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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 UX 디자이너를 위한 데이터 마인드 안내서
이현진 지음 / 유엑스리뷰 / 2024년 7월
평점 :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IT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벌써부터 직업 세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 새롭게 등장할 직업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일하는 방식과 패턴도 인공지능 기술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만 과도기적 혼란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겪어 보지 못한 변화이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진 교수의 저서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 부합하는 디자이너를 어떤 식으로 교육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보기 드문 주제의 책이다. 기존의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바탕으로 예대 디자이너 과로 진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저자도 말했듯이, 예대 진학에 불필요하기 때문에 수학과 같은 과목은 포기하게 된다. 그나마 예술계도 IT의 영향을 받아,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용 도구 수준이다.
그런데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은 이 책의 부제에 'UX 디자이너를 위한 데이터 마인드 안내서'라고 되어 있듯이 디자이너도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기본 소양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뭔 엉뚱한 소리인가 할 수 있다. 아무리 UX 디자이너라고 해도, 그림 그리는 애들 보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디자인 업계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전에는 정성적, 감성적, 개인적이었다면, 이제는 정량적으로 데이터에 기반하고, 공유와 협업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 개발자로 디자이너와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참 많이 공감되었다. 실제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본적인 코딩 지식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소통이 안되어 제대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에서 아예 데이터 분석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 그 정도까지 필요할까 의문이 들었으나, 책을 읽고 나니, 인공지능 시대의 디자이너라면 꼭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저자의 토끼와 거북이 동화 비유가 와닿았다.
개발이나 디자인이나 프로젝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각종 분석 작업이 필수다. 현장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알아야 하고, 관리 파트에서 원하는 바도 알아야 한다. 이것들은 문서화가 필수다.
반면 디자인 쪽은 내 경험으로는 개발자 쪽에 비해 문서화 측면에서 미흡하단 생각을 해왔다. 다양한 디자인을 결과물로 제시하지만, 왜 그렇게 디자인을 했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곤 했다. 다들 일단 써보고 불편하면 수정 작업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런데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보고 나니, 디자인 쪽도 얼마든지, 문서화하고, 정량적 데이터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먹구구식의 디자인이 아닌 명확한 데이터 분석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 쪽에도 방법론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설명을 보니, 발산, 수렴, 반복의 단계를 거쳐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계마다 인공지능 기술이 쓰이게 되면, 보다 빠르게 자료도 수집할 수 있고, 문서화하기도 편리해진다. 여기에 의사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처 고려하지 못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있어 인공지능은 훌륭한 도구이자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책에서는 데이터 처리능력을 데이터 문해력이라 말하는데, 디자이너가 데이터 문해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디자이너의 능력이 대폭 향상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디자인 개발 방법론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3부와 4부에 걸쳐 구체적으로 디자이너의 데이터 문해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미세먼지 데이터를 R을 사용한 각종 그래프를 통해 분석하는 예를 보여준다. 데이터 문해력으로 숨어 있는 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며, 디자인도 수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해력을 갖춘 디자이너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속한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통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떠나 새롭게 변모하는 새 시대의 디자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저자의 디자인 데이터 융합 교과 운영 사례가 첨부되어 있다. 저자가 홍익대에서 어떻게 강의했고, 학업 성취도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문제점에 대한 보완 과정 같은 것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강의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아주 세밀한 자료다. 다른 대학의 디자이너 과는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저자의 자료가 새로운 환경에 발맞춘 디자이너 교육에 훌륭한 참고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젠 디자이너도 수학을 알아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맨, 연구원, 공무원 등 모두가 데이터 문해력을 갖춰야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데이터 문해력은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 소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