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야행(飛車夜行)
HYELL(혤)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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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내 이상형이 이렇게 다가오면 나도 안 속을 수 있을까 싶었다. 외모도 취향이고, 대화도 잘 통하고, 내 이야기에 관심까지 가져준다면 수상한 부분이 보여도 좋은 쪽으로 해석할 것 같다. 남의 일일 때는 왜 속았는지 쉽게 말하지만, 막상 내가 그 관계 안에 들어가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영민이 노리는 것은 돈이지만, 그 목적에 다가가는 수단은 다정한 말이다. 대놓고 무언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상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사실이 자존감까지 채워주는 순간이라면 더 판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여리의 대응이 통쾌했다. 온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상대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호감이 생기는 것과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는 별개라는 점을 여리를 보며 생각하게 됐다.

취조서로 사건을 접하고 연서와 감정서를 통해 말의 속내를 확인하는 구성도 재미있었다. 다만 옛말투가 이어져 가볍게 읽으려다 문장을 다시 보는 대목은 있었다. 달콤한 연애보다 관계 속 심리전에 관심이 있다면 잘 맞을 책이다.

나도 속지 않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다. 대신 듣기 좋은 말을 얼마나 해주는지보다, 그 말 뒤에 어떤 요구와 행동이 따라오는지 봐야겠다는 생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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