을 알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어서 실제로는 읽지 않고서는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거나, 마치 정말 읽은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p. 73)

  《청춘의 독서》에 제시된 책들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책들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인용되어서 그 책을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착각에 빠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나 맹자의 <맹자>, 사마천 <사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굉장히 익숙한 책들이 우리를 반긴다. 직접 책을 읽은 경험에서 비롯된 유시민 작가의 해설은 굉장히 풍부하고 방대한 지식 배경 아래서 펼쳐지기에 최인훈의 <광장>을 제외하고 다른 작품들을 정확히 읽어보지는 않았음에도 충분히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열네 작품 정도를 소개해주었지만 가장 공감되고 읽고 싶은 욕구가 들었던  책은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라는 주제로 선정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였다.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신문 방송이 시시각각 전하는 뉴스와 인터넷에서 만나는 정보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을 함유하고 있을까?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든 정보의 진실성 여부 또는 '진실 함유도'를 정확하게 따지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것은 다, 누가 특별히 허위라는 문제 제기를 하고 분명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대충 어느 정도는 사실이려니 여기게 된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대하는 기본자세이며, 우리네 삶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다. 우리는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정보를 숨 쉬고, 왜곡과 거짓을 마시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 (p. 278)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낸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타인의 시각에서 쓰인 글과 말에서 비롯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방대하다고 착각에 빠진 상태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대표적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이 만든 프레임 속에서 한 여자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는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는 기사 속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이는 단순히 소설 속 내용이 아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회 현상에 씌워진 프레임들을 보고 그것에 대해 판단하고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요즘 듣고 있는 전공 과목이랑 너무 일맥상통해서 더욱 공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유시민 작가의 독서 지론이 담긴 책 《청춘의 독서》를 읽은 청년으로서 그에 대한 답을 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독서를 통한 깊은 사고로 지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라미드 코드 - 인류 문명의 숨겨진 기원을 가리키는 단서 기자 대피라미드 탐사 보고서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 문명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지금도 인류에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인류는 근대 문명이 개척한 과학의 모든 분야를 활용하며 노력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낸 가장 기적적인 건축물들을 우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지칭하는데,  천문학, 기하학, 건축 공학 등의 분야가 발달한 지금도 불가사의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맹성렬 교수는 과학적 시각으로 고대 불가사의 중 쿠푸왕 기자 대피라미드에 접근한다. 《피라미드 코드》는 기자 대피라미드의 초정밀한 설계를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의 발달을 과거의 사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파헤친다.

  그렇다면 이런 초고대 문명의 존재를 확인해볼 방법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이 사실을 밝혀줄 증거를 발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와 관련해 실낱같은 단서가 하나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기자 피라미드다. 나는 고대 이집트에서 지구 크기를 정밀히 측정한 증거가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 (p. 136)

  맹성렬 교수는 《피라미드 코드》를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는 기자 대피라미드 이면에 엿보이는 축적된 많은 지식 중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것이 대양 항해와 관련된 천문학과 이에 기반을 둔 측지학으로 바라보며, 18세기 말에 이뤄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을 시작으로 한다. 독자로서 대피라미드와 나폴레옹의 연관성이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이 둘을 통해 맹성렬 교수는 인류 문명이 시작될 즈음의 이집트 문명의 발달 정도를 조금씩 드러낸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집트 문명의 발달 수준은 근대 과학 문명의 수준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어떤 문명의 흥망성쇠를 발전기, 극성기, 정체기, 쇠퇴기의 4단계 도식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문명에 이 도식을 무리하게 대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문명 초창기로 체제 정비 단계에 있어야 할 1,2 왕조기 이전 시대 유적에서 너무 완벽하고 심지어 성숙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p. 154)

  《피라미드 코드》의 주된 관심사는 기자 대피라미드에 지구 크기를 가리키는 암호가 숨어 있느냐에 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이집트 문명의 발달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은 조상들의 문명 수준이 현재 근대 문명의 발달까지의 토대가 된 것은 맞지만, 근대 문명에 비해서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맹성렬 교수가 제시한 사료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문자 사용은 물론이고 수 체계 성립, 직조 기술 발달과 의복 제작, 외과술을 중심으로 한 의학 발달, 해양용 선박 제작, 고도로 정밀한 광학 렌즈 사용, 그리고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 가공술 발달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집트 문명은 근대 문명이 개척한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당한 지식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문명의 정점이 바로 기자 대피라미드인 셈이다.
  그러나 빛나던 이집트 문명은 결국 쇠퇴하게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테네에서 문명을 논하던 tvN<알쓸신잡 3>에서 유시민 작가는 "문명은 발생, 성장, 퇴행, 소멸 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어떤 문명은 자식 문명, 손자 문명으로 이어지지만 소멸되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김진애 박사는 "이집트 문명은 전파하는 능력이 떨어졌기에, 언어로 기록을 남기고 전파했던 것이 가장 큰 힘이었던 그리스는 고스란히 남을 수 있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자 대피라미드라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남겼던 이집트 문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 통탄할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과거보다 진보된 과학 문명이라 스스로 우월감에 도취되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일라나 쿠르샨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신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들을 적어도 한 번쯤은 만나게 된다. 삶을 변화시키는 것들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작은 동전일 수도 있고 혹은 책 한 권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는 유대인의 지혜서라고 불리는 '탈무드'를 통해 삶이 변화하게 된 한 여자의 기록들을 그려낸다.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한 그녀는 자신의 상심과 관계의 상실감을 탈무드를 공부하며 극복해 나아간다. 매일 한 장씩 탈무드를 공부하는 '다프 요미' 프로그램을 7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하며 저자 일라나 쿠르샨은 변화된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면 곧 주석집 한 권을 다 읽게 되리라. 이것은 시간을 나이 드는 흔적으로 보지 않고 지혜를 키울 기회로 보는 관점이었다. 그러니 시간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방법이었다. 매일 한 장씩 익히면, 하루 더 나이 들었다고 체념하는 대신 하루 더 지혜로워졌다고 위안 삼을 수 있었다. (p. 12)

  첫 번째 결혼 이후 이스라엘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저자 일라나 쿠르샨은 1년여 정도의 결혼 생활이 끝남과 동시에 상실감에 젖어든다. 그리고 그녀가 집어 들게 된 건 유대인의 지혜서라고 불리는 '탈무드'였다. 한 장씩 탈무드를 공부해가면서 일라나 쿠르샨은 사랑의 실패로부터 온 상실감과 좌절감을 이겨내기 시작한다. 탈무드 속 구절들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그녀는 지혜를 배워나가고, 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된다.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를 통해 바라본 일라나 쿠르샨의 변화는 가히 대단했다. 첫 번째 결혼 실패와 더불어 그녀를 감쌌던 불안정한 감정들은 탈무드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되었고, 7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책의 도입부에 비해서 후반부는 굉장히 차분해진다. 사랑의 실패는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삶조차도 굉장히 긍정적이며 모든 것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라나 쿠르샨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대로 탈무드를 해석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남은 삶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변화해간다. 

  내 인생을 돌이켜본다. 예루살렘에서 혼자 살면서 다프 요미를 시작한 때부터 세 아이의 엄마로 공부하는 지금까지 회고하면 두 번째 기회를 얻는 행운을 얻었다. 요마 편을 시작할 무렵, 다시 결혼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매사 반전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 사연도 마찬가지다. (p. 358)

  사실 한국에 살면서 탈무드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솔로몬 왕에 관한 일화(두 어머니를 위해 한 아이를 나누라고 판결을 내린 이야기)가 전부였기에 처음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를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성경에 비해서 탈무드는 훨씬 접할 기회가 적었으니 그도 당연할지도. 탈무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에 언급된 구절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으니 일라나 쿠르샨의 해석에 기댈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도 그녀의 삶의 변화에 주목한다면,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를 다 읽고 난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할 것이다. "나에게도 삶을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책을 만날 수 있을까?" 꽤나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런 책을 만나지 못한 것에 슬플 뿐이다.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 이 삶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의 요인을.


  기도는 내게 삶에서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늘 되새기게 하고 도전하라고 부추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 일상, 그리고 쓰다
박조건형.김비 지음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한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일상 속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나름 내 방식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무언가 조금은 모자란 느낌이 들곤 한다. 바쁜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저 지나치지 일쑤인 이 평범한 일상을 내 방식대로 기록할 수는 없는 것일까.
  투박한 그림과 담담한 글이 엿보이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박조건형, 김비 부부가 사는 평범하고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그려낸다. 신랑 박조건형 작가는 투박하지만 세세한 그림과 짧은 글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마치 사진처럼 담아내고, 그의 짝지 김비 작가는 신랑이 그린 그림과 짧은 글을 모두 아울러 담백하면서도 따뜻한 에세이를 써 내려간다. 읽다 보면 이들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소중해지는 느낌이 드는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책이다.

  다가온 시간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어제의 삶에서 한 발 나아간 시간을 사록, 내 몫이었던 시간을 무엇으로든 기록하는 것. '기록'이란 시간을 거역하는 일. 그것만으로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란 삶과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우리의 시간을, 아름다운 생의 그림들로 채워 가면서. (p. 283)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도 스쳐 가고 있을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를 특별하게 기록하면서,
우리도 당신처럼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

  '사랑하며, 살아 있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는 두 부부의 일상 이야기를 더불어 일상에 이미 녹아있는 두 사람의 상처를 그려내기도 한다. 25년간 앓아 온 우울증, 차별과 마주한 삶, 가난한 노동자의 한숨 등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는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이 녹아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거짓 없고 꾸밈없는 그런 이야기라서. 그리고 그 속에 녹아져 있는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두 부부가 풀어놓는 일상들을 어쩌면 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서 더욱 와닿았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것 없이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배려하며 손잡고 살아가는 그런 기분을,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속에서 느끼면서 솔직히 두 부부가 부럽기도 했다. 박조건형 작가의 메인 모델(?)인 김비 작가가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구도에서부터 그녀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낯간지러운 말없이 덤덤하게 써 내려간 김비 작가의 글 속에서는 그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어떻게 서로에 대해 부끄럽고 오그라드는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도 애정을 드러낼 수 있는지. 특히 당연하게 부르는 '짝지', '신랑'이라는 애칭이 이렇게 스윗한지는 처음 알았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여행을 담은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궁금하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보낸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