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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 - 아트록의 선구자
성시완.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22년 4월
평점 :
서평 /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
- DJ성시완의 삶과 음악 인생을 듣다 -
성시완 · 지승호 著 / 도서출판 목선재 / 327 page

지은이 : 성시완 · 지승호
펴낸곳 : 도서출판 목선재
발행일 : 2022년 4월 1일 초판
도서가 : 17,800원
아트록(Art Rock). 국어사전에는 클래식 음악 수법을 도입한 록 음악이라 하는데요. 뭔가 미진한 듯 해서 더 알아보니 록을 바탕으로 고전음악, 재즈,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실험적인 형식을 취하여 보다 폭넓은 표현을 시도한 1960년대 후반 성행한 록 음악의 한 조류라고 합니다. 보통 아트록 음악들은 한 곡이 십여분을 훌쩍 넘을 정도로 긴 곡들이 많고 앨범 역시 하나의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는 컨셉 형식의 앨범이 대부분입니다. 앨범 커버 또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구요.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시작된 라디오 방송인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를 통해 아트록 매니아층 저변이 크게 확장되었다고 하죠. 최근 서평단 참여로 입수하게 된 책이 바로 성시완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한 도서였는데 책제목도 <아트록의 선구자,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주로 한 책의 구성상 저자는 인터뷰이(interviewee)와 인터뷰어(interviewer)가 공동으로 올려져 있습니다.
성시완은 프로그레시브와 아트록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이 분야에선 독보적인 존재인 분이지요. 대학 1학년때 전국대학생 DJ콘테스트에 참여하고 대상을 수상하여 이듬해 새벽 1시 라디오프로그램 <성시완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을 2년간 진행하였다는 건 잘 알려진 내용이죠. 우리나라에선 당시 유일무이한 프로그레시브록과 아트록을 소개하는 전문 프로그램이었죠. 책에는 지금도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라디오방송이라고 합니다. 새벽1시라는 방송시간대도 같았던 라디오방송으로 1986년 첫 주파수를 탄 <전영혁의 25시의 데이트>가 있었지만 여긴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위주로 했다는 차이점이 있지요. 성시완이 설립한 시완레코드에서 출판한 유럽 그룹들의 앨범이 정말 화제였던게 기억납니다.
책은 <프롤로그>, <1장. 음악적 구루, 성시완>, <2장. 제1회 DJ 콘테스트에 출전하다 그리고 미국 유학 생활>, <3장. 시완레코드를 설립하다>, <4장. 세계적인 음반 컬렉터 성시완>, <5장. 세계 최초의 앨범 재킷 전시회와 <ART ROCK> 매거진 창간>, <6장.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의 공연을 유치하다>, <7장. 그간의 방송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 구성이 성시완의 인생 여정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렵지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 분야 음악에 관심있는 분이 아니라면 영어가 아닌 생소한 외국어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낯설게 다가올 수는 있을거 같습니다.
성시완은 1981년 대학 1학년생으로 참가하였던 문화방송(MBC) 주관 제1회 전국대학생 DJ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하고 이듬해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음악이 흐르는 밤에'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프로는 불과 2년만에 폐지되었지만 그 방송의 후폭풍은 어마무시한 것이었죠.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적으로도 프로그레시브록 혹은 아트록만을 위주로 방송하는 전문적인 방송프로그램은 이전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없다고 하지요. 물론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위주로 하는 방송프로는 있었구요. '음악이 흐르는 밤에'가 2년만에 폐지된 건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청취율을 최우선시하는 방송사의 생리상 그랬던 것이겠지만 여하튼, 이 라디오프로로 인해 아트록 매니아층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방송을 그만 두게 된 성시완은 대학을 졸업하던 1985년말 미국 웨인주립대로 유학을 떠납니다.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88년에 귀국했다고 하구요. 귀국 후엔 성남 근처에서 군복무를 하고 1989년에 시완레코드의 전신인 시완레코드뮤지엄을 설립하였고 1993년에는 시완레코드를 법인화하여 유럽 등지의 아트록과 프로그레시브록의 희귀 음반들 다수를 라이센스로 제작 출판하였답니다. 그가 레코드회사를 설립한 가장 큰 목적은 음반을 쉽게 구하고 소개하기 위해서였다는군요.
시완레코드가 설립될 당시에는 LP의 시대는 저물고 CD가 대세로 등극하던 시절이었지요.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바론 시완레코드는 LP를 위주로 하고 CD도 같이 출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시완레코드에서 출판한 앨범 몇몇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중 스페인 프로그레시브록 그룹, 로스 까나리오스(Los Canarios)의 <Ciclos>를 구입했을 때 그 희열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소장 중인 앨범 뒤적이니까 아트록 앨범 꽤 많이 나오더군요. 만화가 황미나가 Yes의 커버 아트로 유명한 로저 딘의 작품을 리디자인 하였다는 페라곤(피닉스+드래곤)이라고 불리웠던 시완레코드를 상징하는 레이블 로고. 참 오랫만에 봅니다.

1남 3녀의 막내였던 성시완은 어려서부터 라디오방송을 많이 들었고 AFKN 미군 라디오도 많이 들었답니다. 고교생시절부터 테이프를 녹음해서 주변에 선물한게 천여개가 넘는다니 그때부터 DJ 재능이 싹트기 시작한 듯 보입니다. 펜팔을 통해 세계 각 나라의 음악 정보들을 교환하면서 월드뮤직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네요. 아트록을 처음 알게 된 것도 펜팔을 통해서 였는데 카테리나 브릭스트라는 스웨덴 친구가 녹음해서 보내준 마누스 어글라(Magnus Uggla)였다는군요. 재밌는건 이 스웨덴 펜팔 친구와 오랫동안 교류해서 부모님이 굉장히 걱정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국제결혼할까 봐서라네요.ㅎㅎ 이 분야에선 음반 컬렉터로 명성있는 분이기에 음반 구매차 전세계 곳곳을 갔었기에 스웨덴에도 여러차례 갔었지만 환상이 깨질까봐 펜팔친구를 찾아보지도, 만나지도 않았답니다. 이런걸 봄 참으로 감성적인 분입니다.
성시완은 9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내한공연을 추진했었는데 1992년 뉴키즈온더블록 내한공연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모든 공연계획을 접어야만 했었답니다. 이후 LG아트센터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내한공연 추진에 도움을 준 성시완은 2007년 뉴 트롤스(New Trolls), 2008년 라테 에 미엘레(Latte e Miele), 2009년 오산나(Osanna)와 르네상스(Renaissance) 내한공연을 성사시키죠. 시완레코드의 적자로 힘들던 때 가족의 도움으로 빚을 청산하고는 직접 내한공연을 추진하여 2009년 뉴 트롤스, 2010년 오산나와 르네상스, 2011년 라테 에 미엘레의 내한공연을 진행했는데 많은 적자로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네요..
2008년에는 자신이 모은 희귀 음반들을 가지고 앨범 재킷 전시회 <Records at the Exhibition>를 대림미술관에서 개최하였답니다. 그런데 전 이런 행사들이 있었다는걸 왜 몰랐을까요? 생각해보니 그땐, 지금도 그렇지만 샐러리맨으로 밤낮 없이 일하던 때였네요..ㅠ.ㅠ..
성시완. 프로그레시브와 아트록에 대해 얘기하다 봄 반드시 언급되는 이름입니다. 심지어는 이 분으로 인해 해체된 그룹이 재결성되기까지 했었다죠.(해체되었던 라테 에 미엘레(Latte e Miele)가 2008년 내한공연을 위해 재결성)
책 마지막 장에서는 전영혁과 관련된 짧막한 질의응답(Q : 전영혁 씨와 관련된 얘기도 지금은 어려우시겠죠. 나중에 회고록을 통해서. A : 지 선생님이 시간이 되신다면 그때 도와주세요. 제가 그런 걸 잘 못하니까요.)이 있어서 뭔가 싶어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방송상 거북스러운 일이 있었던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14년이란 세월이 흐른 옛 이야기지만 여전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일입니다.. 내용을 알게 되니 질의응답이 왜 이렇게 표현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 책, 비록 질의응답 형식으로 기재된 책이지만 '음악이 흐르는 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생각됩니다. 40여 년 전 옛날을 회상하면서 책 읽는거 참 괜찮더군요. 처음엔 '25시의 데이트'를 추억하는 분도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성시완과 전영혁 간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되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