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세계사 - 5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파악하는 여섯 번의 공간혁명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오근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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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간의 세계사 / 미야자키 마사카쓰

1. 역사는 공간안에서 이루어졌다

역사는 대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된다. ‘연도라는 훌륭한 도구를 사용해서, 기원전 몇 천 년, 기원후 몇 백 년 같은 식으로 나열되는 역사는, 별다른 설명 없어도 그 자체로 연결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단순한 시간의 변화에 따른 사건의 나열로 인지했을 때의 문제 중 하나는, 마치 모든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날 때가 되어서 일어난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는 점이다.

역사는 삼간(三間), 즉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현대의 역사는 시간이라는 서사에만 몰두한 채, 정작 사건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켰던 물적 토대인 공간의 변화에 대해선 가벼이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농업 혁명, 대항해시대, 산업 혁명 등의 세계사적 사건에 기반엔 항시 공간에 대한 재정의가 있어왔고 공간의 주인이 곧 역사의 주도권을 쥐었다.

2. 생동감 넘치는 공간의 역사

사건이 일어난 순서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의 역사와는 달리, ‘공간의 역사는 변화하는 공간의 성질과 그에 따른 인간들(대개 국가)의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징기스칸은 그 넓은 유라시를 지배하는 제국을 세울 수 있었을까? 그건 을 통해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가로지르며 재빠르게 기병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이 제공해주는 속도와 전투력이 세계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징기스칸이 말의 제국을 세웠듯, 새로운 기술이 공간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이 기술을 잉태하기도 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그런 예다. 영국이 북아메리카, 인도, 아프리카 등 광활한 식민지를 가지게 되자, 자국의 모직물 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는 증기기관의 계발로 이어져, 증기선, 철도 등을 통해 또다시 공간을 변화시킨다.

3. 작은 세계 대륙 세력 VS 큰 세계 해양 세력

이 책의 저자인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칼 슈미트의 육지와 바다를 인용하며, 공간의 성질과 그것에 의존해서 형성된 나라들을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작은 세계와 큰 세계등의 대립각으로 설명한다. 유라시아 대륙을 바탕으로 성장한 몽골 제국, 오스만 투르크 등은 대륙 세력이자 작은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고, 대서양을 통해 성장한 영국, 네덜란드 등은 해양 세력이자 큰 세계의 바탕을 두었다는 것이다.

이 두 세력들은 계속 대립해왔는데, 그 절정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양옆에 끼고 상업적 영역을 구축한 미국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지하자원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비등비등하게 세력 다툼을 해왔던 소련의 모습은, 저자가 말하고자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간의 차이를 한 눈에 보여준다. 결국 역사의 승자는 미국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이 물려받아 아웅다웅하고 있다.

4. 국가의 명운은 공간에 달렸다?

공간의 세계사를 읽다보면, 지금 떵떵 거리며 선진국 자리를 꿰차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의 나라들이 그런 위치에 올라간 것이 채 수 백 년이 안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대의 4대 문명 중심지들은 모두 아시아에 있었고, 유럽은 버려진 땅이었고, 아메리카는 교류가 없는 땅이었다.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자본의 축적과 생산성의 개선이 지금 개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과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역사적으로 훈 족부터 시작해서, 게르만 족, 반달 족, 유목민, 이슬람 세력들에게 차례차례 국토를 점령당하고 쫓겨나 울분을 삭히던 선조들이 정착해 세운 나라인 에스파냐(스페인)가 맨 먼저 풍요로운 신대륙을 식민지 삼아 대서양을 호령하게 됐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결국 공간 혁명의 흐름에 누가 먼저 탑승하고, 그 흐름을 활용하느냐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일이다.

5. 역사는 반복된다 :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공산주의 사회를 목적으로 진보하는 시간적 역사관을 정립한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라는 말을 남겼다. 공간 혁명은,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생겨났을 때부터 말을 의존한 제국이 생기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인류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계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지금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전류와 전파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전자 공간의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초에 식민지라는 비극을 이미 겪었다.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공간적으로만 보자면 그 당시 바다를 기반으로 한 열강 세력들의 각축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버린 것이다. 광복 후 60년이 넘게 지났다. 과연 전자 공간 이후의 또 다른 공간 혁명은 어디서 발생할지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까닭은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희극적으로반복될 수 있는 민족적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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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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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박주영


스파이하면 제임스 본드 생각이 먼저 난다. 그 다음엔 킹스맨. 이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스파이들은 멋있는 외모에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적국 혹은 테러리스트들이라는 명확한 대상을 감시하고, 그들을 억제하고 제압하여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고요한 밤의 눈에서의 스파이들은 약간 다르다. 여기선 불량국가도, 테러리스트들도 없다. 다만, 점점 절망 속에 죽어가고 있는 90%들이 있을 뿐이다. 스파이들은 이 90%들이 혁명을 일으킬 수 없도록 은밀하게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직접 첩보활동을 펼치는 스파이들 외에도, 스파이가 아닌 스파이, 즉 그들의 통제에 협조하는 정치, 경제 인사들을 포섭한다. 그들이 필요한 이유는 구조조정, 청년실업 등 사람들의 삶을 옥죄는 단어들로 머릿속에 혁명이라는 생각을 말살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는 삶, 시간에 쫓기고 돈 앞에 망설이는 삶을 살게 하는 이유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눈앞만 바라보고, 내일만 생각하고 심지어 오늘이 가장 걱정인 삶. 그래야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음모론에서 종종 등장하는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를 연상시키는 이 스파이 조직에, 15년간의 기억을 잃은 남자가 가입 권유를 받으며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유능한 애널리스트로, 공교롭게도 그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스파이들의 손길이 닿아 조작되거나 편집된 것들이다. 그가 사랑한다고 믿은 여자조차도, 그 스파이 조직의 요원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내가 누구인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 사람은 기억의 총체라고 하는데 과연 내가 15년간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한쪽에선 스스로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다시 구성해나가는 반면, 어느 공간에서 한 소설가는 소설이 잘 써지지 않아 고심 중이다. 등단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인정받던 그는, 차기작들이 줄줄이 망하면서 그 존재 자체가 대중들에게 희미해져 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를 스파이 조직은 주시한다. 그가 소설 속에 읊조리는 단어, 오랜 세월동안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그 단어, ‘혁명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스파이들은 그를 지하 취조실에서 고문하지도, 쥐도 새도 모르게 한강에 담그지도 않는다. 그저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삶의 궁핍과 사회적 명성이라는 찬물과 뜨거운 물에 이리저리 담굴 뿐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는 스파이 조직을 보며, 1984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그들은 의식을 가질 때까지 절대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반란을 일으키게 될 때까지는 의식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현대의 통제는 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경영 전문가를 동원해 사람들을 궁핍으로 몰아넣고, 소설가를 회유해 체제에 순응적인 글들을 지어내게 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패배의 이야기인가? 1984처럼, 현실에서 일어났던 그 수많은 반란의 서사들처럼 혈기로 들고 일어나 피눈물로 마무리 짓는 이야기인 것인가?


하지만 이 소설은 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스파이들은 그들이 죽인 자들 중, 오히려 죽음으로 인해 더욱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된 사람을 이야기한다. 죽음으로서 오히려 더 세상에 기억된 이들. 스파이 내부에서도 '혁명'을 바라는 이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스스로를 '은둔자'라 부른다. 그들은 언젠가 있을 혁명을 위해 조용히, 그러나 치밀히 싸움을 준비해나간다. 혁명은 사람들의 기억과 핏속, 심장에 있다. 모든 사람의 피를 세탁할 수도 모든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도 모든 사람의 심장을 바꿀 수도 없다. 피는 흐르고 기억은 숨고 심장은 뛴다. 어디선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혁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불씨다. 그 불씨를 지키는 자들은 '스파이'들에 의해 패배하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다. 그저 꾸준히 지금의 전투를 기록해나간다. 언젠가 승리할 그날을 위해서.


"역사가 승자들에 의해 쓰여지는 건 상식입니다. 승자는 누구입니까? 야만적인 살인자들, 미친 왕들, 탐욕스러운 반역자들, 폭력적인 전쟁광들, 아마도 우리 역사의 대부분은 그 승자들이 조작하고 편집하고 날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패자들은 무엇을 쓸까요? 패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길까요? 승자들이 인멸한 증거를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이야기로 전달하고 유포시키겠죠.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법입니다. 멈추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는 삶, 시간에 쫓기고 돈 앞에 망설이는 삶을 살게 하는 이유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눈앞만 바라보고, 내일만 생각하고 심지어 오늘이 가장 걱정인 삶. 그래야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p.144)

"혁명은 사람들의 기억과 핏속, 심장에 있다. 모든 사람의 피를 세탁할 수도 모든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도 모든 사람의 심장을 바꿀 수도 없다. 피는 흐르고 기억은 숨고 심장은 뛴다. 어디선가 여전히."(p.188)

"역사가 승자들에 의해 쓰여지는 건 상식입니다. 승자는 누구입니까? 야만적인 살인자들, 미친 왕들, 탐욕스러운 반역자들, 폭력적인 전쟁광들, 아마도 우리 역사의 대부분은 그 승자들이 조작하고 편집하고 날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패자들은 무엇을 쓸까요? 패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길까요? 승자들이 인멸한 증거를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이야기로 전달하고 유포시키겠죠.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법입니다. 멈추지 마십시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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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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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 이승민


1. 그리스의 영원한 고통 3종 세트

고대 그리스 신화의 지옥인 타르타로스에서 영원한 형벌로 고통 받는 세 명의 사람이 있다. 바로 시지프스, 탄탈로스, 익시온이다. 셋 모두 신의 권위를 손상시키려한 죄목이다. 시시포스는 제우스를 속이고,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사로잡아 가두었다. 탄탈로스는 신들의 지혜를 시험하고자 자기 자식을 죽여서 먹이려고 했다. 익시온은 여신 헤라를 탐해 헤라 모습의 구름과 사랑을 나누었다.

이런 불경한 일을 행한 결과로, 셋은 각기 벌을 받는데 시시포스는 돌덩이를 꼭대기에 굴려 올리지만 정상에 다다르면 미끄러져 내려간다. 탄탈로스는 음식에 손을 데려고 하면 먹을 수 없게 된다. 익시온은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 채 영원히 돌게 되었다. 이렇게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범한 자들이 처벌 받는 비극적 이야기를 통해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가르쳤다.


2. ‘채울 수 없는 빈 독을 마주한 오아라

소설 스칼렛 오아라의 주인공 오아라는 지방지 신춘문예에 등단했지만 그녀가 바라던 유명인의 삶이 아닌, 푸석푸석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고, 잡지에 기고하려고 한 단편은 담당자에게 핀잔을 받는다. 시간이 갈수록 희망은 옅어지고 절망은 짙어진다. 점점 눈앞에 다가오는 한계를 보며 그녀는 결심한다. ‘오피스 걸스칼렛이 되기로. , 자신의 몸을 팔기로 말이다.

아직까지 성에 대해서 많이 개방화되었지만, ‘매춘은 엄연히 불법의 영역이다. 설령, 현재 성매매 특별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그 본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포기하면서 (성적 만족을 위한) 수단이 되어도 되는가?’ 다시 말해, 자신의 욕망(, 생존)을 위해 신(도덕)이 금한 것을 탐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남아있다. 그 질문은 오아라를 이 소설 내내 괴롭힌다.


3. 창녀 스칼렛, 그녀에게 구원은 있는가?

스칼렛이란 이름으로 남성들에게 스폰을 받으면서 그녀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지만 정신은 지쳐간다. 그것이 에만 국한될 수 있다면 성노동만큼 정직한 노동은 없다. 숫자로 사람을 홀리지도 않고, 다분히 육체적이다. 하지만 오아라가 남성들에게 더 많은 을 원하듯, 그들도 그녀에게 더 많은 그 무엇을 원하기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트러블이 생긴다. 그러면서 그녀의 소설 집필도 지지부진해진다.

소설 내에서 오아라는 이리저리 자신의 삶에 구원을 찾는다. 소설가의 명성을 부여해 줄 장편 소설 집필, 청담동 저택에 사는 성형외과 원장 김중권과의 로맨스, 호스트바 출신의 미남 노아그런데 그녀의 뒤편 스칼렛의 존재는 그녀가 바라는 구원의 서사를 계속 삐걱거리게 만든다. 이는 자신의 도덕적 무감각에 대한 신의 징벌인가? 하지만 그 어떤 인간이 그녀의 욕망에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4. 11스칼렛 오아라

이 책을 읽으며 파울로 코넬료의 11이 떠올랐다. 둘 다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이 겪는 스토리와 관계에서의 성찰을 담았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세부내용은 좀 다르다. 생활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오피스 걸을 시작한 오아라와는 달리, 11의 주인공 마리아는 우연히 섹스를 하고 대가를 받게 되면서 그쪽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오아라는 세 명 정도로 그치지만, 마리아는 몸을 직업적으로 판다.

두 소설의 결정적 차이점은 두 주인공의 멘탈과 그에 따른 결말의 차이다. 마리아는 매춘을 한다는 것이 자신을 좀먹지 않는다. 오히려 매춘을 통해 버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 창녀 생활을 졸업하고, 그 와중에 만난 남자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이에 비해 오아라는 계속적으로 자기 부정과 합리화를 왔다 갔다 하다가, 자신이 스칼렛을 졸업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리고 만다.


5. 속물적인게 언제부터 솔직한게 되었나

오아라는 시시포스와 탄탈로스, 익시온을 알고 있었을까? 익시온은 수레바퀴에 매달려 불타고, 탄탈로스가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없는 벌을 받고, 시시포스가 자신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쳇바퀴 속에 영원히 놓인다는 것은 신화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정신 상태를 비유한다. 실제로 자신이 스칼렛으로서 얻어낸 것들에 대해 오아라는 불안해하면서도 속물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에 솔직한 것이라 포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약간의 불편함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해보았는데, 그것은 아마 오아라의 현실성일 것이다. 이 한국 사회 어딘가에 있을 오아라. 생활고든 사치든 어떤 이유에서 스스로를 팔아치우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말이다. 그런데 과연 나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몸만 안 팔았지, 이 거대한 사회 속 소비 주체의 일부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팔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p.16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감 혹은 착시. 언제나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일 때가 많다. 그리고 간절함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p.251 "럭셔리한 삶이라. 물론 앞서 얘기했던 물질적이고 정신적 풍요도 중요하죠. 한데 제가 꿈꾸는 가장 럭셔리한 삶은 욕망으로부터, 운명으로부터, 그리고 쓸데없는 희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무언가를 갈급하거나 채우기 위해 자존감까지 꺾여가며 괴로워하지 않다도 되는. 굳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필요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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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밸런스 -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고 건강한 사람의 비밀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연희 옮김 / 스토리3.0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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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밸런스 / 네고로 히데유키

p.11 사람은 누구나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나이에 비해 늙은 사람'의 차이를 만든다.

사람이라면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12년의 정규 교과과정을 마쳤다면 몇몇 호르몬의 이름은 익숙할 것이다. 가장 유명한 호르몬 중 하나인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인슐린의 결핍이 당뇨병과 연관이 있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도파민, 아드레날린, 옥시토신, 멜라토닌,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은 인간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조절 체계로서의 기능한다.

하지만 모든 장치는 시간이 갈수록 녹슬고 어긋나다가 이내 그 기능을 상실한다. 호르몬 체계도 그렇다. 밤낮이 바뀐 생활, 폭음과 과식,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등은 호르몬의 원활한 생성과 순환을 막고, 그렇게 흐트러진 몸으로 인해 불면과 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이런 호르몬 밸런스의 붕괴는 젊은 시절엔 쉽게 회복되지만 이미 몸을 굴릴 데로 굴린 중년부터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된다.

p.134 호르몬은 체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 몸을 회복하고 유지해준다. 하지만 그것은 호르몬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줄 때 가능하다.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호르몬이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재검토하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에서 객원교수를 지냈고, 안티에이징 분야의 전문가인 네고로 히데유키는 이 책 호르몬 밸런스를 통해 호르몬의 중요성과 호르몬을 생성하고 유지시키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강조한다. 책 전반에 성장, 수면, 행복을 아우르는 호르몬의 영향이 소개된다.

호르몬의 종류와 그 기능은 검색해서 찾아보거나, 책을 읽어보면 다 나오므로 그렇게 새로운 정보는 아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과학시간에도 선생님이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삶.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 먹고 간식과 음주를 삼가는 삶.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을 병행하는 삶. 이런 삶의 방식들과 호르몬 간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규칙적 삶이 좋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규칙적인 삶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다들 정확한 답을 모른 채 얼버무린다. 미드를 보며 밤을 샌 나날들이, 스마트폰의 블루 라이트로 설친 잠이, 야식으로 먹은 치킨이 어떤 식으로 몸을 망치는지에 대해 호르몬이라는 키워드가 대입됨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문제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p.154 호르몬 전체를 위한 행동은 규칙적이고 올바른 생활이다. 대부분 호르몬은 체내 시계를 따라 움직인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 같은 시간에 자는 습관,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 자체가 하나의 기본 축이 된다. 여러 가지 호르몬을 스케줄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기본이다.

한편,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내가 야근하고 싶어서 야근하나?’ ‘내가 운동하기 싫어서 운동 안하나?’ ‘내가 삼시 세끼 다 챙겨먹기 싫어서 안 먹나?’ 학업 때문에, 직장 때문에 정상적인 식사 스케줄과 수면 패턴, 운동 습관을 형성하기 힘든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자신의 건강을 위한 투자는, ‘생존그 자체에 비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70세를 넘어, 100세 시대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 이 시대에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호르몬을 낭비하고 방치하는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라도 호르몬을 회복시키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도 버겁다면, 적어도 은퇴 뒤에는 온전히 이런 삶을 살고, 지금은 내가 호르몬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어떤 최선의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의도일 것이다.

이 책에는 호르몬의 기능과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 외에도, 호르몬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생각법, 운동법, 생활 습관 등이 제시되어 있다. 적당한 자극, 적당한 공복감, 적당한 수면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상식에 다가 단 하나를 얹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천일 것이다. 굳이 옳은 길이 복잡할 필요는 없다. 단순한 길이 왕도(王道)일 때가 많다. 다만, 그것이 쉽지 않을 뿐이다.

아직 호르몬에 이상을 느끼기엔 젊은 나이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급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몸이 고장 나는 일들을 볼 때가 있다. 우리의 삶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호르몬의 밸런스를 신경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 일단, 오늘부터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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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속도 - 업무 속도를 극한까지 올리는 스피드 사고의 힘
아카바 유지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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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의 절대적 시간은 고정되어 있고 무슨 수를 써서도 바꿀 수 없다. 아무리 많이 일이 쌓여 있어도,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이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속도가 붙기는커녕 일에 진척이 없다. 일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굼벵이들을 위해, 미국 유명 컨설팅 회사 맥켄지 출신의 아키바 유지가 일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p.7 '속도'는 일하는 스피드를 말한다. 영어로 말하면 'fast'에 속한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과제를 파악하고 해결하여 성과를 낼 것인가 하는 시간당 생산성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예컨대 서류를 작성하는 시간, 회의 시간, 무언가를 완수하는 시간을 단축할수록 성과를 낼 수 있다.

'신속성'은 아침 일찍 일어나기 등 시간의 빠르기를 의미한다. 영어로 말하면 'early'에 속한다. 스피드가 같아도 일찍 시작하면 대부분은 일정을 앞당겨 준비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된다.

당신은 얼마나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가? 혹은 얼마나 신속하게 일을 시작하는가? 모든 속도의 개선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의 일처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상사의 잔소리? 아니면 자신의 미숙함? 하지만 언제까지 환경과 무능력을 탓할 수 없는 법, ‘1등의 속도의 저자는 PDCA의 사이클, 메모 쓰기, 그리고 3가지 사고법을 통해 일의 속도를 개선하기를 권한다.

p.51 PDCA?

Plan(계획), Do(실행), Check(평가), Act(개선)의 사이클로, 이것을 실행할 때마다 아웃풋의 질이 향상된다. 한 번보다는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 실행하면 아웃풋이 점점 개선된다.

PDCA는 계획부터 실행, 평가, 개선에 이르는 사이클이다. 예를 들어, ‘치킨을 먹을 것이다.’ (계획) -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켰다.’ (실행) - ‘후라이드가 퍽퍽했다.’ (평가) - ‘앞으로 양념만 시킨다.’ (개선)의 프로세스를 거쳐,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p.101 메모 쓰기 : A4용지를 가로로 놓고 왼쪽 윗부분에 타이틀, 오른쪽 위에 날짜, 본문을 4~6줄 정도, 20~30자 정도 적는다. 이 한 페이지를 1분 안에 쓰고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에 총 10페이지를 적으면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된다.

PDCA를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선, 애초의 사고의 속도자체가 빨라져야한다. 그러기 위한 훈련법이 바로 이 메모 쓰기. 저자인 아키바 유지는 이 메모 쓰기를 통해 생각 자체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덕을 보았다고 한다. A4 용지에 200자 미만의 생각 정리 노트를 만드는 것. 엄청 단순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단순한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실천할 의지의 여부다.

p.115 가설사고 : '이것은 이런 걸까?'하고 자신의 사고를 갖는 것, 가지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가설사고란 말이 낯선 사람도 있겠지만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점이든 해결책이든 맨 처음부터 가설을 세우고 '이것이 문제점이라면'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계속 생각한다.

p.124 스피드 사고 : '원래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어야 하는가?'를 전례나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철저하게 사고하는 것이다.

p.129 심층사고 : 가설을 세운 후, 납득될 때까지 ''를 반복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 신문, 잡지, 인터넷에서 읽은 것을 모두 활용하여 근본부터 계속 의문을 품는다.

PDCA를 통해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원활한 PDCA를 위한 사고 속도 증진을 위해 메모 쓰기를 연습한다. 하지만 메모는 뭐로 채우나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세 가지 사고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가설 사고는 쉽게 말해서 예상해보고 스스로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설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검증하고 수정되는 것이 반복되어야 올바른 결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스피드 사고는 조직 내부의 암묵적 전제조건, 제약조건에서 벗어나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야근, 잦은 회의 등 비효율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런 스피드 사고가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심층 사고, 앞서 말한 가설 사고에 덧붙여,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를 계속 던질수록 분석력과 독창성을 만든다.

‘1등의 속도는 이러한 사고법 외에도 많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팁들이 가득 담겨 있다. 사회 초년생이나 스스로의 업무 효율성, 생산성에 자신이 없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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