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요 덤덤씨
김지현 지음 / Pinkbooks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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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꽤 큰일이었다. 같이 놀고 싶어도 괜히 거절당할까 봐 망설이고, 별로 관심 없는 척하기도 한다. 그래서 조용히 자기 시간을 보내는 덤덤씨가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마음은 있지만 표현이 어려운 아이가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다.

덤덤씨는 아이들의 부탁을 받고 헤드폰을 벗는다. 나무 위 고양이를 내려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아이들이 먼저 웃으며 다가온다. 이 과정이 좋았다. 친구가 되는 시작은 생각보다 작은 일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도 친구 덕분에 평범한 날이 즐거워지고, 힘든 마음이 가벼워진 경험이 있다. 아이들도 그런 행복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함께 읽으며 덤덤씨가 언제 기뻤을지 이야기하다 보면, 누군가와 어울리는 일이 조금은 기대되지 않을까.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응원하며 읽어주기 좋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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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차야행(飛車夜行)
HYELL(혤)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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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내 이상형이 이렇게 다가오면 나도 안 속을 수 있을까 싶었다. 외모도 취향이고, 대화도 잘 통하고, 내 이야기에 관심까지 가져준다면 수상한 부분이 보여도 좋은 쪽으로 해석할 것 같다. 남의 일일 때는 왜 속았는지 쉽게 말하지만, 막상 내가 그 관계 안에 들어가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영민이 노리는 것은 돈이지만, 그 목적에 다가가는 수단은 다정한 말이다. 대놓고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상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이 자존감까지 채워주는 순간이라면 더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여리의 대응이 통쾌했다. 온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상대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호감이 생기는 것과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는 별개라는 점을 여리를 보며 생각하게 됐다.

취조서로 사건을 접하고 연서와 감정서를 통해 말의 속내를 확인하는 구성도 재미있었다. 다만 옛말투가 이어져 가볍게 읽으려다 문장을 다시 보는 대목은 있었다. 달콤한 연애보다 관계 속 심리전에 관심이 있다면 잘 맞을 책이다.

나도 속지 않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다. 대신 듣기 좋은 말을 얼마나 해주는지보다, 그 말 뒤에 어떤 요구와 행동이 따라오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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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
이현준 지음 / 말그릇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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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초능력 소설이라길래 처음엔 능력 배틀 같은 걸 예상했다.


근데 읽고 나니까 기억에 남은 건 연애랑 자존감 쪽이었다.


윤아는 초능력이 있는데 최대 20볼트다.


언니는 번개를 부리는 유명한 히어로고.


이 정도면 비교 안 하려고 해도 비교하게 될 것 같다. 내가 가진 건 별거 아닌 것 같고, 굳이 남한테 보여주기도 싫을 듯하다.


그런데 소년은 윤아가 창피해하는 그 능력을 신기해한다. 대단하다고도 해준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좋았다.


연애할 때도 내가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던 걸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좋아해주면 묘하게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닌데, 적어도 전처럼 싫어하지는 않게 되는 느낌.

윤아도 비슷해 보였다.


소년이 윤아를 구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윤아가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하게 되는 이야기.


판타지 설정은 재밌고 로맨스는 풋풋하다. 그런데 결국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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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역사이다
이재훈 지음 / 지우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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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부정선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올공시위 영상 하나만 봐도 댓글에서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이야기한다.


계엄과 탄핵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박정희는 역사이다를 읽으면서 조금 찔리는 부분이 있었다.


나 역시 박정희를 생각하면 친일, 독재, 경제성장 같은 교육된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그런데 왜 그렇게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배웠고, 뉴스나 인터넷에서 계속 봤기 때문에 그냥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익숙한 이야기들이 처음 어디에서 나왔고 어떤 과정을 거쳐 퍼졌는지를 계속 추적한다.


저자의 주장 역시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에 알던 내용과 너무 다르다 보니 몇 가지는 다른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그 과정이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대부분의 정보를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


기사로 보고, 유튜브로 보고,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의 해석을 읽는다.


결국 중요한 건 한 번도 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심이 생겼을 때 직접 확인해보는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정치판을 보며 정보에 질린 사람이라면 의외로 잘 읽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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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밤은 흐른다
남우현 지음 / 목현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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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이 되라는 말은 희망적으로 들린다. 평범함에 머물지 말고, 남들과 다른 장점을 발견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신의 밤은 흐른다>는 이 달콤한 문장 안에 숨은 경쟁을 들춰낸다.


모두가 특별해야 한다면 특별함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비슷한 성공을 욕망하게 된다. 높은 소득, 눈에 보이는 성과, 타인의 인정, SNS에 전시할 수 있는 삶. 고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도착하는 곳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인간은 획일화를 싫어한다면서 유행하는 자기계발법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따라간다.


이 책이 비판하는 것은 노력이나 성공 자체가 아니다. 누구의 욕망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그리고 그 불안을 이용해 정답을 판매하는 언어다. 무해한 위로조차 때로는 현실을 바꾸기보다 견디게 만드는 진정제가 된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독자를 다독이지 않는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보다 지금 좇고 있는 것이 정말 자신의 선택인지 묻는다. 무엇을 가져야 행복한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좋은 사람인지, 어디에 도착해야 성공한 삶인지.


특별해지지 않아도 된다. 다만 남들이 만든 특별함을 좇느라 자신만의 기준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당신의 밤은 흐른다>가 끝내 되찾으려는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다른 누구도 대신 정할 수 없는 한 사람의 고유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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