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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신기하게도 이 책을 접하기전 포의 소설 전집인 [우울과 몽상]을 친구의 소개로 벌써 구입해놓고 읽지 않았는데 이번 여름 휴가에 시원하게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펼쳤었다.
평소 추리소설의 대가로만 알았던 작가의 이력과 함께 그의 단편소설 58편을 환상,풍자,추리,공포로 나누어 소개 하고있는데 850쪽에 육박하는 책의 두께와 서두에 나온 환상 작품은 날 너무 우울하게 만들어 겨우 10편 남짓 읽다 놓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금번 [포의 그림자]라는 책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앞전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을 얼마나 가슴치고 후회했던지,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잠깐 언급된 그의 몇 작품들을 함께 읽게 되었는데 생생한 그의 생과 죽음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평소 역사추리소설이라면 눈이 번쩍하는 내게 추리소설의 대가인 '애드가 앨런 포'의 죽음을 목격한 그의 열혈 팬 '퀜턴 홉스 클라크'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베일에 쌓인 포의 죽음과 관련된 많은 역사적 고증을 파헤친다는 것 자체가 신비할 따름이었다.
그동안 포의 작품 중 추리소설 몇개만이 그의 전부인줄 알았고 그의 생과 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의 사망시기인 1849년을 이 작가는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약 150년전 미국은 아직 노예해방이 시행되지 않았고 우리나라는 조선의 몰락을 눈앞에 둔 외국의 침입을 많이 받던 헌종의 시기였어니 썩 오래된 것 같지 않으면서도 아주 옛날시대인 것이다.
주인공 클라크는 자신의 본업인 변호사업 보단 독서애호가로서 시대를 너무 앞선 작품들로 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천재작가 포의 작품에 빠져 있던 중 4명만이 참석한 쓸쓸한 포의 장례식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천재작가의 죽음뒤에 음모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하에 포가 죽기전의 행적을 찾아가며 그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클라크는 책속의 '오귀스트 뒤팽'이 실존한다고 믿으며 실제 모델을 찾아 프랑스로 건너가 '오귀스트 뒤퐁트'라는 인물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며 또다른 뒤팽이라는 '클로드 뒤팽남작'과의 끝없는대립구도 속에서 그시대 포와 관련된 많은 문서와 행적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 포의 사망소식을 전하는 신문들은 이렇게 전했다.
"그의 일생은 실패작이었다. 그는 재능을 낭비한 천재였다.
엉뚱하고 잘난 체하는 시와 기묘한 이야기들은 파괴적이고 비참한 일상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주정뱅이로 살았다. 그리고 주정뱅이이자 망신거리이자 작품을 통해 도덕을 해치는 불한당으로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뉴욕의 어느 신문에서 한 말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존재가 아니었다."(1-P34)라고.
분명 클라크처럼 열렬한 독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인물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일과 일상을 내버려둔채 조금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그 의문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그의 행동들이나 생각을 보며 포에 대한 진실을 왜 그렇게 파헤치려고 하는가?라는 에드윈의 질문에 "정해진 길을 가야하는게 인생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준 사람이 포 였으니까. 그는 미국의 상징이었소. 지배당하는 편이 나은 상황에서도 지배를 거부하는 독립정신의 상징이었소. 포의 진실은 나에게 개인적인 일인 동시에 아주 중요한 일이라오."(2-P78)라고 말하는데 조금은 미국적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타인들이 무어라 하던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포나 그의 의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천재의 명예를 회복해 주고싶어하는 클라크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작가가 예전 시대로 뛰어들어 실제사건을 추리로 이끌어 낸다는 것은 읽는 내게 대단한 흥미를 불러일으켰지만 2권에서의
프랑스의 복잡한 정세를 이야기하며 '엘리자베스 패터슨'이 탐정인 뒤퐁트를 국가의 위험인물로 간주해 제거하려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며 마지막 클라크의 집과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고모할머니라는 분이 유산 소유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는데 파혼과 실의에 빠진 조카에게 용기는 북독아 주지 못할망정 소송을 제기한거나 자신의 약혼자와 혼인을 한다던 친구가 다시 그의 소송을 도와주며 클라크는 아무일 없었듯 포의 죽음 이전의 생활로 돌아 온다는 약간의 억지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1849년 10월 8일 애드가 앨런 포의 죽음을 통해 알게된 미국의 시대상이나 포가 많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살아 생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고단한 일생을 보냈으며 주변인들에게 불한당으로 취급받았다는 것, 천재는 너무 앞서기에 그 시대엔 불우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의 죽음과 관련해 확인할 수 있는 편지들을 추적해가며 그 시대 편지의 행방을 둘러싼 혼란과 분실을 우려해 가명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나 그것으로 인해 다시금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체신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그 시대엔 분명 그러한 것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제목이 왜 [포의 그림자]인가 몇번을 생각했었다.
현재야 포가 가장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있지만 그 시대 너무나 대접맞지 못한 작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한 작가가 살아있지 않지만 실추된 그의 명예를 다시금 살려내어 오늘의 우리에게 알리려는 것은 아닐까 나름 추측했다.
책 읽는 내내 포를 사랑하는 독자가 내가 된 듯한 숨막힘과 안타까움을 느꼈다.
천재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외국의 역사 추리소설을 즐겨쓴다는 '매튜 펄'을 내가 좋아하는 역사추리소설 작가의 반열에 올리기를 꺼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