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기라는 책이 나왔다.

만화가 허영만이라면 작년 신문에 연재된 '타짜'를 영화화해 최고의 히트를 쳤으며 현재 '식객'이라는 음식을 소개하는 연재 만화가 나오고 있는 이시대 최고의 만화가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분이 산악인이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 <K2>원정을 첫 산행으로 했고 그 이후 많은 외국의 고산원정에 나섰다는 것,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을 22개월간에 대장으로써 해 냈다니 많이 놀랬다.

1994년부터 2년간 백두대간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작정 능선을 따라 산을 걷는 그일이 얼마나 고단하며 힘든것인 지 잘 알고 있기에 그 놀라움이 컸지만,

사실 자신들이 좋아서, 산이 좋아서 내 스스로 걸어 내 산하를 걷는다는 충만함에 힘겨움을 잊어버리며 그것을 함께한 사람은 남녀를 무시하고 동지가 되어버리다는 것까지 아는 나로서는 '허패'의 탄생을 들으면서 그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했을까 충분히 짐작하며 흐뭇하게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이들이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후 다시 캐나다의 로키산행을 서스럼없이 받아 들인 것이나 캐나다에 살아 허패의 산행에 자주 참석할 수 없는 이남기씨가 먼저 제안하고 그 빌미로 이 책의 기록을 맡게 된 것, 그러므로 아무리 글이 우선인 책이지만 그림을 그린 허영만씨의 이름이 책 표지에 먼저 실린 것까지 '허패'를 알게 되면서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산으로 엮인 인연은 대장이 최우선이라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안다.

9월 6일 1차 선발진 허영만,전용권,김은광이 밴쿠버 공항에서 이남기를 만나 시작된다는  이 책은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선 북위 49도를 따라 경계선을 넘지않는 캐나다의 산과 계곡 등 여러군데를 돌아보는데 캐나다가 300만개가 호수와 100만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산으로 이루어 진것을 이제야 알았다.

사실 300만개라는 수가 상상이 안되지만 글쓴이의 직업이 의심스러울만큼 멋진글에 어우러진 시원한 호수와 산들의 사진을 보며 재미난 글이 담긴 그림까지 보게되는 즐거움을 이 책은 선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지에 석유도 나오고 풍부한 관광자원까지 그득해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나라 캐나다.

우리네는 경부선을 따라  500KM거리가 남한의 최장이라 알고 있는데 이들은 1500KM의 로키의 척추를 따라 걸었다 하니 우리의 3배의 길을 걸으며 호흡하고 받아들이지 않았겠는가.

참말로 부럽고 속상하기도 했다.

9월 13일 2진인 남기탁,이호준,주명진,이민경과 합류하는데 이호준씨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3일만에 여행팀과 함께 한다니 이 사람 어지간한 배포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5000미터의 산에도 고소증이 없고 식객의 취재팀장으로 8년간 허영만 화백과 함께 했다니 사람이 좋아,산이 좋아 다닌다는 그를 그누가 말릴까.

총 8명이서 본격적으로 로키산맥을 산행하는데 인원이 많고 기후가 도와주지 않음에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행복한 사람들..

가끔씩 들려주는 대장의

"나 벌써부터 행복해지려고 한다. 어쩌면 좋나?"라는 말에 나 또한 가슴이 두근거리며 먼 하늘을 응시하기도 하고 책 속에 실린 광활한 호수와 눈 쌓인 로키등을 몇번이나 쳐다보았다.

산악여행인 만큼 잠은 꼭 텐트에서 자야 하며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밥은 꼭 해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정해 움직이는 그들,

물런 워낙 넓은 지리적 탓으로 차에 짊을 싣고 이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규칙에 충실했으며 28일간의 세끼식사를 담당한 김은광씨의 수고가 새삼스로이 느껴졌다.  집에서도 매일 밥해먹기가 힘든데 그는 불평도 없이 출발전부터 식단을 준비하며 스스로 뿌듯함까지 느겼으니, 물런 대장이 먼저 귀국해 가끔 밥 짓는 것에 해방된 자유로움을 보여주지만.. 분명 여자가 그 일을 담당했다면 몸살이 났어 제대로 해 내지 못했을것이다.

가장 큰 수고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캐나다 로키의 최고봉이 롭슨 산(3,954m)이며 이곳에서 내려오면서 다 함께 마지막 야영을 하고 밴쿠버로 돌아와 이남기씨집에서 환송회를 하며 일진 5명을 먼저 서울로 보내고 이남기,김은광,전용권씨가 밴쿠버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이 책은 마무리 되고 있다.

정말 멋진 책이다.

여행에세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로 해주어야 한다. 사실 적어도가 아니고 너무 많은 것이 담겼다.

내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캐나다에 대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다니 안가고 설명만 들어도 80%는 알 것 같은 것은 느낌,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과 가식이 섞이지 않은 글, 그 글에 첨부된 최고의 만화가가 그린 재미난 에피소드와 그림을 보면서 미지의 세계 캐나다와 로키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 여행에 참석한 8명의 '허패'단원들이 이 여행의 느낌과 사람들에 대해 솔직하게 들려주는 <여행예찬,인생예찬>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마음과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은 감동을 받았다.

연령과 직업이 모두 다르지만 오직 산이 좋아, 사람이 좋아 함께 하게된 그들을 보면서 예전 철모르고 산과 사람을 쫓아 다녔던 나의 열정을 되새겼던 기회,

아! 난 이제 그런 열정은 꽃 피울수 없을거야, 슬퍼하면서도 그들을 부러워했던 것, 그들 한명 한명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며 서로를 존경하는 것에서 사람과의 어울림을 또 한번 배울 수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속 풍경과 우보산행(牛步山行)을 원칙으로 하는 마음이 통하는 산악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하늘의 별 백만개 짜리 자연호텔을 느낄 수 있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