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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우수영에서 강원도 수류산방까지 마음기행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평점 :
서평 /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 오솔길 걸음마다 향기로운 꽃을 피우렵니다 -
정찬주 著 / 열림원 / 271 page

지은이 : 정찬주
펴낸곳 : 도서출판 열림원
발행일 : 2022년 3월 10일 2판1쇄
(1판1쇄 - 2011년 3월 20일)
도서가 15,000원

올해는 법정스님이 입적하신지 12주기 되는 해입니다. 이는 보성 대원사에 템플스테이 가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대원사의 회주이신 현장스님은 속세에선 법정스님의 6촌 조카, 불계에선 제자이자 시봉까지 하셨던 분으로 2월 26일 서울 길상사에 봉행된 법정스님 원적 12주기 추모법회에 참여하시고 이튿날 돌아오셨는데 이때 템플스테이 참가중이던 제게 법정스님 법문이 담긴 USB를 몇개 받아오셨다면서 선물로 주셔서 그때 12주기란걸 알았답니다.. 여튼, 최근 도서카페를 통해 법정스님과 관련된 도서 2권,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와 <소설 무소유>를 입수하게 되었어요. 후기는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부터 먼저 쓰려는데 두권을 읽다보니 겹치는 내용들이 간간히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근간으로 하는 내용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단 생각이 듭니다.
책은 스님의 고향인 전라남도 해남 우수영에서부터 마지막 생을 보내셨던 서울 길상사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발자취를 쫒아가면서 스님께서 어디에서 무소유를 가슴에 새겼고 어느 암자에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시었는지를 저자가 직접 순례하고 찾아보면서 써내려간 산문집입니다. 그런데 이 책 첫 출간된 해가 2011년이던데요. 스님이 입적하신 다음 해 첫 출간되었는데도 책을 둘러싸고 있는 띠지에는 '법정스님 입적 12주기 기념 출간'이라 쓰여 있더군요. 2판이라 수록된 내용에 변화가 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출판사의 속셈이 살짝 엿보이는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띠지만 살짝 떼어내면 책표지 어디에도 그런 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자는 전라남도 보성 출신으로 현재는 화순의 계당산 기슭에 거주하고 있답니다. 법정스님이 저자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이면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주셨다고 하네요. 사실 이 분이 쓴 책 몇 권 읽어본 적 있는데요. 그중 <불국기행>이 가장 좋았고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책은 서문과 본문, 추천의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은 <스님의 삶은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란 타이틀로 된 스님에 대한 저자의 소회와 독자들에게 바라는 당부의 내용이고, 본문은 법정스님이 거쳐가신 고향과 암자,사찰을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추천의 말은 대원사 주지이신 현장스님이 쓰신 글, <'무소유 성지순례길'의 길벗이 되기를>이었습니다.
본문부를 살펴 보면 <송광사 불일암에서>, <해남 우수영에서>, <진도 쌍계사에서>, <미래사 눌암에서>, <가야산 해인사에서>, <봉은사 다래헌에서>,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에서>, <길상사에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가보지 못한 곳은 미래사 눌암과 강원도 수류산방이었어요. 언제쯤 순례할 수 있을런지...

서문에는 저자가 어느해 단옷날 불일암에서 하룻밤 묵은 뒤 법정스님으로부터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고 몇달 뒤 휘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휘호 내용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저자는 꽃 피듯 물 흐르듯 사는 것이 법정스님이 사유하신 무소유의 삶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출처 -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8 page
저자가 보아 온 스님의 삶은 어느 한곳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떠나기를 반복한, '버리고 떠나기' 그 자체로 그것이 바로 집착하지 않는 '무소유의 삶' 같다고 최근까지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최근 무소유는 나눔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법정스님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무소유를 떠올리고 다음으로 길상사와 불임암을 떠올린답니다. 저자는 불일암에서 법정스님을 처음 뵈었다는데 그 당시 샘터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맡은 업무상 스님 책을 편집하면서 자주 찾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상 출장이지만 1박 2일 출가하는 기분으로 갔다는데 어찌나 부럽던지요.. 개인적으로 저번 달에 대원사 홈스테이 후 송광사 찾아가면서 불일암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데 오후 느즈막히 송광사에 도착하였기에 불일암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송광사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탐방하고 돌아섰네요. 어찌나 아쉽던지.. 다시 송광사 찾아오면 반드시 무소유길 따라 불일암과 그 옆 광원암에 가리라고 다짐했었는데 언제 또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이 책에 수록된 불일암 주변 정경 사진을 보면서 아쉬움 달랬지요. 흑백사진이지만 이게 어디냐며 사진 열심히 들춰 보았답니다.
저자에게 있어서 불일암은 맑은 거울이요, 불일암 가는 것은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랍니다. 그것은 자신만 고집하는 '거짓 나'를 떠나 남을 배려하는 '본래의 나'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라네요. 처음엔 이게 뭔 말인가 했는데 이어지는 글들을 읽어보면 수긍이 갑니다. 저자에게 있어서 법정스님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크고 심오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지요.
스님이 입적하신 뒤에는 불일암 가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답니다. 그건 스님을 뵈러 가는 길이라는 것이죠. 스님께선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보려거든 불일암이나 길상사로 오라고 하셨다는데요. 저자는 스님이 남기신 말씀과 무소유한 흔적이 불일암 곳곳에 침묵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불일암에 들어 선 순간 스님이 자신을 반겨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흐흠..
길상사에도 있는(재현품이지만) 일명 '빠삐용 의자'. 이는 법정스님이 굴참나무로 손수 만드신 의자입니다. 그 의자 이름은 스님이 영화 '빠삐용'을 보시고 나서 명명하셨다고 합니다. 저자는 영화 주인공이 절해고도에 갇히게 된 건 '인생을 낭비한 죄'이고 스님은 의자에 안장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보시느라 그렇게 명명하신거 같다고 합니다. 그 의자 하나에 그렇게나 깊은 뜻이 숨어 있는지는 전혀 몰랐네요. 그냥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를 이용해서 손수 만들어 사용하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게 아니었나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책에 수록된 사진 속의 빠삐용 의자가 길상사 진영각에 걸려 있던 사진 속 의자와는 그 모습이 좀 다르더랍니다. 빠삐용 의자가 하나만 있던게 아니었나 봅니다.
소설 무소유와 같이 읽다 보니 책 내용이 헷갈려 책 펴놓고 기억과 책내용을 대조해 가면서 글을 다 써보네요.^^ 도서제목처럼 책에는 법정스님에 대해 저자가 보고 듣고 느꼈었던 많은 내용들이 나옵니다. 법정스님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픈 그런 책입니다.