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코드 - 인류 문명의 숨겨진 기원을 가리키는 단서 기자 대피라미드 탐사 보고서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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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문명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지금도 인류에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인류는 근대 문명이 개척한 과학의 모든 분야를 활용하며 노력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낸 가장 기적적인 건축물들을 우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지칭하는데,  천문학, 기하학, 건축 공학 등의 분야가 발달한 지금도 불가사의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맹성렬 교수는 과학적 시각으로 고대 불가사의 중 쿠푸왕 기자 대피라미드에 접근한다. 《피라미드 코드》는 기자 대피라미드의 초정밀한 설계를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의 발달을 과거의 사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파헤친다.

  그렇다면 이런 초고대 문명의 존재를 확인해볼 방법이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이 사실을 밝혀줄 증거를 발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이와 관련해 실낱같은 단서가 하나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기자 피라미드다. 나는 고대 이집트에서 지구 크기를 정밀히 측정한 증거가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 (p. 136)

  맹성렬 교수는 《피라미드 코드》를 굉장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는 기자 대피라미드 이면에 엿보이는 축적된 많은 지식 중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것이 대양 항해와 관련된 천문학과 이에 기반을 둔 측지학으로 바라보며, 18세기 말에 이뤄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을 시작으로 한다. 독자로서 대피라미드와 나폴레옹의 연관성이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이 둘을 통해 맹성렬 교수는 인류 문명이 시작될 즈음의 이집트 문명의 발달 정도를 조금씩 드러낸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집트 문명의 발달 수준은 근대 과학 문명의 수준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어떤 문명의 흥망성쇠를 발전기, 극성기, 정체기, 쇠퇴기의 4단계 도식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문명에 이 도식을 무리하게 대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문명 초창기로 체제 정비 단계에 있어야 할 1,2 왕조기 이전 시대 유적에서 너무 완벽하고 심지어 성숙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p. 154)

  《피라미드 코드》의 주된 관심사는 기자 대피라미드에 지구 크기를 가리키는 암호가 숨어 있느냐에 있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이집트 문명의 발달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은 조상들의 문명 수준이 현재 근대 문명의 발달까지의 토대가 된 것은 맞지만, 근대 문명에 비해서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맹성렬 교수가 제시한 사료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문자 사용은 물론이고 수 체계 성립, 직조 기술 발달과 의복 제작, 외과술을 중심으로 한 의학 발달, 해양용 선박 제작, 고도로 정밀한 광학 렌즈 사용, 그리고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 가공술 발달 등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집트 문명은 근대 문명이 개척한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상당한 지식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문명의 정점이 바로 기자 대피라미드인 셈이다.
  그러나 빛나던 이집트 문명은 결국 쇠퇴하게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테네에서 문명을 논하던 tvN<알쓸신잡 3>에서 유시민 작가는 "문명은 발생, 성장, 퇴행, 소멸 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어떤 문명은 자식 문명, 손자 문명으로 이어지지만 소멸되기도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김진애 박사는 "이집트 문명은 전파하는 능력이 떨어졌기에, 언어로 기록을 남기고 전파했던 것이 가장 큰 힘이었던 그리스는 고스란히 남을 수 있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자 대피라미드라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남겼던 이집트 문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에 통탄할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과거보다 진보된 과학 문명이라 스스로 우월감에 도취되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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