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 5천만 경제 호구를 위한
선대인 지음, 오종철 기획 / 다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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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 : 경제호구들을 위한 실전 경제 지침서

1. 카나리아와 카산드라

과거 광부들은 산소를 체크하기 위해 새장에 카나리아 한 마리를 넣어 갱으로 내려갔다. 산소의 농도가 떨어지면 그 어떤 생명체보다 산소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세차게 울어대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카나리아는 광부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참된 경고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위기를 고발하는 사람들이 항상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트로이의 공주이자 예언자였던 카산드라는, 오랜 전쟁 끝에 그리스인들이 퇴각하면서 남기고 간 목마가 함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로이인들은 믿지 않았고, 결국 그리스인들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2. ‘한국의 닥터 둠선대인 박사, 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카나리아와 카산드라. 앞으로의 위기를 예언하는 자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두 가지 모습이다. 위기를 알려주는 카나리아에게 카산드라처럼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종종 냉혹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고 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고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자들을 주위에 두다가 패망한 지도자들의 예는 굳이 많다. 즉 우리 주위에 있는 비관론자와 위기론자들의 말을 일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의 근거와 실제 위기의 가능성에 대해서 따져보고 같이 토론해보아야 한다.

미국에 2008년 경제 위기를 예측해서 유명해진 비관론적인 경제학자 닥터 둠마크 파버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줄곧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 주장하는 한국산 닥터 둠선대인 소장이 있다. 2016년에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것이니 집 사지 말라는 주장을 했다가 강제 하차 당하기도 했던 선대인 소장의 모습에서 카산드라는 물론, 지도자에게 간언을 했다가 목이 날아간 충신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는 강연과 방송에만 머무르지 않고 저서 활동도 활발하여 최근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이란 책을 냈다.

3. ‘멘큐의 경제학선대인의 경제학

선대인 소장의 책 대한민국 경제학은 그 두께나 크기로 보아하야 경제학의 유명한 교과서 중 하나인 멘큐의 경제학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론과 공식들로 채워져 있는 멘큐에 비해, 선대인 소장의 책은 실제 대한민국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과 대안들에 대해 논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멘큐가 경제학도를 꿈꾸는 새내기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선대인 소장은 수천만의 경제 호구들이 경제적 지식을 갖추게 하기 위한 실용서를 썼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어쨌든 둘 다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선 대중서인 이 책이 훨씬 쉽고 이해가 잘 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그리 낯설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던가, ‘수출 대기업 중심 경제 체제’,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요새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 ‘트럼프 정권2017년 경제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미래를 결정할 요소들에 대해 비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이렇게 저성장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젊은이들이 집을 사지 않을 것이고, 또한 앞으로 어르신들이 집을 팔게 되는 시기가 오면 부동산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은 수출과 부동산 두 축으로 유지되는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4.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비관론과 낙관론이란 두 날개

혹자들은 선대인 소장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너무 부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며, 세계의 경기가 호전된다면 오히려 계속 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한다. 새는 한 쪽의 날개로만 날지 않는다. 낙관론으로만 운영되는 경제는 또다시 1997IMF2008년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경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관론과 낙관론, 두 날개로 잘 조정하여 앞으로의 위기를 줄이면서 동시에 성장동력을 찾는 관점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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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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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배틀

1.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특정 현상에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의 지적 체계 안으로 편입시킨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세상을 지각하는 범위는 저 파랗고 멀리 있는 것하늘이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점차 넓어져 점차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영역, 예를 들면 상대성 이론이나 빈부의 격차같은 것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름 붙이기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한데, 시인 김춘수가 에서 당신이 나를 꽃이라고 불러줬을 때 나는 당신에게 가서 꽃이 된다는 시구는 언어로 관계를 맺는 과정을 보여준다.

2.

그렇다면 이 언어를 만드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에게 대개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한 감각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느끼거나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이 세상의 법칙을 모두 탐구하고자 노력했다.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은 그들의 사상에 두 가지를 담았다. 하나는 진단이다. 지금 현재 이 세상의 본질은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문제들이 많은지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다음은 대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들과 그것을 위한 실천 내역들이다. 예를 들면, 사르트르의 경우 인간이 불안하고 괴로운 이유에 대해 세상에 갑자기 던져진피투성(被投性)에서 찾았고, 인간 실존이 바로 서기 위해선 개인이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타인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인 언어’,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철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괴로운 일이다. 그럴 때는 가벼운 입문서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대논쟁! 철학배틀은 앞서 말한 철학자들 중 핵심적인 인물들의 사상들을 명확하고 쉽게 잘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게임 역전재판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이와모토 다쓰로가 철학자들의 일러스트를 맡아서 생동감 있고 선이 굵은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작을 알린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37인의 철학자들이 벌이는 지식의 아레나(Arena)는 한 쪽 편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전개된다. 흥미롭게도 가장 최대 출전 철학자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인데, 역시 칸쇼니(칸트+쇼펜하우어+니체)’라고 불리는 18~19세기의 독일 사상사에 대한 깊은 일본인의 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 책이 일본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다. 예를 들면, 소년에게 처벌대신 교화를 우선시 하는 소년법이라던가, 일본 평화헌법 상에 전쟁할 권리가 없는 등의 요소, 그리고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일본인 철학자에 대해선 한국 독자들은 의아할 것이다.

애초에 이 책 자체가 철학자나 교수가 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설민석이나 최진기 같은 학원 강사가 철학사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쓴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어디까지 입문서라는 것. 하지만 이 정도만 읽어도 어디서 입 터는 데 지장은 없다.

4.

대논쟁! 철학 배틀은 내용도 쉽고 만화 덕분에 술술 읽히는 대신에, 뭔가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추천한다. 전자는 다들 집에 한 권씩 꽂혀있을 거고, 철학카페에 경우, 철학을 어떤 식으로 삶의 서사를 읽는 데 적용할 것인가 통찰을 주는 책이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마이클 켈로그의 철학의 세 가지 질문이나 매트 로렌스의 철학 한 잔도 괜찮다. 지금 언급한 책들 모두 당신의 빈약한 철학적 체계를 한 걸음 진보하게 해줄 좋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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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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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p.36-37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 "화가 나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파인애플'이라고 말해." "그게 진정하라는 암호 같은 역할을 할 거야."


소녀 찰리는 아버지의 구속과 어머니의 정신병으로 인해 이모 구스의 집에 맡겨진다. 그녀는 이모와 이모부의 애정 어린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는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자신이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계속 학교 아이들과 문제를 일으키고, 그러던 그에게 하워드란 친구만이 먼저 다가와 준다. 하워드는 그녀에게 파인애플을 제안한다. 못 참을 것 같은 일이 있을 때 파인애플을 떠올리라고, 그것이 진정하라는 신호가 되어줄 거라고.


그 이후에도 찰리는 자신의 성질을 종종 참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파인애플을 되뇐다. , 자신의 화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이런 걸 보면 분노도 습관이다. 어떤 이들은 남들에게 미움 받을 것이 두려워 쉽게 화를 내지 못한다. 반면,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뭐든 중간이 좋다고, 합당한 상황에서만 화를 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파인애플은 찰리가 화에 대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p.44-45 나는 나를 반겨주는 집이 없는 신세, 떠돌이 신세가 어떤 건지 알았다. 그리고 녀석은 싸움꾼이었다. 나랑 같았다. 그 개와 나는 공통점이 많았다. 문득 그 비쩍 마른 개에 대한 애정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엄숙하게 맹세하고 약속했다. 그 개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p.129 "나는 개의 어떤 점을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무조건 적으로 주인을 사랑하는 거."

"괴팍하고 잘난 척하고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개도 자기 주인이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하잖아. 무슨 뜻인지 알지?"


겨우 적응의 물꼬를 튼 그녀에게, 떠돌이 검은 개 위시본이 나타난다. 그녀는 뿌리 없이 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부평초마냥 불안한 그녀의 심리를 위시본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그 개를 잡고 길들이기 위해 한동안 고생한다. 개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 처음엔 못마땅하던 위시본도 이내 찰리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같이 먹고, 같이 자는 생활엄마, 아빠, 언니 누구에게도 그토록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찰리에게 개는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준다.


p.61-62 "우리 엄마가 천에다가 수를 놓아서 만든 액자가 있는데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아? '우리의 모든 고민을 빨랫줄에 널면 그 속에서 당신은 당신의 고민을, 나는 나의 고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고 너보다 심각한 고민거리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얘기야."


위시본과 친구가 되고, 하워드와 그의 가족들과 친하게 진해면서 도시 소녀였던 찰리도 시골의 풍경에 점차 일부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이 편해지면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이곳에서 친구들과 계속 이모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이런 배부른(?) 고민이 계속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그저, 몇 년 동안 계속 빌어 왔던 한 가지 소원에 매달릴 뿐이다.


p.265 실제로 그녀는 온갖 얘기를 했었다. 거스와 버서는 나를 공주 대하듯이 하고, 마음씨 좋은 오덤 가족은 나와 함께 저녁을 먹어서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지 않느냐고. 하워드만큼 좋은 친구가 또 어디 있느냐고. 아름다운 산과, 별이 보이는 조그만 베란다가 있지 않으냐고. 내가 지금까지 그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소원을 비느라 바빠서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돌연변이라서 구하기 힘든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면, 흔한 토끼풀인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했다. 아무리 행복한 상황이라고 해도, 자신이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 언젠가 극복해야할 환경일 뿐인 것이다. 처음엔 불만과 분노밖에 몰랐던 찰리는 점차 주변 것들에 감사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워드, 위시본, 이모 버서와 이모부 거스그녀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진정한 가족은 찰리의 두 부모와 언니가 다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 다시 구성됐음을 찰리가 깨닫는 데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아마 우리도 우리 주변의 행복은 간과한 채 거대한 행운을 찾아 방랑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그 자리, 그 곳에서 우리가 알아차려주길 바라고 있을 테니까. 다만, 행복이 지쳐서 떠나지 않도록,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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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역자 노트 + 프랑스어 원문 + 영역판 수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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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p.30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에 관해 말할 때, 그들은 본질적인 문제에 관해선 결코 묻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어떠니? 좋아하는 게임은 뭐니? 나비를 수집하니?" 그들은 당신에게 묻는다. "몇 살이니? 형제가 몇이니? 몸무게가 어떻게 되니? 아버지 수입은 얼마나 되니?" 그러면 단지 그들은 그를 안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나는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집이 있는"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 집의 이미지에 다다르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그러면 그들은 소리칠 것이다. "정말 멋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린왕자를 읽는다. 정치인도, 사업가도, 범죄자도 모두 어린왕자를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들의 행보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집에 어떤 화분이 있는지, 페인트질은 어떻게 했는지, 벽돌재인지 시멘트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집값만 중시하는 어른들의 속물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읽던 아이들은, 이후 그 사람의 성격은 어떠한지, 취미는 무엇인지보단 그 사람의 학벌과 연봉에 더 관심을 가지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고로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읽는 것은 삶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어른의 몸이 되어버렸지만 아직 아이의 감수성을 지닌 이십 대 때 이 책을 읽어야 한다.

p.51 "사실 나는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예요! 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만 했어요. 그녀는 나를 향기롭게 하고 빛나게 했어요. 나는 결코 그녀로부터 달아나지 말았어야 해요. 나는 그녀의 가여운 속임수 뒤에 숨어 잇는 다정함을 꿰뚫어 봤어야 했어요. 꽃들은 그렇게 모순적이에요! 그러나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법을 알기엔 너무 어렸어요."

이 문장만으로도 아이들이 완전히 어린왕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아이들은 까칠한 사랑의 존재를 모른다. 수용 받거나 거절 받는 극단적 양자택일의 사랑, 즉 부모의 사랑이 아니라, 서로 거리를 두며 가까워졌다 멀어짐을 반복하는 애인의 사랑에 대해 아이들은 모른다. 고로 이 문장, 사랑하는 방법을 알기엔 너무 어렸어요는 어린 왕자의 후회이자 동시에 정말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아이였던 자신에 대한 어른의 후회이기도 한 것이다. 굳이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 생애를 관통했던 수많은 그들을 이해하기엔 그들은 너무 모순적이었고 그들을 제대로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다.

p.109-110 "내 비밀은 말이야. 그건 매우 단순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봐야 잘 볼 수 있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네 장미를 그렇게 중요하게 만든 것은 네가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고 있어."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은 영원히 네 책임이 되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어린왕자의 핵심 내용은 이 문장들에 축약된다.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이다. 그 결과, 정말 중요한 행복과 사랑, 희망들은 놓치기 일쑤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상대방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길들임의 과정이 지극한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그 노력을 줄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상대방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잃고 권태와 무기력에 시달린다. 그들은 책임을 져야하지만 그들은 책임을 질 의사가 없다. 스스로의 삶을 건사하는데 바빠서 그들이 같이 행복하고자 맹세했던 우정과 가정을 내팽개치곤 한다. 우리는 어린 왕자와 여우에게 배워야 한다. 어른이 된다고 해도 잊으면 안 되는, 그러한 작은 비밀들을 말이다.

p.113-114 그는 갈증을 진정시켜 주는 완벽한 약을 파는 상인이었다. 일주일에 한 알을 삼키면 더 이상 물 마실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너는 왜 그것들을 팔고 있니? "엄청난 시간을 절약해 주거든" "일주일 동안 53분을 절약한대." '내가' 어린 왕자가 자신에게 말했다. '만약 내게 53분의 여유가 있다면, 나는 아주 천천히 샘을 향해 걸을 거야……."

어린왕자갈증을 진정시키는 약은 소설 상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을 구매하고 전자레인지 20초에 돌려 입 속에 구겨 넣어 허기를 진정시키는 우리의 모습은 갈증 없애는 약을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스턴트 음식은 우리의 식사시간을 절약시켜준다. 하지만 절약한 시간으로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정작 먹는 즐거움과 식사 시간의 따뜻함, 느긋함을 희생해서 원하는 것을 한다곤 하지만 대개는 TV와 스마트폰을 건드리는 게 다일 경우가 많다. 자신을 살리는 것, 자신에게 소중한 것에 대한 시간적 투자는 얼핏 비효율적이게 보일지라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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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인간학 - 비움으로써 채우는 천년의 지혜, 노자 도덕경
김종건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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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어느 때고 찾아올 수 있다. 삶이 아무런 문제없이 순탄하게 지나갈 때 혹은 이전까지 미루어오던 문제가 곪아터졌을 때 상관없이 그렇게 도둑처럼 온다. 무의미라는 폭풍은 그전까지 이루어놓았던 삶의 의미라는 가건물을 쓸어가 버린다.


사람의 성장은 곧 의지와 능력의 성장이다. 사람은 이후의 일을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하면서 정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미래’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내 의지로 되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고, 동시에 타인(他人)이라는 지옥에 휩싸이면서 늘 자신을 옥죄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러 무언가를 작위적으로 하는 삶, 하지만 내 의도대로 되지 않는 삶. 그럴수록 내면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우리는 지쳐간다. 내 삶에 주어진 온전한 자유는 부담이 되고, 삶의 무의미는 그나마 관습적으로 돌아가던 삶의 궤적을 차츰 녹슬게 한다.


이러한 실존적 불안 속에서 지친 중생들은 초월적인 존재의 힘을 빌어보고자 종교에 귀의하곤 한다. 종교는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의미부여 방법이다. 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므로 나는 그의 뜻에 따르면 된다. 마치 유년기에 부모의 뜻이 하늘과 같았던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많이 힘든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나에게 주어진 실존적 문제와 어려움을 직시하고, 굳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을 통해서 도리어 의미를 찾는 방법. 사르트르가 ‘기투’라고 부르고, 까뮈가 ‘시지프스적 삶’이라고 불렀던 그 방법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이런 실존적 삶의 태도와 닿아있다. 거대한 것을 본받으나 사소한 것을 쉬이 여기지 않는 태도. 그 과정 하에서 굳이 일부러 무언가를 하기 보단 자연스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스며들어가 생명과 도(道)를 베푸는 삶. 그런 삶의 모습을 도덕경은 보여준다.


《노자의 인간학》은 도덕경을 풀어낸 소설이다. 쉽게 말해 《미움 받을 용기》의 도덕경 판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직장 생활 속에서 삶의 의지와 의미를 잃어버린 중년 남성이 도덕경을 읽으면서 진리를 깨우친다는… 어디에선가 자주 접해본 플롯이지만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저자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도덕경의 중요성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삶을 설파하는 동시에, 도덕경의 에센스를 뽑아내서 우리에게 제시한다. 도가 사상의 도 자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입문서다. 요즘 가치 실용을 따지는 시대에서는 이만한 책도 없다.


이 책이 보여주는 ‘직장 처세술’의 수준을 넘어서서 노자와 장자를 포괄한 도가 사상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최진석 교수의 저서를 추천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읽으면 이 책에선 가볍게 넘어간 부분들을 깊게 설명해준다.


동양 철학들은 어떤 절대적 존재의 의탁하기보단 스스로 그 부분을 극복하기를 요구한다. 도덕경도 그러하다. 다만, 그 과정 하에서 의지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인 도(道)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해줄 뿐이다. 그 도(道)가 바로 ‘하지 않음으로서 이룰 수 있는 힘’이라고 책은 말한다.


자아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이 ‘하지 않음’을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드러내야하고 자신의 의견을 드높여야 하고 쟁취하고 내 몫을 챙겨야하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인간에게는 이 ‘무위(無爲)’라는 건 자연스럽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무위는 내가 내 시선과 아집에 묶여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준다. 경쟁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모든 것을 이루는 역설은 여기서 온다. 그리고 그 길을 이루는 열쇠는 바로 이 도덕경에 있다.

p.50 "저의 마음이 불안합니다. 이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지고 오라. 그러면 내가 편안하게 해주리라."
… "아무리 찾아도 가져올 불안이 없습니다."
"나는 이미 그대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노라."

p.208 … 바쁘다는 생각없이 그저 눈앞의 일을 하나씩 처리해나가면 된다. 어차피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도 모든 일이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져 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삶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피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받아들이려는 마음 없이 받아들이면 된다.

p.107 도덕경은 거대하고 큰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작은 것, 사소한 것, 부드러운 것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거대한 것을 본받으면서도 작고 부드러운 것을 가까이하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59 도덕경 48장 : 위학일익 위도일손 //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 무위이무불위
-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더해가는 것이고, 도의 길은 하루하루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무위에 이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p.79 도덕경 63장 : 도난어기이 위대어기세 // 천하난사필작어이 천하대사필작어세 // 시이성인종불위대 고능성기대
- 어려운 일은 그것이 쉬울 때 계획을 세우고, 큰일은 그것이 작을 때 해야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이유로 서인은 끝내 큰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큰일을 이룬다.

p.133 도덕경 7장 : 시이성인 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 비이기무사사 고능성기사
- 성인은 자신을 뒤로하여 오히려 앞서고, 자신을 밖으로 하여 지킨다. 그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능히 그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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